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성수 시와 한 문장 ■ 「제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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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시간전
 
 
 
어머니의 아궁이
 
 
저녁노을이 아궁이에서 타고 있었다
불빛 앞에서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
귀담아 본 적 있었다
한 총각의 휘파람이 담을 넘어 왔다
그때도 어머니의 아궁이는
귓불이 발그레 물들어 있었다
붉은 심장을 불러내던
휘파람은
우체부의 낡은 자전거처럼 덜덜거리며
지난 세월의 안부를 물었다
한때는 장단지가 탱탱한 열두 명의 놉밥도 거뜬했던
어머니의 아궁이
청솔가지를 밀어 넣어도 몸 부릴 구들장은
달아오르지 않았다
한 줌의 재를 끌어안고 오래도톡 침묵하고 있었다.
 
 
 
 
□ 정성수의 한 문장 □
 
콩대가 어머니의 아궁이에서 ‘칠보시’ 를 읊는 동안 어머니는 자식들의 허기를 걱정했다. 행주치마 두르고 부지깽이 든 어머니의 얼굴에 저녁놀이 떠 있었다. 이제는 아궁이가 제 할 일을 잊은 지 오래다. 한때 어머니의 아궁이는 시뻘건 불을 삼키고 굴뚝으로 연기를 뿜어 올리며 자신의 건재함을 별들에게 말했다. 어머니의 아궁이는 우리 형제를 불러 모으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어머니는 불을 때는 일이 끝나면 잿불에 여름에는 감자를 겨울에는 고구마를 묻어두었다 꺼내 주었다. 구워진 감자나 고구마를 호호 불어 식히면서 껍질을 벗기고 한입 베어 물고 혀로 굴리면 그 맛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다. 내 유년의 추억을 삼킨 어머니의 아궁이는 아직도 시커먼 입을 크게 벌리고 있다. 그리운 것은 모두 어머니의 아궁이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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