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의 “협의 약속 뒤집고 기습 철거”… 성뒤마을 대집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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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26.05.13 03:45
 
 
[국장 칼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에서 벌어진 강제 대집행 논란은 단순한 재개발 갈등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공공개발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공기업의 공권력 행사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를 정면으로 묻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서울주택도시공사는 법원 집행관과 용역 인력, 중장비와 소방차까지 동원해 성뒤마을 일대 강제 철거를 진행했다. 현장에 있던 주민들과 종교·환경단체 관계자들은 당시 상황을 “전시 현장 같았다”고 말한다.
 
철거된 곳은 단순한 빈 건물이 아니었다. 세계불교 최고여래(법왕청) 유엔평화재단 수행시설과 월드그린환경연합 사무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수행과 기도의 공간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환경 캠페인과 봉사를 이어가던 공동체의 터전이었다.
 
물론 재개발은 필요하다. 도시 기능 회복과 주거 환경 개선이라는 공익적 목적도 부정할 수 없다. SH공사 역시 “법원 절차에 따른 적법한 집행이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공기업의 책임이 단지 ‘합법’이라는 두 글자로 끝날 수는 없다. 공기업은 민간 철거업체와 다르다. 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동시에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짊어져야 하는 기관이다. 그렇기에 더 많은 대화와 협의, 더 신중한 조정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종교·환경단체처럼 공익 활동을 이어온 공동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결국 절차적 신뢰다. 피집행인 측은 “5월 말까지 협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집행이 진행됐다”고 주장한다. 사실관계를 떠나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분명하다. 공공기관조차 대화보다 힘을 앞세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개발의 속도를 성과로 평가해 왔다. 얼마나 빨리 철거하고 얼마나 빨리 새 건물을 세우느냐가 기준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공동체와 삶의 흔적이 사라졌다. 용산참사 이후에도 재개발 갈등이 반복되는 이유는 개발이 사람보다 우선시돼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종교의 자유와 시민사회 활동 공간이라는 민감한 영역까지 맞닿아 있다. 법적으로 철거 대상일 수는 있다. 하지만 민주사회는 법 조항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최소한의 공감과 절제, 그리고 공공기관다운 품격이 필요하다.
재개발은 필요하다. 도시도 변화해야 한다. 그러나 공동체를 밀어내고 시민의 신뢰를 잃는 개발이라면 그것은 공공개발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행정 권력 남용으로 비칠 수 있다.
 
성뒤마을 논란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공공성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공기업의 불도저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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