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서둘지 말라”… 북핵협상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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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8.10.23 12:11
       천상기 /본지 주필/ 경기대 초빙교수/ 언론학/ 한국신문방송편집인클럽 고문
 
2차 미-북 정상회담이 내년 1월 초순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했던 비핵화 프로세스도 상당 부분 시간표를 다시 짜야 할 상황이다.
 
종전선언,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 등도 차질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바다주에서 열린 중간선거 관련 유세에서 “그것(북한 문제)은 잘될 것이다”라면서도 “서두르지 말라(take your time)”고 말했다. AP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중간 선거 이후”라며 미-북회담 순연을 확인한 후 재차 ‘속도 조절론’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내년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기정 사실화되고 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이면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차 미-북 정상회담도 하지 않은 채 서울을 찾는 건 김 위원장에게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펴고 있는 대북 제재 완화론도 벽에 부딪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유럽 순방 중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에 대북 제재 완화를 요청했지만 이 국가들이 모두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했다.
 
제재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구상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이 북핵 군사 옵션을 언급할 때도 외교와 대화를 강조해온 국가들이지만 문 대통령의 제재 완화 요청은 잘라서 거절했다. 제재와 CVID 원칙만이 북핵을 없앨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북 비핵화는 ‘김정은의 의지’ 라고 문 대통령이 전하는 것과 몇 마디 말이 전부다. 북은 비핵화 실천방안을 논의할 미-북 실무회담에는 응하지 않고 트럼프-김정은 쇼에만 공을 드리고 있다.
 
정말 핵 포기 결단을 내렸다면 핵 신고를 하고 폐기 절차와 방법을 본격 논의해야 한다. 그런 기미는 전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아시아와 유럽 51국 정상들이 참석한 브뤼셀 아셈(ASEM) 정상회의는 의장 성명에서 “북한은 모든 핵무기를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CVID) 방법’ 으로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프랑스.영국 정상에게 대북 제재 완화 요구를 꺼낸 것은 지금 국제사회가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고 엉뚱한 부탁을 한 것이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제재 완화를 공론화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또한 미-북회담이 늦춰져도 김정은의 연내 답방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가 조금도 이행된 게 없는 상태에서의 김정은의 서울 방문은 찬반 논란을 더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아직 두 달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비핵화 실무회담 결과에 따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연내 개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대한 빨리 만나자”고 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아직 첫 회동조차 못했다.
 
북한이 비건-최선희 실무협상을 꺼려하고 트럼프의 즉흥성 직접 공략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이 느긋하게 대처하는 배경엔 제재 효과에 대한 신뢰가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제재가 효과를 내고 있는데 미국이 북한과 협상이나 대화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했다.
 
미국은 당초 11월 셋째 주 스위스를 2차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로 고려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프랑스를 방문하는 일정에 맞춰 스위스에서 김정은을 만나는 방안을 북측에 제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측이 이동 문제 등을 들어 곤란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고 있다. 북한에 핵 목록 신고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먼저 하라고 설득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국제사회도 한국 정부가 김정은이 하고 싶은 말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태도가 달라지고 있다.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과의 정상회담에서 “제재 완화”를 제안했다가 “실질적 북 비핵화가 될 때까지는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거부 답변을 들었다. 대북 제재 훼손을 위해 앞장선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란 폄하도 감수하면서…
 
남북 관계는 비핵화와 별도로 움직여선 아주 곤란하며, 그렇게 될 수도 없다. 그리고 대북 제재만은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평화와 번영도 북한과 함께 미국과도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sk1025@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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