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표기자 유신영 (고려대·한양대 교수–경영학 박사)
〔사 설〕
인천공항 입국장에 들어선 이재용의 표정은 침통했다. 해외 출장 일정을 급히 조정해 귀국한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매서운 비바람은 제가 맞고 다 제 탓으로 돌리겠습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현장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재계 총수의 공개 사과는 흔한 일이 아니다. 더구나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반도체 전쟁을 치르고 있는 삼성전자 수장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 책임을 언급했다는 점은 지금 상황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성과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 교섭위원 교체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현재의 글로벌 경영 환경과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접점을 찾기 어려운 주장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단순한 국내 대기업이 아니다. 대한민국 수출과 반도체 산업의 핵심 축이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 산업 경쟁력을 상징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금 삼성의 경쟁 상대는 국내 기업이 아니라 미국의 NVIDIA, Intel, 대만의 TSMC 같은 세계 초일류 기업들이다. 하루가 다르게 AI 반도체와 첨단 공정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내부 갈등으로 발목이 잡힌다면 그 피해는 결국 회사와 직원, 그리고 국가 경제 전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물론 노동자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한다. 정당한 임금 요구와 근로환경 개선 역시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서는 시기와 방식, 그리고 요구 수준 또한 현실과 균형을 갖춰야 한다. 지금처럼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극한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장기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선택인지 냉정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 시민들 역시 “지금은 삼성이 흔들릴 때가 아니다”, “국가 경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한국 증시와 투자 심리, 협력업체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 구조 전체와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이재용 회장이 “우리는 한 몸 한 가족”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노사 모두가 생존의 공동 운명체라는 현실 인식에 가깝다. 사측 역시 보다 진정성 있는 대화와 설득에 나서야 하며, 노조 또한 강 대 강 대치만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에 필요한 것은 극한 대립이 아니라 세계 시장을 향한 공동의 돌파력이다. 삼성전자가 다시 혁신의 엔진을 가동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때, 한국 경제 역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코스피 7000 시대’는 정치 구호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결국 세계와 경쟁해 이기는 기업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여전히 삼성전자가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로를 향한 소모적 충돌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기업을 다시 세계 정상으로 세우기 위한 책임 있는 결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