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제16회 부부의 날 특별 칼럼>
부부夫婦란 무엇인가!
부부는 남편과 아내 사이로 결혼한 남녀를 함께 부르는 말이다. 순수한 우리 말은 ‘가시버시’다. 이는 부부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로 '가시'는 '계집' 또는 '마누라'와 함께 아내를 가리키는 옛말이다. 요즘에는 '각시'라는 말로 바뀌었다. 남쪽 지방에서는 시집가지 않은 여자를 '가시내'라고 하는데 여기서 '가시'는 아내뿐만 아니라 보통 여성을 낮추어 부르는 데도 기인한다. '가시버시'는 부부라는 말보다 정겹다. 또한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고 동거하는 남녀를 '뜨게부부'라고 한다. '뜨게'는 '흉내 내어 그와 똑같게 하다'라는 뜻으로 '부부 흉내를 낸 부부'라는 것이다.
부부는 경제적으로 공동생활을 하며, 자녀를 함께 양육한다. 아내를 존중하고 아끼는 남편을 자상한 남편이라고 하며, 남편을 존중하고 위해주는 아내를 현명한 아내라 한다. 사이 좋은 부부를 잉꼬부부라고 한다. 근대 이전에는 일부다처의 혼인 관계가 존재하였으나 요즘에는 일부일처제가 일반화됨에 따라 남편과 아내는 평등한 관계가 되었다.
어느 날 아내가 저녁상 앞에서 요 앞에 근사한 레스토랑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이 장사가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지나가는 말로 대답했다. 며칠 후 아내가 오늘 그 레스토랑 앞을 지나가는데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더라고 말하자, 남편은 ‘장사가 잘되나 보다’라고 흥미 없다는 말투로 대답했다. 아내는 남편의 무심한 듯한 표정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어서 이웃집 돌이 엄마가 그 레스토랑에서 비프스테이크Beefsteak를 먹었는데 진짜 맛있더라고 그 집 칭찬을 했다고 말했다. 남편은 ‘세프Chef 실력이 괜찮은가 보다’라고 대답했다. 사실 아내는 그 레스토랑에 가고 싶어 몇 번이나 언질을 주었지만, 남편은 못 알아듣는 것이었다.
남편과 아내가 대화를 나눌 때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특히 의사소통은 사랑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지만, 잘못되면 사랑이 깨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남편은 말을 마음속에 담아 놓고, 아내는 말속에 마음을 담아 놓기 때문이다. 이 말의 뜻은 남편과 아내의 언어가 다름을 말해주는 것이다. 남편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실만을 얘기하지만, 아내는 마음은 주거나 공감을 원한다. 그래서 부부간이 대화에서 아내는 남편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을 하고 남편들은 아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남편들은 아내의 말을 들을 때 문제지를 대하는 수험생이 되라고 한다. 이는 아내가 하는 말에 숨겨진 아내의 마음을 읽는 요령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창가에서 밤하늘에 뜬 보름달을 바라보던 아내가 달이 참 밝다고 말하면 대부분 남편은 보름달이니까 밝다고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거나, 밝은 달을 처음 봤느냐고 무안을 준다. 달이 참 밝다는 아내의 말속에는 당신과 함께 보름달 아래 손을 잡고 걷고 싶다거나, 근사한 커피숍 통유리 창가에서 달을 보며, 커피 한잔 함께 마시고 싶은 아내의 마음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다.
아내는 빙빙 돌려 말하는 특성이 있고, 남편은 생각나는 대로 뱉는다. 아내는 주로 간접화법을 쓰지만, 남펀은 직접화법을 사용한다. 여자는 감성적이어서 감정에 예민하고 남자는 이성적이어서 현실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집안일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 남편이 대답이 없거나 꾸물대면 아내는 힘들어한다. 또한 한 번이라도 집안일을 도와준 일이 있느냐며 짜증을 낸다. 아내의 말에는 혼자서 힘드니까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감정이 담겨 있지만, 남편은 한 번이라는 말에 욱해서 “한 번이라니? 지난번도, 저 지난번도 알아서 다 하지 않았냐며 되받아친다. 상황이 이쯤 되면 문제의 본질은 간데없고 한 번이냐? 두 번이냐?가 기나긴 냉전의 빌미가 된다.
아내와 남편의 갈등은 가슴과 머리 사이에 있다. 가슴과 머리의 거리는 불과 몇십 센티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거리의 다른 생각이, 부부간의 소통에 문제를 일으킨다. 부부 사이는 함께 사는 부부들도 모른다.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속마음을 이해하고, 접근하고, 반응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남편은 아내가 하는 말속에 숨어있는 감정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아내는 자신의 감정을 정중하면서도 적절하게 표현할 때 사랑하는 부부, 행복한 부부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아내는 남편에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다. 남편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잡고 비프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면 오늘 저녁은 외식하자고 말하거나, 보름달을 보고 달을 보니 옛날에 당신과 함께 바라보던 달이 오늘따라 참 밝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면 남편의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남녀가 부부로 살다 보면 좋은 날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대립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게 맞춰 주고 요구를 채워줬지만, 일단 가정을 꾸미면 상대가 모든 것을 내게 맞춰 주길 바란다. 돕는 사이에서 바라는 사이로 바뀌는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은 가정의 중심이 ‘나’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갈등을 풀어가는 데 있다. 갈등이 생기면 갈등 해소를 위해서 먼저 화해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남편과 아내는 근원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상대가 틀린 게 아니라 나와 다르다는 생각으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부부간의 사랑은 죽을 때까지 노력하는 것이지 결코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이가 좋은 부부들은 서로의 단점에 대해 불평하기보다 장점에 감사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또한 다른 사람 앞에서 상대를 칭찬을 잘하고 일상생활 중에 규칙적으로 같이 하는 운동이나 음악감상 활동 등에 있다. 어떤 일에 대해 너무 심각하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 유연하게 대처함으로써 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공감하고 처지를 바꿔서 생각하면 좋은 부부다. 싸우더라도 깎아내리거나 욕으로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도 필요하다. 퇴근 시에는 언제 집에 들어가는지 상대에게 알리는 행동도 좋은 관계에 도움이 된다. 서로를 배려하고 유혹하는 태도는 좋은 부부가 되는 지름길이다.
사랑의 묘약은 바로 공감이다. 공감이야말로 상대의 영혼을 안아 주는 것이며 당신은 나보다 더 소중한 나라는 메시지로 상대방의 사랑을 불러내는 명약이다. 서로 공감하는 부부, 소통하는 부부는 가정을 천국으로 만드는 이상적인 부부라고 할 수 있다.
매년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이날은 푸르른 5월에 두 사람(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가 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기념일이 있지만 부부의 날은 한 가정을 이룬 부부를 기념하는 날로 의미가 있다. 또한 부부의 날에는 지역이나 단체를 중심으로 전국 각지에서 지역별 부부축제와 부부음악제 등 부부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들 수 있는 많은 행사가 열린다. 뿐만 아니라 부부간에는 선물을 주고받거나 외식을 하며 이날을 기념한다.
금슬琴瑟 좋은 부부를 나타낼 때 흔히 원앙鴛鴦에 견주곤 한다. 원앙은 결혼하는 신부의 혼수품에도 빠지지 않는다. 신혼부부의 베개와 이불에는 꼭 한 쌍이 원앙을 수 놓는다. 그것이 바로 원앙금침이다. 원앙처럼 금실이 좋고 다복하게 살라는 바람과 의미를 담았다. 뿐만 아니라 옛 그림에도 자주 등장한다.
진晉 나라 최표崔豹는 고금주古今注(명물名物을 고증하여 엮은 3권의 책)에서 “원앙은 물새다. 오리 종류로 수컷과 암컷은 절대로 떨어져 살지 않는다. 사람이 한 마리를 잡아가면 남은 한 마리는 제 짝을 그리다가 죽고 만다. 그래서 원앙을 필조匹鳥 즉 배필 새라 한다.” 당唐나라 회안부지淮安府志에는 1470년 11월 염성鹽城 대종호大踪湖에 사는 어부가 주살誅殺(오늬와 시위를 잡아매고 쏘는 화살)로 원앙새 수컷 한 마리를 잡았다. 배를 갈라 가마솥에 넣고 삶았는데, 암컷이 따라와 울며 떠나지 않았다. 어부가 가마솥을 열자마자 펄펄 끓는 국물 속으로 암컷이 뛰어들어 죽었다.는 고사가 있다. 또한 이시진李時珍(1518~1593 : 명나라 의학자)은 본초강목에서 수컷은 ‘원鴛’ 하고 울고, 암컷은 ‘앙鴦’ 하며 운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원앙의 부부관계는 번식기에만 유지된다. 원앙의 수컷은 짝짓기가 끝나고 암컷이 알을 품으면 암컷을 떠나 다른 암컷을 찾아 짝짓기를 시도한다. 결국 알은 암컷 혼자 품게 되고 새끼가 태어나도 암컷 혼자 키우는 것이 대부분이다. 바람기 많은 수컷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동양에서는 원앙을 금슬 좋은 새의 대명사로 포장했다.
남편을 '남의 편'이라 말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가 하면 아내를 ‘안 해’ 즉 집 안에 뜬 해라고도 한다. '남의 편'이나 ‘안 해’는 결국 어렵고 힘들 때 제일 먼저 생각나고 도움받을 수 있는 부부다. 가끔 관계가 틀어지거나 원만하지 못하여 가정이 파탄 나고 자녀들이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하고 둘(2)이 만나 하나(1)가 되어 평생 함께 살라는 뜻에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생판 모르는 남남이 만나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고 살면서 뜻이 맞지 않아 미워하고 싸우면서 정이 들어간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문화가 다르고 취향이 다르고 식성이 다르다. 모든 것이 전혀 다른 사람이 만나 한마음 한뜻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독교에서는 결혼을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약속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된 두 사람이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하나님을 향해 올리는 맹세의 예배다. 그런가 하면 불가에서는 몇 겁의 인연이 있어야 만나게 되는 것이 ‘부부의 연’이라고 한다. 결혼이야말로 고귀한 만남이다. 고귀한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정성을 다할 때,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부부는 아웅다웅 살면서 좋은 일 나쁜 일을 함께 겪다 보면 서로에게 닮아가서 끝내는 한 사람인 듯 편안해진다. 눈빛만 봐도 상대의 기분을 알고, 말이 없어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웬만한 잘못을 모두 용서가 된다. 부부는 마주 보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행 관계다. 또한 네 것 내 것이 없는 것이 부부다. 주머니 역시 한 주머니다. 부모와 자식 간이나 형제자매간에도 한 주머니가 되기 어렵고, 되어서도 안 되는 요즘 세상이다. 마지막 순간까지 돌봐주고 보살핌을 받는 사이는 부부뿐이다. 사랑하고 아끼며 존중하고, 감사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고 자랑이 되는 부부야말로 성공적인 부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