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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칼럼] 토찬兎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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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일반
  • 2023.03.01 11:54
 
 
토끼는 십이지 띠 동물 중 네 번째로 한자로 나타낼 때는 묘卯로 쓰고, 토끼를 지칭할 때는 토兎라고 말한다. 2023년은 계묘년癸卯年으로 육십 간지의 40번째다. 계癸는 흑색, 묘卯는 토끼를 의미하는 '검은 토끼해'다. 예부터 검은색은 인간의 지혜를 관장한다고 알려져 있다. 같은 토끼해라도 흰 토끼, 검은 토끼, 노란 토끼, 푸른 토끼, 붉은 토끼라고 따로 부른다. 이처럼 색깔을 나누는 것은 12간지의 앞에 붙은 천간天干의 오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다.
 
토끼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가장 친근하게 자리 잡은 동물 중 하나다. 조상들은 달 속에서 불로장생의 떡 방아를 찧는 토끼를 그리며 근심 없는 이상세계를 꿈꿨다. 우리 정서 속에서 토끼의 대표적 이미지는 꾀가 많고 영특함이다. 예를 들면 ‘별주부전’이나 ‘토끼와 거북’ 등에서 보여주는 여러 사건과 행동은 토끼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영물인 토끼Rabbit는 초식동물로 귀가 길고 꼬리는 짧다. 보통 등 쪽은 갈색 또는 적갈색, 배 쪽은 밝은색이거나 흰색이다. 그러나 종·서식처·계절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인다. 윗입술은 갈라졌으며 위턱에는 길쭉한 앞니가 있다. 뒷다리는 앞다리보다 훨씬 길고, 차는 힘이 대단해서 잘 뛰어다닌다. 그야말로 탈토지세脫兎之勢다.
 
전 세계에 사는 30종이 넘는 토끼를 크게 나누면, 굴을 파고 사는 굴토끼류(穴兎類)인 '집토끼Rabbit'와, 굴을 파지 않고 사는 멧토끼류(野兎類)인 '산토끼Hare'로 나눈다. 집토끼는 떼를 지어 사는 데 비해, 산토끼는 주로 혼자 산다. 집토끼는 계절에 따라 털 빛깔이 변하지 않으나 산토끼는 계절에 따라 털 빛깔이 바뀐다. 집토끼와 산토끼 사이에는 새끼를 낳을 수 없다. 성질과 생활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토끼는 집토끼로 야생종인 유럽 굴토끼를 가축으로 길들인 것이다.
 
토끼는 태어난 지 7~10개월이 되면 어미 토끼가 되어 새끼를 낳을 수 있다. 임신 후 1개월이 지나면 4~12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태어난 3주일 후면 어미 토끼와 같은 먹이를 먹기 시작하여 6주일이 되면 완전히 젖을 뗀다. 평균수명은 5년~13년이며 종에 따라 크기가 작은 종은 15cm, 큰 종은 70cm로 크기에서 차이가 있다.
 
토끼는 식성이 좋고 온순해 기르기 쉽다. 먹이로는 클로버·아카시아잎·콩·보리·고구마·옥수수 등이고, 하루에 2~3번씩 주되 젖은 먹이는 해롭다. 습기를 싫어하므로 집 토기를 기르는 토끼장은 건조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는 것이 좋다.
 
토끼는 보통 고기를 이용하는 토끼, 털을 이용하는 토끼, 가죽을 이용하는 토끼, 애완용 토끼 등으로 나뉜다. 고기를 이용하는 토끼로는 벨기에가 원산인 벨기에 종과 프랑스가 원산인 플레미시 종이 있고, 털을 이용하는 토끼로는 순백색의 긴 털을 가진 앙고라 종이 있고, 가죽을 이용하는 토끼로는 친칠라 종과 렉스 종이 있으며, 애완용 토끼로는 히말라얀 종과 플리시 종이 있다.
 
토끼가 가축화된 연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최초로 가축화된 곳은 유럽 남부 이베리아 반도Iberian Peninsula로 추정한다. 널리 퍼진 것은 15∼16세기 경이다. 유럽에서 처음에는 부녀자의 수렵용 또는 정원에 방사放飼하는 정도였다. 집토끼의 경우, 우리나라는 1900년대 일본으로부터 수입되어 사육되기 시작하였다.
 
오래전부터 전해오는 구전이나 동화 등에 등장하는 토끼는 귀여운 동물이자 꾀 많고 지혜로운 동물로 묘사되어왔다. 소파 방정환의 동화 ‘토끼의 재판’은 “나그네가 호랑이를 궤짝에서 꺼내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랑이는 나그네를 잡아먹으려고 했다. 그래서 나그네와 호랑이는 누가 옳은지 소나무와 길에게 재판을 받기로 했다. 소나무와 길은 호랑이가 옳다고 했다. 이때 토끼는 호랑이의 말귀를 못 알아듣는 척했다. 답답해진 호랑이가 다시 궤짝으로 들어갔다. 순간 토끼가 문고리를 잠가 호랑이를 다시 가두어 나그네는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다.
 
또한 구비문학 설화 ‘곰을 범한 토끼’는 우화로 지략담智略譚에 속한다. 기문奇聞에 교토탈화狡兔脫禍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는 이야기로 토끼는 독수리에 채었다가 모래섬에 던져져 굶어 죽게 되었는데, 마침 자라가 헤엄치고 있는 것을 보고, 자라의 화를 돋우어 자라들을 불러 모아 그 등을 밟고 물을 건넜다. 그러나 사냥꾼이 친 올가미에 걸려 죽게 되자 쇠파리를 꼬드겨 알을 슬게 한 뒤 죽은 체했다. 이를 본 사냥꾼이 보고 썩은 줄 알고 버렸다. 순간 토끼는 살아나서 달아났다는 설화로 토끼가 곤경에 빠졌다가 벗어나는 내용이다.
 
그런가 하면 작가 미상인 동물담 설화 ‘토끼와 호랑이’는 ‘호랑이에게 잡힌 토끼가 호랑이에게 자신은 뭇짐승들이 도망갈 정도의 강자라고 허세를 부린다. 호랑이는 자신의 앞에서 도망하는 짐승들을 보고, 이들이 토끼를 보고 도망하는 것으로 오해하여 자신도 도망한다.’는 내용으로 꾀보 토끼를 설화적 ‘사기꾼Trickster’으로 표현하었다. 이야기 결말에는 특정 동물들의 현재 모습과 습성이 생기게 된 연유를 밝히는 설명론적 모티브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처럼 동물 사기꾼은 대개 약자인 경우로, 강자로부터 생명에 대한 위협이나 무리한 요구를 받으면 겉으로는 강자에게 순응하는 체하지만, 속으로는 특유의 슬기를 발휘해 강자를 골탕 먹이고 위기에서 벗어난다. 이때 약자가 행한 속임수는 고의적이라기보다는 부득이한 상황을 대처한 자기방어적이라고 본다. 이런 이야기는 인간의 현실을 동물에 가탁하여 의인화한 우화라고 할 수 있다.
 
동물 담이자 지략담인 ‘죽은 체하는 토끼’ 역시 구비문학 설화로 토끼가 산에서 깡충깡충 뛰다가 그만 덤불에 다리가 걸리고 말았다. 다리를 풀려고 바둥거리다가 지나가는 똥파리에게 “똥파리야, 네 자손이 흥성하다니 내 털끝마다 쉬를 좀 실어다오.”하고 청하였다. 맘씨 좋은 파리가 쉬를 하얗게 실어주었다. 토끼는 죽은 듯 누워 있었다. 그때 나무꾼들이 노래를 부르며 산에 올라오다가, 덤불에 누워 있는 토끼를 발견하고는 잡아서 구워 먹자고 했다. 막상 토끼를 가까이 보니 구더기가 바글바글했다. 나무꾼들이 잡아먹겠다던 생각을 포기하고 작대기를 획 던졌다. 그 바람에 토끼가 덤불에서 다리를 풀고 빠져나와 도망을 치면서 “용할시고, 용할시고, 내 재주가 용할시고, 용궁에서 살아와서 세상에 나와 죽게 된 몸을 살렸으니 날 같이도 용할까.” 하더라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독립되어 전승되기도 하고, 거북의 꾀에 속아 용궁에 갔다가 살아나온 이야기 뒤에 연결되어 전하기도 한다. 토끼의 꾀에 얽힌 여러 가지 일화 중 하나이다.
 
동화 ‘토끼의 간’은 민족 전래 이야기인 별주부전을 원전으로 삼아, 어린이들을 위해서 동화로 엮은 것이다. 별주부전은 삼국사기의 김유신전에 나오는 것으로 이조 후기에는 판소리 다섯 마당의 하나인 수궁가水宮歌로 엮어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내용은 바다에 사는 용왕이 병을 앓게 되었는데 백약이 무효했다. 육지에 사는 토끼의 간이 병에 신통하다 하여 명을 받은 별주부는 토끼를 찾아 육지로 나온다. 이야기 절정은 별주부의 감언이설로 용궁에 잡혀 온 토끼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토끼는 간을 깨끗한 물에 씻어서 바위 위에 말려놓았노라고 둘러대어 용궁을 탈출해 나온다. 이 동화는 오랜 기간 이야기로 또는 판소리로 널리 알려지면서 풍부한 미학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설화 문학의 대표적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수궁가는 토끼타령兎打令 · 별주부타령鼈主簿打令 · 토별가兎鼈歌 라고 부르기도 한다.
 
비슷한 이야기 토끼전에서도 거북이 대신 자라가 등장한다. 자라는 비록 꾀가 많은 토끼에게 속았으나 용왕님의 병에 걸려 토끼의 간을 구해, 낫기 위해 육지까지 올라와 토끼를 데려오는 충성심을 나타낸다. 반면 거기서도 토끼는 자신의 죽음을 피하고자 용왕님을 속이고 자라에게도 화풀이하는 나쁜 주인공으로 묘사된다. 즉, 토끼와 거북이, 혹은 토끼와 자라 등이 등장할 경우 공통적으로 토끼가 어리석거나 나쁜 것처럼 보인다. 반면 거북이나 자라 등은 충성심이 있고, 게으름 없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토끼와 고슴도치에 관한 동화도 있다. 고슴도치가 잘난 체하는 토끼에게 달리기 시합을 제안한다. 고슴도치는 도착점에 아내를 숨어있게 하고 자신은 출발점에 서 있는다. 토끼가 출발점에서 도착점까지 오르내리는 동안 고슴도치와 아내는 "난 벌써 왔지."라며 승리 선언을 한다. 승부 근성이 뛰어났던 토끼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시합하다 피를 토하고 죽는다. 는 내용이다. 이 동화가 현대인들에게 시사 점은 가장 빠른 자가 되려는 사람은 결국 성급함 때문에 죽게 된다는 교훈과 메시지다.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현대사회는 빛의 속도로 비유될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성공을 위해 오로지 앞만 보며 질주해도. 세상의 속도는 그야말로 총알처럼 날아간다. 현대인의 뇌리와 인식 속에 자리 잡은 것은 빨리빨리가 깊숙이 박혀 있다. 전광석화 같은 생각과 행동들은 삼강오륜三綱五倫을 비웃고 천륜天倫과 인륜人倫을 버리고 나아가 환경보전 자연보호를 등한시해 대자연마저 파괴하는 무기와 폭력으로 변모한다, 폭력적 속도는 결국 인간세계를 파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유를 갖고 인생을 관조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지름길이다. 5분을 빨리 가려다 50년을 먼저 간다는 말이 암시하는 것처럼 속도를 내야 할 때와 속도를 줄여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그때 비로소 참 평화와 진정한 자유를 느껴 행복한 세상,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은 자명하다.
 
달 속에서 사는 토끼를 옥토끼 또는 은토끼로 표현하여 영적인 동물로 여겼다.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인도까지 달에는 토끼가 살고 있다는 설화가 남아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계수나무 밑에서 떡방아를 찧고 있는 토끼의 모습이 많은 문헌과 그림으로 남아 있다. 우리는 토끼가 떡을 찧고 있다고 전해지지만, 전통적으로 달 토끼가 만드는 것은 불로장생의 약이라고 한다.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송정동에서 토끼와 관련하여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약삭빠른 토끼’는 꾀 많은 토끼가 다양한 방법으로 영감을 골탕 먹인다는 소화笑話다. ‘옛날 어느 마을에 토끼 한 마리가 내려와서 녹두밭의 녹두를 전부 따 먹어 버렸다. 이에 녹두밭 주인 영감이 화가 나서 토끼를 잡아 삶아 먹으려고 했다. 영감이 솥에 토끼를 넣어 두고는 땔나무를 가지러 갔다. 그 사이에 토끼가 솥에서 나와 영감의 손자를 대신 넣어 두었다. 영감은 그 사실도 모르고 손자를 삶아 버렸다. 토끼는 지붕 위에 올라가서 영감을 놀려댔는데, 이에 화가 난 영감이 불을 질러 토끼를 죽이려고 했다. 그러나 토끼는 도망가고 집만 홀랑 다 타 버리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설화에는 꾀 많은 토끼 이야기가 많다. 꾀 많은 토끼는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저항하는 민중의 모습을 상징한다.
 
토끼는 별자리에도 등장한다. 토끼자리는 천구의 적도 남쪽에 위치한 별자리로. 오리온자리 바로 아래에 있다. 옛날 이탈리아 남쪽에 있는 섬에서 농부들이 토끼 떼의 극성으로 농작물을 망치기 일쑤였다. 이를 막기 위해서 하늘에 토끼 별자리를 만들면 오리온이 쫓아내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별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로는 오리온이 토끼사냥을 좋아했기 때문에 오리온의 발아래에 토끼자리가 생겼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토끼가 독수리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독수리자리의 반대편에 토끼자리가 만들어졌다고도 한다. 그런가 하면 고대 그리스 시대 시칠리아섬에 야생토끼가 너무 번성하여 먹을 풀이 모자라게 되자 토끼의 번식을 막기 위해 오리온과 사냥개 사이에 토끼자리를 만들었다고도 한다.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에 나오는 토끼는 매우 빨랐고, 거북이는 대단히 느렸다.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가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했다. 경주 중 토끼는 거북이가 느린 동작에 안심을 하고 중간에 낮잠을 잤다. 토끼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동안 거북이는 결승점을 통과했다. 잠에서 깬 토끼는 거북이가 자신을 추월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정신없이 뛰어갔지만, 결과는 거북이의 승리였다. 이야기에는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이 담겨 있다. 토끼는 똑똑하나 게으른 사람, 거북이는 똑똑하지는 못하나 성실한 사람을 상징한다. 하지만 서양에선 반대로 거북이가 토끼를 보고도 그냥 뛰어갔기에 공정하지 않으므로 거북이가 더 나쁘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는 경쟁과 목표 달성이란 두 가지 과제를 놓고 고민하는 현대인들에게 주마가편走馬加鞭용으로 자주 인용되는 우화다. 이야기는 ‘자신의 실력만 믿고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보다 노력하는 사람이 더 낫다.’는 것과 ‘약삭빠르게 재주를 부리는 것보다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토끼는 포식자들에 의한 사냥감의 대상이기에 항상 주위를 경계하고 민감한 모습을 보여, 겁이 많고 나약한 사람에 비유되기도 한다. “놀란 토끼 뛰듯 한다.”, “토끼 꼬리만 하다.” 등은 작고 약한 것을 느끼게 하지만 용궁으로 잡혀갔으나 기지를 발휘하여 다시 도망 나오는 내용인 토끼전 등의 이야기에서 토끼는 영리한 동물로 비치기도 한다.
 
미국 유명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지Playboy 紙의 로고는 넥타이를 맨 토끼 머리 형상이다. 토끼 머리를 로고로 만든 사람은 아트 폴Art Paul이라는 플레이보이지 초대 아트 디렉터Art director다. 그에 의하면 처음에 이것을 만들 때 놀기 좋아하고 장난기 있는 토끼의 이미지를 이용해 성적 코드를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며 턱시도까지 입혀 세련미를 더했다. 여기에 왕성한 번식력을 가진 토끼의 특징과 성인 잡지라는 플레이보이지의 성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서 이 토끼 로고는 크게 성공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된 ‘청자투각칠보문뚜껑향로靑磁透刻七寶文蓋香爐’는 뛰어난 예술성 작품으로 향로의 맨 아래에 귀가 쫑긋한 세 마리의 토끼가 등으로 향로를 떠받치고 있다. 달나라 토끼를 떠올리며 만든 것으로 추정한다. 달 토끼는 여러 문학작품에도 나와 아련하면서도 신성한 동물로 비치고 있다.
 
우리 민속문화에서 토끼는 꾀 많고 귀여운 동물로 인식됐다. 주변에서 늘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지만 달 속에서 방아를 찧는 상상의 대상인 토끼는 친숙한 동물이면서 신성스런 존재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동요 반달의 일부인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라는 가사처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달에 토끼가 살고 있으며, 토끼가 달의 정령과도 같은 상징성을 보여주는 민속신앙을 가지고 있다.
 
토끼는 약한 짐승으로 쫓기는 자의 상징이 되기도 하다. 왕성한 번식력은 약자의 생존전략 중 하나로 잡아먹히는 숫자보다 더 많은 새끼를 낳아야 종족을 보존할 수 있다. 일정한 발정기 없이 아무 때나 짝짓기를 해 새끼를 잉태할 수 있는 동물로, 인간을 제외하면 오직 토끼뿐이라고 한다.
 
토끼는 늘 같은 길로 다니는 습성이 있다. 봄이 오면 다른 동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빠르고 안전한 길을 안식처와 연결해 놓는 계획적이고 치밀한 동물이다. 교토삼굴敎兎三窟이란 말은 토끼가 굴을 팔 때 세 군데를 판다는 뜻으로 위험이 닥치기 전에 미리 준비해놓는 것을 의미한다. 비슷한 말로 토영삼굴兔營三窟이 있다. 교토삼굴狡兔三窟과 토영삼굴兔營三窟은 거의 같은 뜻으로 현재 자주 쓰이는 사자성어이다. 이 사자성어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위험 상황에 대비하여 이중삼중의 대책을 마련한다는 말로 사기史記 맹상군 열전孟嘗君 列傳에서 유래했다.
 
교토삼굴狡兔三窟은 생존을 위한 토끼의 지혜로 길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토끼에게 배울 점이다. ‘한 우물만 파라.’는 만고의 진리와 상충하는 말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해지는 현실을 참작하면 생존을 위해 토끼가 파는 세 개의 굴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교토삼굴狡兔三窟과 토영삼굴兔營三窟 외에 알아둬도 좋을 토끼에 관한 사자성어로는 개와 토끼가 쫓고 쫓기다 둘이 다 지쳐 죽으면 제삼자가 이익을 본다는 견토지쟁犬免之爭, 나무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다는 수주대토守株待兎,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의 모가지 비틀어 보신탕을 만들어 먹는다는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의 죽음을 여우가 슬퍼한다는 토사호비兎死狐悲 등이 있다. 이와 같은 사자성어는 교훈적 의미가 있어 삶의 지표가 되기도 한다.
 
신묘년辛卯年은 토끼해다. 오방색 중에는 푸른색이고 사계절로는 봄의 한가운데다. 음양오행에서는 양陽이요, 목木이다. 스마트Smart가 대세인 시대에 영리한 토끼에게서 삶의 지혜 한 수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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