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북 향해 즉각 대응 사격했던 육군 백호포병대대
사격훈련서 한치 오차없이 각자 임무 수행…자신감 넘쳐
18일 실시된 육군26사단 백호포병대대 사격훈련에서 비상상황이 발령되자 일사불란하게 맡은 바 위치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
“실제 상황! 실제 상황! 대대 실사격!”
비상상황이 발령되자 즉각 대기포 담당 장병들이 쏜살같이 포상진지로 달려갔다. 이들은 각자의 역할에 맞춰 K55A1 자주포를 발사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포탄과 장약을 나르고 이를 장전한 데 이어 목표를 향해 포신을 조준하는 등 사격준비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에 불과했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장병들의 얼굴에는 북한의 도발을 더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였다.
18일 오전 육군26사단 백호포병대대에서 사격 훈련이 실시됐다. 대대는 지난해 8월 20일 북한의 포격 도발에 대응해 자주포 29발을 사격한 부대다. 1년이 지난 지금 장병들은 녹슬지 않은 실력을 뽐내며 사격절차 훈련을 선보였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장병들의 움직임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완벽한 팀워크가 단연 돋보였다.
팽팽한 긴장감…실제 상황에 오히려 투지 불타
실제로 목표를 향해 포탄을 쏴야 했던 당시는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한다.
당시 현장에서 사격을 지휘한 이방형(중령) 대대장은 “북한의 포격 도발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곧 우리가 사격하겠구나’라는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떨칠 수는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대대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실전적인 교육훈련을 통해 단련된 대대 장병들을 믿었기 때문에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사격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팽팽한 긴장감은 오히려 장병들의 투지를 불태우는 계기가 됐다.
포수 임무를 수행했던 이정엽 상병은 “지금 포탄을 쏘고 전쟁이 발발한다고 생각하니 ‘싸워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했다”며 “6·25전쟁 당시 목숨을 던졌던 선배님들을 생각하며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군인이 돼야겠다는 생각으로 실 상황에 임했다”고 말했다.
포대장이었던 이호선 대위는 “포상으로 뛰어나가며 ‘혹시나 포대원들이 떨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말한 뒤 “하지만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뛰어오는 나에게 ‘포대장님! 이상 없습니다! 준비 완료됐습니다!’라고 보고하는 포대원들을 보며 오히려 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20일 북한군 포격 도발 당시 GOP(일반전초) 경계근무 도중 포연을 처음으로 발견해 신속 보고한 육군28사단 쌍용연대 이민영(왼쪽)·김태영 상병이 포연을 관측한 초소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국방일보) |
긴장감·낯선 환경 이겨낸 원동력 ‘전우애’
아무리 완벽한 교육훈련을 했다고 해도 훈련과 실전이 같을 수는 없다.
특히 사격해야 하는 장소는 그동안 연습해온 훈련장이 아닌 주둔지였기 때문에 환경의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사격으로 인한 진동과 소음, 자욱한 모래바람을 동반한 후폭풍은 그동안의 연습과는 또 다른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사격 직후 포대 인근 건물 유리창이 10여 개나 부서지고 포대 뒤 철문이 후폭풍으로 날아가기도 했다.
당시 포대장 이호선 대위는 “포대원들이 잘 쏠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사격 당시 자주포 뒤에 있다가 흙먼지를 고스란히 맞기도 했다. 하지만 실수 없이 임무를 완수한 포대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에 흙먼지를 먹는 줄도 몰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현장에서 만난 장병들은 사격 과정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습으로 ‘서로에 대한 격려’를 꼽았다.
장병들을 지휘한 간부들은 포대 곳곳을 돌며 “잘하고 있어!” “최고다!”라며 독려하는 데 앞장섰다고 한다.
또 자주포 안에서도 “좋아!” “할 수 있다!”는 응원의 함성이 계속됐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된 ‘응원의 함성’은 대대 전체를 감싸며 전의를 고조시켰다. 김대호 상병은 “당시의 일이 ‘전우’란 단어를 마음속 깊은 곳에 담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긴급임무 완벽 수행 1년 뒤…백호포병대대가 얻은 것은
대대는 긴급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긴박한 상황을 극복하고 급히 설정된 표적에 포탄 29발 모두를 정확히 사격하는 데 성공한 대대 장병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감이 넘쳤다.
간부와 장병들 사이의 신뢰감도 더욱 끈끈해졌다. “적이 대응사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당시 간부님들은 현장을 돌며 저희를 격려하는 데 여념이 없었습니다.
우리가 불안감 대신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 간부님들에 대한 믿음이 확고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김연욱 병장의 말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간부들의 전출과 병사들의 전역으로 당시 상황을 경험했던 장병들은 이제 많이 남아있지 않다.
하지만 대대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대대원들은 1년 전 그날의 교훈과 작전을 완벽히 수행했다는 자부심을 가슴속 깊이 새기고 있다.
장병들은 “유사시 발생할지 모르는 적 도발에 다시 한번 임무를 완벽히 수행하기 위해서 변함없는 진한 땀방울로 전투준비태세를 완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방팀=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