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기자 유신영 (고려대·한양대 교수 –경영학 박사)
〔사 설〕
선거는 본래 경쟁의 장이지만, 그 경쟁의 수준은 정치의 품격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를 향해 내놓은 메시지는, 오랜만에 ‘정책 경쟁’의 본질을 환기시킨다.
김 후보는 이번 선거를 “누가 대구 경제를 살릴 수 있는가”라는 비전 경쟁으로 끌고 가자고 제안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익숙한 대립 구도가 아니라, 실제로 시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실용적 해법으로 승부하자는 것이다. 이 한 문장에는 지금 한국 정치가 놓치고 있는 방향이 담겨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후보의 문제 인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 있다. 대구MBC 인터뷰에서 드러난 추 후보의 진단—산업 구조 전환의 지체, 첨단 산업으로의 이동 필요성은 김 후보가 이미 제시했던 구상과 궤를 같이한다. AI, 로봇, 미래 모빌리티, 반도체로 대표되는 신산업, 그리고 섬유·기계·금속 등 기존 산업의 고도화. 방향만 놓고 보면, 사실상 ‘합의된 미래’에 가깝다.
김 후보 역시 이를 인정하며 “정책에는 저작권이 없다”고 했다. 정치권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이 표현은, 공을 다투기보다 결과를 중시하겠다는 태도를 드러낸다. 상대의 주장을 깎아내리기보다 공통분모를 확인하는 이 접근은, 그 자체로 품격이다.
그러나 김 후보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승부는 디테일에 있다”는 지적이다. 방향이 아니라 실행이다. 재원은 어디서 마련할 것인가, 어떤 법을 바꿀 것인가, 어느 지역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 그는 추 후보가 경제부총리 출신이라는 점을 존중하면서도, 그 경험이야말로 보다 구체적인 계획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요구한다.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비판의 방식’이다. 김 후보의 발언은 상대를 공격하지 않는다. 대신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요구로 읽힌다.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도록 더 분명한 선택지를 제시해달라는 요청이다. 이것이 바로 정책 경쟁의 본령이다.
한편 김 후보는 선거 국면 속에서도 이홍구 전 국무총리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개인적 인연을 언급하며 시작된 그의 추모는 단순한 의례를 넘어선다. 학자에서 공직자로, 그리고 국가의 중추로 이어진 삶에 대한 존중, 그리고 민주주의 이행기의 균형을 지켜낸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담겼다.
특히 그는 이 전 총리를 “이념의 과잉이 아닌 합리와 책임의 정치를 실천한 인물”로 기억했다. 갈등을 키우기보다 조정하고, 대립을 격화하기보다 균형을 모색했던 정치. 이는 오늘날 정치가 되돌아봐야 할 지점이기도 하다.
정치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그러나 그 선택이 의미를 가지려면, 비교 가능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김부겸 후보의 메시지는 바로 그 지점을 겨냥한다. “방향은 같다. 이제는 누가 더 준비되어 있는가를 보자”는 제안이다.
대구의 미래를 두고 벌어지는 이번 경쟁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행 가능한 청사진의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존중하는 품격 있는 정치가 가능할지.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