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가서 야구만 보니? 나는 야구장에 놀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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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포츠일반
  • 2018.05.21 13:18
한국 프로야구 10개 구단 야구장은 테마파크에 버금가는 변신중
 
 

<내외매일뉴스=문이호 기자> 프로야구 관중 800만 시대다. 2016년과 2017년은 각각 800만 관중을 돌파했고, 올해는 지난 어린이날을 기점으로 이미 200만 관중을 넘어섰다.

 

야구장은 이제 각 구단의 골수팬을 위한 경기장이 아니라 어린이, 연인, 친구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놀이공간이 됐다. 가장 낙후된 구장이었던 넥센과 삼성 홈구장이 고척스카이돔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로 신축한 일은 사상 첫 800만 돌파의 기폭제가 됐다.

 

2017년 두산 베어스의 어린이날 이벤트 모습(사진=뉴시스)
2017년 두산 베어스의 어린이날 이벤트 모습(사진=뉴시스)


한국 프로야구는 현재 10개 구단이 활동 중이다. 이들의 홈구장은 관중을 모으기 위해 변신 중이다.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관계자는 “관중이 컵라면을 먹으며 야구를 보던 시절은 이제 지나갔다.

 

이제 경기력과 더불어 연인과 가족에게 얼마나 더 큰 즐거움을 줄 수 있느냐가 관중을 모으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야구의 경쟁 상대는 축구나 농구가 아니다. 테마파크다.

 

한국 프로야구 경쟁상대는 테마파크

SK는 2007년부터 스포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야구장을 만들었다. 전 세계 야구장에서 가장 큰 전광판인 ‘빅보드’를 설치한 것도 SK다. 올해 구장 개·보수에만 32억 원을 들였다. 인천 SK행복드림구장(문학구장)의 명소는 스카이박스다.

 

올해는 이 좌석이 140석에서 280석으로 늘어났다. 스카이박스는 실내에서 편안하게 야구를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든 독립된 공간이다.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이 구비돼 있다. 야외도 구역을 나눠 운영한다. 외야석에는 펍이, 지하에는 라이브존과 라운지가 있다.

 

1루의 4층 매점에서는 당일 오전에 예약하면 광어와 우럭회를 먹을 수도 있다. 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요일별로 이벤트도 진행한다. 4월 4일부터 수요일은 ‘커플 데이’로 정하고 커플 데이 때마다 커플 전용 그라운드 게임 대결, 프러포즈 이벤트, 스카이박스 좌석 업그레이드 이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직장의 회식 문화가 금요일에서 목요일로 바뀌자 목요일을 ‘직장인 데이’로 정했다.

 

직장인 데이는 직장 동료 간의 친목 도모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단체관람 팬들 간의 게임 대결, 명함 추첨을 통한 빅보드 업체 홍보 및 치어리더 치맥 배송 이벤트 등을 준비했다. 금요일은 여성 팬을 위한 ‘레이디 데이’다.

 

레이디 데이에는 선수와 함께하는 포토타임, 여성 전용 그라운드 이벤트가 펼쳐진다. 토요일에 진행했던 ‘패밀리 데이’는 2018년부터 일요일로 옮겼다. 가족사진을 가져오면 일반석 티켓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현장 구매할 수 있다.

 

대구 라팍 잔디석 판매율 86% 기록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는 경기 관람의 품질에 집중했다. 야구장을 기존 부채꼴 모양에서 팔각형으로 바꿔 ‘야구장의 품질을 한 단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돗자리를 펴놓고 가족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잔디석은 판매율 86%를 기록했다.

 

어린이 관중이 경기 중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놀이터나 모래사장을 만들어놓아서다. 파울 타구로부터 관중을 보호할 수 있도록 그물망은 7.5m에서 10m로 높여 달았다. 야외에는 ‘이승엽 36 Honor 포토존’이 설치됐다. 대구의 자랑이자 삼성의 전설인 이승엽을 기념하는 자리다.

 

롯데 자이언츠의 홈구장인 사직야구장도 개·보수에 들어갔다. 사직야구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 불린다. 부산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가 때문이다. ‘부산 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이 이들의 십팔번이다.

 

올해는 우익수 쪽에 응원단상을 추가로 설치했다. 기존 1루의 응원석과 ‘듀얼 응원’이 가능하다. 여기에 특정 선수와 감독을 응원할 수 있는 ‘이대호 응원존’과 ‘한수울타리석’도 마련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대호 선수가 1루수로 출전하는 만큼 1루 베이스와 가장 가까운 익사이팅 존을 이대호 응원존으로 만들었다.

 

 ‘한수울타리석’에서는 김한수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나눌 수 있다. 3루 익사이팅 존 쪽이다. 중앙 탁자석은 594석에서 1110석으로 늘어났다. 3루 탁자석도 454석이 새로 설치됐다.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방 크기에 따라 입장 인원과 가격이 달라지는 ‘프리미엄’ 스카이박스를 만들었다. 가장 좋은 방의 가격은 100만 원이다. 경기장 방향으로 난 테라스에 앉아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9억 원을 들여 펍도 만들었다. 생맥주를 판매하는 이곳은 1루와 3루 끝에 자리하고 있어 관중이 서서 맥주와 음료, 먹거리를 즐기면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사각지대에는 TV 3대를 설치해 스포츠 펍 분위기를 조성했다.

 

고척스카이돔 불금에는  ‘클럽 데이’

실제로 경기가 끝난 뒤에 클럽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구장도 많다. 고척스카이돔에서는 홈경기가 열리는 금요일에 ‘클럽 데이’를 연다. 경기가 끝나면 어둠 속에 현란한 조명을 켜고 여흥을 즐긴다. SK행복드림구장에서도 금요일이면 ‘불금 파티’가 열린다.

 

구장 안에 흥겨운 사운드가 쿵쿵 울린다. 남성 보이그룹 ‘레드 몬스터’가 공연을 하기도 한다. 경기 후 파티에 참여하는 관중의 수도 늘고 있다. 경기도 보고, 파티도 즐기고 일석이조라는 평가다. 젊은 관중은 금요일에 주로 몰린다. 이들은 이런 이벤트 때문에 “이기든 지든 경기장에 와서 경기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잠실야구장가서 삼겹살 먹어봤어?

잠실야구장은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함께 사용한다. 이곳의 명물은 삼겹살이다. 3층 옐로석으로 올라가는 길에 ‘통빱’ 삼겹살집이 위치해 있다. 한 시간 전에 전화로 주문하면 구운 삼겹살, 풋고추, 마늘, 오이, 당근, 김치, 쌈장, 상추 등을 포장해준다.

 

1층 1루석에는 왕십리 맛집인 어메불곱창도 입점해 있다. 곱창, 순대, 막창, 족발, 껍데기 등을 용기에 담아 판다. 티켓 판매소 앞에서 파는 파닭꼬치도 잠실의 명물이다. 연탄불에 직접 구워 숯불향이 고스란히 살아 있다. 

 

넥센의 홈구장인 고척스카이돔에는 최초로 중식 레스토랑이 생겼다. 좌석으로 배달도 가능하다. 수원KT위즈파크는 수원의 맛집인 진미통닭과 보영만두를 유치했다. 진미통닭에서는 솥에서 갓 튀긴 통닭을, 보영만두에서는 속이 꽉 찬 군만두와 새콤한 쫄면을 맛볼 수 있다.

 

라팍에 가면 납작만두에 수제 맥주를~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납작만두와 수제맥주를 먹을 수 있다. 대구 치킨이라 불리는 ‘땅땅치킨’과 만두 맛집 ‘로라방앗간’이 입점해 있는데 로라방앗간에서는 떡볶이, 납작만두, 모듬튀김, 치즈떡도그로 구성된 ‘만루홈런세트’를 판매 중이다.

 

펍에서는 대구 경북 최초의 지역 수제맥주인 대경맥주를 판다. 사직구장도 부산의 명물인 자갈치 꼼장어구이를 개시했다.

 

가장 먹거리가 유명한 곳은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다. 한화 팬들은 경기에 들어가기 전에 ‘농심가락’부터 들른다. 3루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걸쭉하고 새빨간 떡볶이를 파는데, 이 떡볶이부터 한 그릇 먹어줘야 ‘야구장에 온’ 느낌을 받는다.

 

이글스파크 구내매점에서 파는 ‘장충동 왕족발 바비큐’도 유명하다. 여기서는 보통 ‘문어마요청양’을 먹는데, 말린 문어에 마요네즈를 뿌리고 청양고추를 다져 넣어 감칠맛이 좋다. 경기를 보면서 먹기에 맞춤이다.

 

이글스파크에 가면 새빨간 떡복이 먹어줘야
 
SK 와이번스는 2016년부터 사용한 마스코트인 올빼미 와울을 이용한 먹거리도 개발했다. 행복드림구장 안에 입점한 와울베이커리에서는 와울만쥬, 와울빵 등을 판다. 트레이 힐만 감독의 이름을 딴 ‘힐만버거’도 있다.

 

함박스테이크로 패티를 만든 수제버거인데 미국 출신인 힐만 감독의 이름을 넣은 만큼 ‘정통 미국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켈리 선수의 별명 골든 키위를 따서 ‘골든켈리키위에이드’를 만들었는데 완판을 이루기도 했다.

 

올해 신상품은 산체스 선수 빵이다. 또 행복드림구장에는 ‘바비큐존’이 있다. 이용하려면 예매를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바비큐에 필요한 조리기구를 대여해주고 고기도 판매한다.

 

NC 다이노스의 홈 마산야구장에서는 경남 지역 생막걸리 업체 ‘맑은 내일’과 함께 만든 ‘단디마셔 막걸리’가 판매 중이다. 구단의 마스코트 단디가 그려져 있다. 수익금은 지역사회 공헌에 쓰이는 데다 구장 밖에서는 구할 수 없어 인기가 높다.

 

구장 내 카페에서는 NC의 내야수 박민우 선수의 이름을 딴 ‘민우에게 바나나’를 판다. 박민우 선수가 평소 바나나우유를 즐겨 마신다는 걸 팬들이 알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투수 이재학의 이름을 딴 ‘이재학 딸기주스’도 완판 아이템이었다. 선수의 얼굴이 자주 붉게 달아올라 만든 이색 주스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는 경기만큼이나 각 지역 구장의 먹거리도 관심사다. 구단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해 실시간으로 메뉴를 검색하고 평가한다. 이 별점이 메뉴에 다시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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