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사라지고 책임만 남았다”…교사들이 울면서 체험학습 거부하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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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
  • 11시간전
 
[국장 칼럼]
 
매년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다. 한때 학교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주는 공간이었다. 교실 밖으로 나가 자연을 배우고, 친구들과 협동하며,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 속에서 아이들은 성장했다. 현장 체험학습은 단순한 소풍이 아니라 교육이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교사들에게 현장 체험학습은 ‘교육’이 아니라 ‘공포’가 되어가고 있다. 교사들은 더 이상 ‘안 가는 것’이 아니라 못 가는 것’이다.
 
 
최근 현직 초등교사들이 쏟아낸 절규는 단순한 푸념이 아니었다. 그 안에는 무너져가는 공교육의 현실과, 교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의 민낯이 담겨 있었다.
 
 
사건을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22년 강원 속초 현장 체험학습 사고는 교직 사회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학생 한 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고, 담임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 순간 전국의 교사들은 깨달았다. ‘사고가 나면 결국 모든 책임은 담임교사 몫이구나’ 현장 체험학습은 수십 명의 아이들을 인솔하며 단 몇 초의 돌발 상황도 막아야 하는 고위험 업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보조 인력은 부족하고, 안전 시스템은 미비하며, 교사는 수십,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매뉴얼과 행정 서류를 떠안는다. 사고 예방 시스템은 허술한데 사고가 나면 교사만 법정에 서야 하는 현실이다.
 
 
이것이 과연 정상인가! 교사들은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아서 현장학습을 꺼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책임감이 너무 크기 때문에 두려운 것이고 또한 사고는 예측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아이 한 명이 순간적으로 뛰어나가면, 단 1초의 변수만 생겨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의 구조는 그 모든 위험을 담임교사 개인이 홀로 감당하게 만든다.
 
 
교사들은 이 같은 사회적 구조를 묻고 있다. 국가는 무엇을 했는가? 왜 시스템의 실패를 교사 개인의 죄로 돌리는가? 에 말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일부 학부모 민원의 수준이다. 왜 우리 아이 사진은 5장밖에 없나요, 왜 우리 애 표정이 안 좋게 나왔나요, 왜 멀리 가서 아이 멀미하게 만드나요, 왜 저 학생이랑 짝꿍 안 시켜줬나요, 등 현장 체험학습 전날까지도 이런 민원이 쏟아진다고 한다.
 
 
현재의 교사는 교육자가 아니라 민원 처리 담당자처럼 취급받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과거에는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물론 권위주의 시대의 무조건적 복종이 옳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처럼 교사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사회 역시 정상은 아니다. 교권은 이미 무너질 대로 무너졌다.
 
 
학생 생활지도조차 아동학대 신고 위험 속에서 위축되고, 체험학습은 사고 위험 때문에 포기되며, 민원은 교육보다 우선한다. 그 결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는 결국 아이들이다. 누가 아이들에게 책임감과 공동체 의식을 가르칠 것인가. 누가 교실 밖 세상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 교사들은 임용고시라는 치열한 경쟁을 통과해 교육 현장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들은 범죄자가 되기 위해 교단에 선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성장시키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한 번의 사고가 발생하면 수년간 재판에 시달리고, 민·형사 책임을 감당해야 하며, 사회적 비난까지 홀로 견뎌야 한다. 설령 무죄가 나와도 이미 교사는 무너진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의 실패다.
 
 
교육부 역시 뒤늦게 교사 면책 강화와 법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교사들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또 검토’, ‘또 논의’, ‘또 협의’만 반복되는 사이 현장 체험학습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결단이 필요하다. 교사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형사처벌을 제한하는 명확한 면책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현장 체험학습 안전 업무 역시 담임교사 개인이 아니라 교육청과 전문 안전 인력이 함께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어야 하고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법적 장치도 시급하며 교육은 교사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학부모,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 지금처럼 모든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떠넘긴다면 앞으로 누가 아이들을 데리고 교실 밖으로 나가려 하겠는가. 교사를 지키지 못하는 나라는 결국 교육도 무너진다.
 
 
해당 교사는 선고유예 판결로 가까스로 교직을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이번 사건은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안전사고만으로도 교사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깊은 불안감을 교육 현장 전체에 남겼다.
 
 
특히 저연차 초등교사들 사이에서는 교단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감이 커지면서, 오히려 학교 현장을 기피하는 분위기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이제 우리 사회는 초등학생들의 학교 적응 문제뿐 아니라, 신입 초등교사들의 사회 적응과 교육 현장 정착 문제 역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교사가 무너지는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의 미래 또한 결코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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