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전달체계의 혁신 ‘읍면동 복지허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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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6.08.23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복지생태계는 크게 보면 제도, 자원, 수요자, 그리고 전달체계로 이뤄진다. 제도는 어떤 유형의 사회복지서비스를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지를 결정한다.
 
자원은 그러한 제도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 물품, 재화, 기구, 시설 등을 총칭한다. 수요자는 다양한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시민이다. 마지막으로 전달체계는 수요자를 제도와 자원에 연결시켜 주는 통로의 역할을 한다.
 
사회복지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이 네 가지 구성 요소들이 적절히 갖춰져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효과적인 사회복지는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합당하게 잘 설계된 제도에서 출발한다. 어떤 제도가 실효성이 있으려면 적절한 수준의 자원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수요자의 삶의 질의 향상은 바로 사회복지가 존재하는 이유다. 그런데 제도, 자원, 수요자가 모두 제 역할을 충실히 해도 그 사이를 연결하는 전달체계가 제 구실을 못하면 복지생태계는 원활히 작동할 수 없다.
 
전달체계가 취약해서 제 역할을 못하면 복지서비스의 수요와 공급 간의 불일치 현상이 일어난다.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고 자원이 풍부하더라도 전달체계가 제 구실을 잘 못하면 정작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는 서비스가 적시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사회복지의 사각지대가 생기는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자원과 서비스가 필요로 하지 않는 시민들에게 전달되거나 필요한 양 이상으로 중복돼서 전달될 수도 있다. 모두 비효율적인 복지생태계의 전형적인 예이다.
 
최근 우리나라 복지생태계의 가장 큰 딜레마는 다양한 사회복지 제도도 확대됐고 그에 투입되는 자원도 대폭 늘었지만 국민들의 복지체감도는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달체계가 시민들의 복지수요와 제도, 자원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읍면동의 복지기능을 강화하는 ‘읍면동 복지허브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복지 수요자인 주민들과 가장 근거리에 있는 읍면동의 복지 전문인력을 강화하고 찾아가는 서비스를 통해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올해 말까지 약 900여개의 읍면동을 맞춤형 복지서비스의 허브로 개편하고 2018년까지는 전국 모든 읍면동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허약한 복지전달체계를 강화해 건강한 사회복지생태계를 이루려는 노력으로 환영할 일이다.
 
사실 그동안 복지제도 전달의 1차 관문 역할을 해온 읍면동의 복지기능이 너무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읍면동별 평균 4명 정도의 인력이 여러 중앙부처에서 시행하는 수많은 복지제도뿐만이 아니라 청소·환경 등 일반 행정업무까지 담당하다 보니 소위 ‘복지깔때기’ 현상이 나타나곤 했다.
 
그런 환경에서는 주민들의 복지수요를 심층적으로 파악해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다. 복지수요를 발로 뛰며 현장에서 발굴할 수 없으니 복지의 사각지대 문제도 심각했다. 복지서비스의 중복과 누수로 귀중한 복지자원이 허비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읍면동에 3명 이상의 사회복지담당공무원으로 이뤄진 ‘맞춤형 복지팀’을 신설해 복지서비스 업무를 전담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이 복지팀이 방문상담 등을 통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현하고 통합사례관리를 통해 수요자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지원하게 된다.
 
이러한 노력은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문제를 해결해 현장밀착형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이루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읍면동 복지허브화’가 의도하는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챙겨보아야 할 점도 있다. 우선 현재 계획하고 있는 복지전담 인력 증원 정도가 충분한 것인지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주민들의 다양한 복지수요와 다양한 복지제도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준의 인력배치가 우선돼야 한다.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앞으로 필요한 곳에는 인력을 더 보강하는 로드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서비스는 대인서비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복지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인력의 전문성이다. 맞춤형 복지팀 인력의 사회복지 전문성이 담보돼지 못하면 효과적인 맞춤형 서비스는 불가능한 일이다. 인력의 전문성을 제도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읍면동은 정부가 담당하는 공적 사회복지전달체계의 핵심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에는 공적 전달체계 외에도 다양한 민간의 복지서비스와 자원이 존재한다. 공적 사회복지 전달체계가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민간 복지전달체계를 대체하거나 위축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공공과 민간이 서로 담당할 역할을 명확히 하고 또 동반자로서 상호 연계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읍면동 복지허브화’ 사업이 충실히 진행돼 우리나라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일대 혁신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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