용두암
바다는 말을 삼킨 채
검푸른 숨을 넘어 밀어 올린다.
파도는 수천 번 돌의 얼굴을 깍아내렸고
그 침묵 끝에 용의 머리가 솟았다.
부서지며 태어난 형상,
깍이며 드러난 의지.
4월의 햇살이
검은 현무암 위에 내려앉아
은빛 비늘처럼 번진다.
나는 그 앞에 서서
견뎌온 날들을 더듬는다.
흔들렸으나 무너지지 않았던 시간,
말없이 버텨낸 계절들
바다는 여전히 밀려오고
바람은 등을 스친다.
그러나 돌은 더 낮아지지 않는다.
파도는 지우려 했으나
오히려 윤곽을 또렷하게 했다.
나는 깨닫는다.
상처가 깊을수록 형상은 선명해진다는 것.
끝내 남는 것은 부서진 흔적이 아니라
서 있었던 시간이라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