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 시인과 함께하는 차 한잔의 여유 〔연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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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3시간전
 
〈오월의 하늘 아래, 나는 아직도 묻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으며)

시인 이영하
 
 
오월의 하늘은
그날도 유난히 맑았습니다.
광주 비행장 활주로 끝에서
나는 젊은 소령의 눈빛으로
출격보다 더 무거운 침묵을 바라보았습니다.
 
도시는 울고 있었고 거리의 바람조차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다 떨고 있었습니다.
총성이 지나간 자리마다
사람의 존엄이 피를 흘렸고
민주의 새벽은
너무 많은 눈물 위에서 떠올랐습니다.
 
그날의 광주는
단지 한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억눌린 시대의 심장이었고
침묵을 깨우는 양심의 횃불이었습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합니다.
불안 속에서도
서로의 손을 놓지 않던 시민들의 눈빛,
두려움 속에서도
끝내 인간의 품위를 지키려 했던
오월의 얼굴들을.
 
세월은 강물처럼 흘렀지만
역사는 망각 위에 세워지지 않는다는 것을
광주는 온몸으로 증언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한순간 얻어지는 훈장이 아니라
누군가의 희생 위에
매일 다시 피어나는 꽃이라는 것을.
 
오늘, 현충의 바람이 불어오는 오월 하늘 아래
나는 조용히 두 손을 모읍니다.
부디 그날의 아픔이 증오로 남지 않게 하시고
그날의 희생이
대한민국의 더 깊은 사랑으로 이어지게 하소서.
 
광주의 오월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의와 자유를 향한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지금도 붉은 장미처럼
뜨겁게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시작 노트〉
■ 시의 배경과 주제
이 시는 1980년 5월, 광주비행장에서 근무하던 당시의 기억과 함께 5·18 민주화운동 46주년을 맞아 민주주의와 인간 존엄의 의미를 되새기며 쓴 추모·성찰의 시입니다. 단순한 역사 회고를 넘어, 그 시대를 통과한 한 사람의 내면적 증언과 국민적 기억을 함께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 시적 의도
이 작품은 특정 이념이나 정치적 구호보다, 그 시대를 살아낸 인간들의 아픔과 양심, 그리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조용하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습니다.
특히 “민주주의는 매일 다시 피어나는 꽃”이라는 표현을 통해, 민주주의가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국민의 희생과 책임 위에서 지속적으로 지켜가야 할 가치임을 강조했습니다.
 
■ 표현과 상징
‘오월의 하늘’ : 역사적 비극과 희망을 동시에 품은 시대의 상징
‘활주로 끝의 침묵’ : 군인의 위치에서 바라본 복합적 고뇌와 긴장
‘붉은 장미’ : 희생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자유와 민주 정신
‘강물처럼 흐른 세월’ : 시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역사적 기억
 
■ 감상 포인트
이 시는 당시 현장 가까이에 있었던 화자의 체험이 바탕이 되어 있어, 단순한 역사 시가 아니라 “기억의 증언 시”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슬픔과 애도를 넘어, 대한민국이 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희망과 화해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시인의 메모
오월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그날의 고통과 희생은 결코 반복되어서는 안 됩니다.
광주의 오월은 특정 지역의 역사가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이며, 우리 모두의 양심 속에 살아 있어야 할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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