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는 30% 이상으로 견고함을 자랑하던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율도 10% 이하로 추락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거국중립내각 구성에 공감하지만 그 방식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청와대는 절차와 내용 모두 정치권과 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함으로써 스스로 해결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 대한민국은 국정 마비 상태에 놓여있다.
국민적 분노는 더 큰 행동을 예고한다. '최순실 사태'로 야기된 사회적인 국론 분열과 문화·관광·체육 분야에 관한 걱정은 차치하더라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을 비롯한 경제문제는 발등의 불이다. 외교·안보 분야는 우리의 존망과 직결되는 최우선 부문이라는 점에서 국정 마비에 따른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순실 사태'가 커지기 전까지 우리가 직면하고 있던 가장 큰 문제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에 따른 갈등이었다. 최근에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회의가 도쿄에서 열리기도 했다. 우려에 우려를 더한 느낌이다. 외교·안보 분야는 상대가 있는 사안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국정의 비정상 사태를 맞아 제대로 된 의사결정이 어렵다. 그렇다고 상대방이 우리의 사정을 봐주면서 현안에 대처하는 아량을 베풀지는 않는다. 상대방이 우리에게 '결정'을 요구할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난감한 상황이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있는 우리에게 외교·안보의 중요성은 다른 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대립과 대결의 남북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중관계도 그렇게 녹녹치 않다. 상상하기는 싫지만 북한이 우리의 사태를 악용해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더욱 획책하는 도발을 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 경험에서 긴장격화의 근본적 해결은 쉽지 않지만 완화할 수 있는 능력은 우리에게 있다. 상시 안보에 대한 대비가 중요하다. 24시간 위기 대응 매뉴얼이 준비·가동되어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의 공백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발생해서는 안된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의 문제이면서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다. 남북관계가 기본이고 한미동맹과 한중협력의 균형적 발전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안보가 흔들리면 국민들이 불안해지고 대외교역으로 먹고사는 우리 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사명감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
내치와 외치는 표리일체이다. 가정이든 국가든 내치가 안되면 외치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렵다. 내부적으로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내치가 외치까지 집어삼켜서는 안된다. 국정 상황이 여의치 않을수록 처리해야할 현안을 미뤄놓거나 섣불리 대충 처리해서도 안된다.
유관기관은 다각적인 의견수렴을 거쳐 심사숙고하여 결정해 나가야 한다. 기존에 갖춰 놓은 위기대응 매뉴얼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곧장 보완해야 한다.
외교·안보 분야 종사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게 현안에 대비하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우선적인 노력을 쏟아야 한다. 무엇보다 위기 속에서 질서를 찾고 국정 운영이 조속히 정상화돼야 한다.
청와대는 호국훈련 시작에 맞춰 "북핵 문제 등 주요 외교 안보 사안을 흔들림 없이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수의 국민들은 청와대의 의지와 정책결정을 신뢰하지 않는다.
위안부합의·개성공단 전면중단·사드배치 등의 정책결정은 절차·국가안보·국가이익 모든 면에서 아마추어 수준이다. 지금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중요하다.
위안부 문제와 사드배치 문제의 이행절차는 일단 중단되어야 한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논의도 보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박근혜 정부는 마지막까지 국가안보가 아닌 정권안보를 위해 노력했다는 국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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