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포자락 휘날리며 선비들 지혜 한 수 배워볼까

  • AD 내외매일뉴스
  • 조회 2114
  • 문화일반
  • 2016.10.21 21:07

기다란 도포자락을 흩날리며 풍광에 취하고 흥에 취한다. 옛 그림책 속에서나 있을 법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고요하리만치 평화로운 시골마을에서는 누구나 선비가 된다. 선비들의 정신이 오롯이 전해진다.

 

옛 선비들이 그랬듯 시조 한 수 읊으며 세상을 벗 삼는 그 순간만큼은 시간도 멈춘 듯 그대로다. 500년전 조선시대가 아닌 2016년 가을이라도 안동에서라면 가능한 일이다.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하회마을의 전경. 부용대 하회마을을 마주보고 있는 높이 60m의 절벽이다. 하회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부용대에서 바라보는 하회마을의 전경. 부용대는 하회마을을 마주보고 있는 높이 60m의 절벽이다. 하회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망대이기도 하다.

◆하회마을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가 600여년간 살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동성마을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도 와가와 초가가 잘 보존돼 있다.

 

마을을 중심으로 3개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마을 앞으로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기암절벽의 부용대,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과 울창한 소나무숲이 절경이다.

 

조선 전기 이래의 건축물과 하회별신굿탈놀이, 선유줄불놀이 등의 민속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어 안동의 전통문화를 이해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안동을 들르는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둘러봐야 할 곳 중 하나. 2010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하회마을 안에는 사적으로 지정된 병산서원, 보물로 지정된 충효당, 양진당 등의 고택 등 22점의 문화재가 보존돼 있다.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에서 가을의 무르익어 감을 느낀다.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에서 가을의 무르익어 감을 느낀다.

정갈하게 자리잡은 한옥들은 옷 매무새 하나도 허투루하지 않았던 옛 선비들의 모습을 꼭 닮아있다.
 
실제 125가구에 400여명의 주민이 하회마을에 살고 있다. 주민들이 관리가 어려운 한옥을 늘 쓸고 닦고 윤이 나게 관리한다. 한옥들 사이로 가을볕이 유난히 눈부시다.

 

◆하회별신굿탈놀이

하회탈은 12세기경인 고려 중엽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로 만든 가면이다. 가면의 사실적인 표정과 뛰어난 제작기법은 세계적 수준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로도 하회탈은 탈 중에서는 유일하게 국보로 지정돼 있다.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11개 종류의 하회탈을 쓰고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것이 하회별신굿탈놀이다.

탈놀이는 지배계층인 양반의 허위성을 폭로하고 피지배계층인 서민들의 삶의 애환을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하회마을에서 12세기 중엽부터 상민들에 의해서 연희됐으며 현재는 탈놀이보존회가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의 한 장면.
하회별신굿탈놀이의 한 장면.

이번 여행주간 동안에는 매일 오후 2시, 하회마을 초입의 하회별신굿탈놀이 전수관에서 공연을 볼 수 있다. 공연장은 시작 1시간 전부터 탈놀이를 보기 위한 인파로 만원이다. 자칫 여유를 부리다가는 1시간 길이의 공연을 꼼짝없이 서서 봐야 한다.

 

◆한국국학진흥원(유교문화박물관)

옛 선비들의 풍류에 취했다면 이제는 그들의 사상과 삶의 지혜를 들여다 볼 차례다. 도산면 퇴계로 1997. 우리나라 대표 유학자 퇴계 이황 선생이 후학을 양성했던 도산서원 인근에 위치한 한국국학진흥원에 가면 왜 안동을 선비정신의 수도라고 하는지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국학진흥원은 한국학 자료 가운데 특히 민간에 흩어져 있어 멸실 위기에 놓인 유교 관련 기록문화재들을 기탁받아 안전하고 과학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됐다.

 

‘유교문화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유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옛 선비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짐작해 본다.
‘유교문화박물관’에서는 우리나라 유교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옛 선비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짐작해 본다.

이 곳을 찾으면 오랜 세월동안 선비들의 삶에 많은 영향을 미친 유교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인 ‘유교문화박물관’도 만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유교’ 전문 박물관인 이 곳은 지난 2006년 개관했다.

 

박물관은 ‘유교와의 만남’, ‘유교와 수양’ 등 6개의 기본 전시실, ‘재지사림(在地士林)과 유교문화’ 등 3개의 주제 전시실 그리고 기획 전시실로 이뤄져 있다.

 

박물관에서는 대쪽같이 꼿꼿한 절개로 학문과 풍류를 즐겼던 엣 선비들의 생활과 정신을 체험해 볼 수도 있다.  

 

◆국학진흥원 장판각

장판각은 목판을 전문적으로 보관하는 장소다. 2개의 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동은 5만점의 유교책판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다.

 

유교책판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간행하기 위해 나무판에 새긴 책판으로 305개 문중·서원 등에서 한국국학진흥원에 기탁한 718종 6만 4226장으로 구성돼 있다.

 

장판각 내부의 모습. 유교책판이 빼곡히 정리돼 있다.
장판각 내부의 모습. 유교책판이 빼곡히 정리돼 있다.

이는 국학진흥원이 지난 2003년 목판10만장수집운동을 추진하며 벌인 사업의 성과다. 장판각에 보존된 유교책판은 지난해 10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박순 국학진흥원 문학박사는 우리나라에서 제작된 목판의 역사적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목판은 제작과정부터 공론에 의해 출판이 결정되고 또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십시일반으로 모으는 등 공동체적 출판의 성격을 띕니다.

 

또 그 내용은 대부분 스승과 선조들이 지은 원고로, 이들의 학문을 영원히 보존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지요.” 목판 하나에도 선조들의 삶과 가치관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박순 국학진흥원 문학박사가 유교책판 한 장을 꺼내 들어보이며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박순 국학진흥원 문학박사가 유교책판 한 장을 꺼내 들어보이며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습기, 빛, 먼지 등 보관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 유교책판은 따라서 외부 공개가 철저히 제한돼 있는데 이번 여행주간 중 단, 하루 공개된다. 안전한 보존을 위해 29일 하루 동안 5차례 회당 20명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제한 공개라는 점이 아쉽지만 보존이 먼저인 만큼 양보하자. 아쉬움은 11월 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1주년을 기념해 문을 여는 상설전시관에서 달랠 수 있다.

 

◆안동민속박물관 기획전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 중인 하회탈이 52년 만에 고향을 찾았다. 하회탈을 조금 더 자세히 공부하고 싶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라면 한 번 둘러볼 만 하다.

 

하회탈은 지난 1928년 무진년 별신굿 때 마지막으로 연희되고 마을의 신성한 공간인 동사에서 보관되다 1964년 고향 안동을 떠나 국립중앙박물관에 위탁 보관됐다.

 

이번 여행주간 안동민속박물관을 찾으면 52년 만에 고향인 안동을 찾은 국보 하회탈을 직접 볼 수 있다.
이번 여행주간 안동민속박물관을 찾으면 52년 만에 고향인 안동을 찾은 국보 하회탈을 직접 볼 수 있다.

국보 제121호로 지정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기획전에는 ‘하회탈 및 병산탈’ 전체 13점이 공개된다. 특히 국보 하회탈 및 병산탈, 하회별신굿탈놀이의 복원과정, 제작도구와 제작방법, 현대 제작 하회탈 등이 전시된다.

 

국보 하회탈 진품이 가진 조형미와 중요무형문화재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역사도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시 기간은 9월 27일부터 12월 11일까지이다.

 

◆월영교

길이 387m, 폭 3.6m의 월영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이가 긴 목책 인도교이다. 월영교의 이름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댐 건설로 수몰된 월영대가 이 곳으로 온 인연으로 지어지게 됐다.

 

다리에는 점핑날개 곡사분수대가 설치돼 다리 양 옆으로 시원한 물줄기가 뿜어져나오는 분수쇼를 볼 수도 있다. 다리 한가운데 있는 팔각정인 월영정에 앉으면 안동댐의 풍광이 한 눈에 들어온다.

 

애틋한 사랑의 사연이 담긴 국내에서 가장 긴 길이의 목책교인 ‘월영교’.
애틋한 사랑의 사연이 담긴 국내에서 가장 긴 길이의 목책교인 ‘월영교’.

월영교에는 부부의 애틋한 사랑이 담겨 있다. 먼저 간 남편을 위해 머리카락을 뽑아 한 켤레의 미투리를 지은 아내의 애절하고 숭고한 사랑을 기념하기 미투리 모양을 담아 다리를 지었다고 한다.
 
그래서 남녀가 이 다리를 함께 건너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2003년 개통됐다. 

 

이 밖에도 이번 여행주간 안동을 찾아가면 전통 다례, 짚 공예, 다식 만들기, 맷돌, 절구 체험 등 다양한 전통문화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안동지역의 특산물인 안동소주와 서양의 할로윈데이를 겨냥한 <안동귀신파티 ‘세계 귀신, 안동소주를 마시다>를 주제로 세계귀신 탈 만들기, 귀신 코스프레, 귀신 칵테일 쇼 등도 열린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이 바로 유교의 정신이다. 안동을 찾으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법을 배우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법을 찾을 수 있다. 옛 선비들이 들려주고 보여주는 삶의 지혜에 눈과 귀를 기울여보자. 이번 여행주간에는 선비가 되어 보자. 안동에서.

 

문화팀=정진이 기자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싸이공감 네이트온 쪽지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