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호박꽃도 꽃이라고
강사가 말하자
청중석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그 때였다
저쪽 구석에서 뚱보 여자가
옳소
호박꽃도 꽃이요
소리 쳤다
여자 몇은 아랫배를 붙잡고
킥킥거리고
여자 몇은
목을 움츠리고 있었다
강의실 밖에서
너희가
호박꽃을 아느냐?
한 번도 호박꽃이 되어 본 적이 없는
매미 한 마리가
허공에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 정성수의 한 문장 □
호박은 밥상에서 호박국으로 호박나물로 식욕을 돋운다. 비라도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 붙여먹는 호박전은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른다. 호박죽은 면역력을 증진시켜 각종 질환은 물론 감기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런 호박은 씨를 심을 때도 번듯한 밭 한번 차지해 본적이 없다. 울타리 밑이나 밭두렁 아니면 후미진 곳에 구덩이를 파고 인분을 한바가지 퍼 붓고는 흙을 덮고는 호박씨 두서너 개를 심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천성이 무던한 호박은 스스로 머리를 쳐들고 이리저리 뻗어나간다. 아침에 꽃을 활짝 피우고 햇볕이 내리쬐면 꽃잎을 오므리는 호박꽃은 소박하고 청초하다. 손바닥 보다 넓은 잎은 대지를 덮고 넝쿨손은 세상을 웅켜쥔다. 꽃은 임금님의 곤룡포 보다 더 찬란한 황금빛이다. 부잣집 맏며느리처럼 두툼하고 풍성한 여유가 있는 호박꽃이야말로 꽃 중의 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