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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생활도 ‘풀뿌리’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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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일반
  • 2018.09.13 10:09

다이어트를 한다고 치자. 이미 무수히 많은 정보가 머릿속에 있을 것이다. 군것질을 끊고, 운동량을 늘리고, 늦은 시간에 먹는 것을 피하는 등 알고 있는 정보만도 수십 가지다. 알고만 있는 것과 행하는 것 중에 다이어트에 필요한 것은 당연히 후자. 행동이 우선되어야 습관이 바뀌고 그래야 생활이 변한다. 친환경 생활도 마찬가지다.

 

올여름을 강타한 폭염, 미세먼지 등의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 문제가 거대담론으로 형성됐지만 정작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나’와 ‘우리 가족’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환경생활지원센터’는 주민이 친환경 소비를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생겨났다. 2013년 경기도친환경생활지원센터가 전국 최초로 안산에서 개소한 이래 부산, 광주, 제주, 대전, 세종, 충북, 인천 등 총 8개소가 문을 열었다.

 

8월 말 인천 미추홀구에 8번째로 개소한 인천친환경생활지원센터  ⓒC영상미디어
8월 말 인천 미추홀구에 8번째로 개소한 인천친환경생활지원센터.(사진=C영상미디어)

 

친환경생활지원센터의 시초인 안산센터가 공식적으로 개소한 날짜는 2013년 5월 27일이지만 활동한 내역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안산센터의 전신은 안산녹색소비자연대다.

 

안산녹색소비자연대는 녹색살림, 녹색자치를 슬로건으로 안산 지역의 녹색소비문화를 만들고 널리 퍼뜨릴 목적으로 뜻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만들었다. 2009년 녹색소비자연대가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되면서 안산친환경상품지원센터로 변신했다.

 

친환경상품지원센터는 주로 소비자에게 친환경 소비를 하는 법을 교육하고 녹색제품을 주민에게 알리는 일을 했다. 이후 국내에 친환경 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환경부가 ‘친환경상품구매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녹색구매지원센터 설치 법안을 마련했다.

 

2011년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녹색소비문화를 만들고 널리 퍼뜨릴 수 있는 녹색구매지원센터를 설치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후 2년간 시범사업기간을 거쳐 2013년 환경부의 민관협력기관으로 새 출발했다.

 

9월 3일 전국 8곳 친환경생활지원센터 가운데 안산센터를 방문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안산센터 사무실에 들어서면 한쪽 벽면에 친환경 인증마크를 받은 제품을 전시해놓은 소규모 전시관과 ‘녹색소비자 10%를 향하여’라는 슬로건이 눈에 띈다. 유미화 안산센터장에게 녹색소비자 10%의 의미가 무엇인지 물었다.

 

친환경생활지원센터에는 친환경인증을 받은 제품을 진열해 놓은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사진=C영상미디어)
친환경생활지원센터에는 친환경인증을 받은 제품을 진열해 놓은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사진=C영상미디어)

 

지역사회로 스며드는 친환경 생활

 

“우리가 흔히 무언가를 바꿀 수 있는 임계치를 전체의 30%라고 말하잖아요. 30%까지 도달하기 전 10%까지 목표를 충족하면 비주류가 주류가 될 수 있는 힘을 얻어요. ‘녹색소비자 10%를 향하여’는 일반소비자 중 10%만 녹색소비자가 되면 녹색소비사회로 가는 발판이 마련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드러내는 수치인 거죠.”

 

10%의 녹색소비자가 녹색소비사회를 만든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녹색소비자는 얼마나 될까? 유 센터장은 안산시민 70만 명 중 1만 2000명 정도가 친환경생활지원센터에서 녹색소비교육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안산시민 중 1.2%만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도친환경생활지원안산센터는 경기도의 친환경 생활 형성과 확산을 도맡았다. 지난 5년간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활동하는 실무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친환경 소비를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함께했다.

 

그간 경기 지역에 배출한 친환경 생활지도자들이 각 지역에서 친환경 생활을 널리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환경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건 어린아이들도 다 아는 사실이에요. 친환경 생활을 원하는 주민들의 수요는 꾸준히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수요를 받쳐줄 만한 여건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죠.

 

그런데 또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서는 소비자를 찾기 힘들다고 토로해요. 그래서 저희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친환경 생활에 필요한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어요.”

 

친환경생활지원센터는 지역주민에게 친환경 생활을 전파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소비자가 쉽게 친환경 제품을 이해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녹색시장 활성화를 위한 모니터링, 녹색제품 생산기업 지원, 친환경 생활 교육, 민간협력활동 등 친환경 소비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활동을 도맡아 하고 있다. 

 

안산센터는 지역주민 모두에게 열린 공간이지만 센터를 거쳐 활동하는 사람 대부분이 주부다. 가족의 생활 전반을 관리하는 ‘어머니’들이 내 아이, 내 가족이 더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문제, 생리대 파동처럼 아이들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된 경우에는 특히 더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서 활동하는 주부들의 모습을 보면 ‘어머니는 강하다’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난다.

 

안산센터에서 특히 주부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곳이 ‘녹색소비 모니터링단’이다. 이들은 녹색소비에 대한 주민의 인식을 조사하고 지역에서 판매 중인 녹색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해마다 ‘올해의 녹색상품’을 선정해 체험 제품 중 우수한 제품을 공동구매하는 등 녹색제품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안산센터의 활동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은 크게 ‘학부모지도자’와 ‘활동가지도자’ 과정으로 구분된다. 활동가지도자 과정은 경기 지역에 형성된 14개 네트워크를 한 사람씩 도맡아 지역의 친환경 소비에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을 기획할 수 있는 역량 교육이 포함된다.

 

학부모지도자 과정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연령대 아이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학부모지도자 교육을 받은 이들은 안산 지역 교육기관을 방문해 아이들을 직접 가르친다.

 

안산 신길중학교의 경우 벌써 4년이 넘도록 친환경 생활 교육을 학교 커리큘럼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율학기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1학기 동안 학부모활동가가 선생님으로 활약하는 ‘녹색학교’ 프로그램으로 친환경 생활 전반을 공부할 수 있다.

 

9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친환경대전을 둘러보는 관람객. 친환경생활지원센터는 친환경대전에서 친환경 제품 홍보와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사진=C영상미디어)
9월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친환경대전을 둘러보는 관람객. 친환경생활지원센터는 친환경대전에서 친환경 제품 홍보와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사진=C영상미디어)

 

녹색학교 프로그램은 폐기물선별장 등 현장실습과 아이들이 직접 친환경 생활을 시민들에게 홍보하는 체험학습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학부모지도자로 활동한 최문희 씨는 안산시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에서 약 4년간 녹색학교 교사로 활약했다. 

 

“학부모지도자들은 아이들이 저마다의 눈높이에서 쉽고 재미있게 친환경 생활을 배울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하고 있어요. 처음 수업에 참여했을 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던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눈빛을 반짝이며 재미있어하니 다행이에요.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이 친환경 생활이라는 큰 틀에서 분리수거나 먹거리 같은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내요. 그리고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어요.”

 

아이들과 주부를 대상으로 한 교육, 녹색제품 홍보 등 친환경 생활을 전파하고 있는 안산센터는 앞으로 ‘녹색마을 만들기’ 사업을 중점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녹색마을 사업은 녹색제품의 생산, 유통, 소비가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친환경 제품 생산업체가 주민의 거주지에 근접한 녹색가게에 친환경 제품을 들여놓고 소비자는 녹색가게에서 친환경 제품을 꾸준히 구매할 수 있는 선순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1차 과제다.

 

안산의 골목상권을 지키고 있는 나들가게 두 곳을 녹색가게로 선정했다. 녹색가게가 위치한 골목에 있는 어린이집은 녹색어린이집, 학교는 녹색학교, 녹색마을의 주민이 쓰는 신용카드는 친환경 마일리지가 적립되는 그린카드 등 친환경 생활을 온 마을에 전파한다.

 

“친환경 생활도 민주주의처럼 풀뿌리, 지역사회에서 시작하는 게 중요해요. 말 그대로 생활이잖아요. 생활에 스며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아요. 나 자신에서 우리 가족, 우리 마을, 우리 지역으로 변화의 폭이 점차 커지다 보면 녹색소비사회로 가는 길이 그리 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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