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와! VR스포츠는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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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일반
  • 2018.06.23 17:02
VR시대, 실내 스포츠가 뜬다
 

초여름에 접어든 6월, 따가운 햇볕과 아스팔트 열기로 도시 전체가 후끈했다. 이른 더위에 미세먼지까지 기승을 부리던 날이었다. 뜨거운 날씨를 뒤로하고 서울 강남구에 있는 빌딩 지하로 들어섰다.

 

밖에서 봤던 것보다 제법 널찍한 내부에 들어서니 마치 PC방에 처음 갔을 때 느꼈던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배팅장에서 볼 법한 그물 모양 펜스와 벽이 공간을 구분해놨고 그 안에 커다란 스크린이 설치돼 있다.

 

 

이곳은 VR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VR스포츠센터 ‘레전드 스포츠 히어로즈(이하 히어로즈)’다. VR기술을 활용해 야구, 양궁, 승마, 클레이 사격 등 다양한 스포츠 종목을 즐길 수 있는 VR스포츠계의 테마파크다.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여행기를 보여주는 예능프로그램인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멕시코 친구들이 VR스포츠를 체험했던 곳이기도 하다. 요즘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외국인들에게 VR스포츠 체험이 필수 코스라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방문한 외국인들이 제법 있었다.

 

평일이라 내부는 한산했다. 그래선지 히어로즈를 찾아온 방문객들은 저마다 여유 있게 경기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대부분이 20~40대 젊은 남녀다. 친구, 연인끼리 즐거운 추억을 만들려고 오는 사람도 있지만 인근 직장인들이 더 즐겨 찾는다. VR스포츠가 회식문화의 하나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적당히 술을 마신 다음 2차로 게임을 몇 번 하면서 뒤풀이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식이다.

 

VR스포츠 실제 운동과 효과 같아 

 

VR스포츠는 VR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좀 다르다. 으레 VR라 하면 HMD(Head Mounted Display·영상표시장치)를 하나 쓰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마냥 가상현실과 현실세계 사이에서 아찔한 어지러움을 느낄 것 같지만 VR스포츠 종목 대부분은 HMD 같은 장비가 따로 없다.

 

오히려 실제 종목에서 사용하는 배트, 축구화, 축구공, 활, 컬링스톤 같은 기구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VR기계가 주는 어지러움이 없다 보니 좀 더 좋은 컨디션으로 실제 운동을 하는 것처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VR스포츠가 갖고 있는 장점이다.

 

히어로즈는 크게 스포츠존, 슈팅존, 아케이드존으로 나뉘어 있다. 스포츠존과 슈팅존에는 배팅, 피칭, 축구, 양궁 등 우리가 아는 경기 종목들이 있고 아케이드존에는 범퍼카, 캔디슬래시 같은 게임이 자리하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스크린야구가 보인다. 스크린야구장 안에 20대 남성이 들어섰다. 배트를 잡은 두 손에는 긴장감이 느껴졌다. 스크린야구는 경기장 안에서 배트를 잡기 전, 바깥에 설치된 스크린에 상대팀 타자가 칠 공의 코스와 종류를 선택해야 게임이 진행된다.

 

그런 다음 야구존 안에 있는 타석에 들어서면 스크린에 야구장 화면이 뜬다. 화면이 바뀌면서 해설위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장을 생생하게 중계하는 목소리와 함께 타자를 응원하는 소리도 들린다. 마치 야구장에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스크린 가운데에는 구멍이 하나 뚫려 있다. 화면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면 구멍에서 공이 날아온다. 한 번 이용하는 데 3이닝이 진행된다. 투수가 던진 공에 맞춰 배트를 열심히 휘두르다 보면 약 20분 정도가 훌쩍 지난다.

 

건물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 보니 스크린양궁장도 있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온 국민이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던 활이 벽 한쪽에 걸려 있다. 활시위를 당겨보니 실제로 양궁장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스크린에는 커다랗게 과녁판이 뜬다. 어떤 때는 바람이 불어서 바람이 부는 방향을 생각하며 화살을 쏴야 한다. 한껏 양궁선수가 된 기분을 느끼고 나니 어디선가 “영미! 영미!” 하는 소리가 들린다.

 

 

 

서울 강남구에 있는 레전드 스포츠히어로즈에서 VR스포츠 게임을 즐기고 있는 방문객들.(사진=C영상미디어)
서울 강남구에 있는 레전드 스포츠히어로즈에서 VR스포츠 게임을 즐기고 있는 방문객들.(사진=C영상미디어)

스크린컬링장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지난 2월에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컬링을 VR스포츠로 즐길 수 있다. 작은 컬링장 앞에는 역시나 스크린이 걸려 있다. 플레이어가 컬링스톤을 밀면 화면에 우리가 텔레비전 화면에서 봤던 길쭉한 컬링장이 펼쳐진다.

 

컬링스톤을 밀고 나면 재빨리 옆에 있는 조작기로 가서 열심히 스와핑 버튼을 눌러야 한다. 그래야 화면에 보이는 컬링스톤이 빙판 위를 가로지르면서 높은 점수가 있는 구간에 안착한다. 플레이어가 조작기를 두드리면 화면에서 “영미! 영미!” 하는 익숙한 외침이 흘러나온다.

 

김유진(가명·27) 씨는 스크린컬링 앞에서 마치 올림픽에 참가한 것처럼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김 씨는 “VR스포츠는 오늘 처음 해보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다”며 “단순히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클레이사격이나 스크린축구 같은 게임은 실제로 운동을 하는 것처럼 땀이 났다”고 전했다.

 

김 씨와 함께 방문한 이지민(가명·27) 씨는 “여기 와서 해본 게임 중에 스크린양궁이 제일 좋았다”며 “게임처럼 손으로만 조작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직접 움직여서 운동을 하듯이 게임을 하니까 더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컬링뿐만이 아니다. 스크린승마도 주말에는 줄을 서서 타야 할 정도로 인기다. 말 모형에 앉으면 스크린에 게임 화면이 뜬다. 실제로 말을 따는 것처럼 고삐를 잡고 발을 말 쪽에 딱 붙이고 타야 해서 허벅지가 아프다.

 

승마도 한 게임당 대략 20분 정도 소요된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승마가 자세 교정이나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라 그런지 이곳을 찾은 여성 방문객 대부분은 승마 게임을 한 번씩 해본다고 했다.

 

히어로즈 외에도 전국에 VR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곳은 많다. 스크린골프, 스크린야구, 스크린스키 등 분야별 매장부터 다양한 종목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까지. 다양한 종목의 VR스포츠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평년보다 더 기온이 솟구친다는 이번 여름에는 가까이에 있는 VR스포츠센터에서 시원한 여름을 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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