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식용유로 개도국의 어둠을 밝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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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일반
  • 2019.07.31 11:51
사회적 기업 ‘루미르’

식용유 활용한 LED 조명 개발…혁신 기술·사회적 문제 동시 해결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일자리창출과 공동체 활성화 등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만든 회사가 있다. 이들은 사회적경제기업이라 불린다.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이 대표적이다. 사회적경제기업은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 기업등과 협업을 통해 유의미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왔다. 돈보다 사회적 가치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업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자네는 사회적기업의 개념을 알고 제품을 만들었는가?”

 

박제환 루미르 대표는 머릿속이 하야지면서 순간 말문이 막혔다. 지난 2015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심사 때 한 심사위원이 던진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한 것.

 

당시 대학생이었던 박 대표는 인도 여행을 다녀온 후 ‘가정용 무정전 전원장치(UPS)’를 만들어 각종 대회에 나갔다. UPS는 전기를 모아뒀다가 정전이 되면 자동으로 켜지는 원리를 이용한 장치다. 이 아이템으로 그는 각종 대회에서 대상과 최우수상 등 상을 휩쓸었다. 이미 발표에는 최적화 돼 있었고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었다.

 

하지만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질문 하나에 그는 ‘공모전 선수’에서 개도국 빈민가에 빛을 선물하는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폐식용유로 불을 밝힐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루미르K)로 전기 부족 국가의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했기 때문이다.

 

외부전력 없이 오직 식용유로만 작동하는 LED 조명 루미르 K.
외부전력 없이 오직 식용유로만 작동하는 LED 조명 루미르 K.

 

루미르는 뉴욕타임스 등 전세계 약 40개국 480여개의 언론매체가 소개하고, 인도네시아 정부와 대기업이 주목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성장중이다.

 

◇ 창업의 길을 터준 인도여행

2014년 당시 대학생이었던 박 대표는 친구와 인도 여행을 떠났다가 정전을 처음 경험했다. 시내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갑가지 불이 나간 것. 당황한 박 대표와 달리 현지 사람들은 태연했다. 주인은 담담하게 호롱불을 켰고 각자의 위치에서 모두 제 할 일을 했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전력 수요는 증가한 반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해 생긴 일이었다.

 

정전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현지민들이 안타까웠던 그는 귀국 후 빛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빛이 개발도상국에서는 절실한 문제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전기가 없이도 빛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그는 UPS로 가능성을 발견했고 2014년 루미르를 창업해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뛰어들었다.

 

◇사회적 가치를 찾다 

창업 후 첫번째 내놓은 제품은 촛불 램프인 ‘루미르 C’였다. 호리병처럼 매끈한 형태의 루미르C는 전기가 아닌 촛불로 작동한다. 램프 아랫부분에 자리잡은 작은 양초에 불을 붙이고 1~2분이 지나면 램프 상단의 LED 조명에 불이 켜진다. 성질이 다른 두 종류의 반도체에 온도차가 생기면 전류가 발생해 전기를 만들어 내는 ‘제베크 효과’ 때문이다.

 

이 제품으로  2015년 버클리대학에서 열린 소셜벤처 경연대회 글로벌 부문에 참석한 그는 심사위원이었던 한 버클리대 교수의 지적에 다시한번 큰 깨달음은 얻는다.

 

박 대표는 “한 교수님이 이 제품으로 몇명이 수혜를 받았는지, 하다못해 그들과 대화는 나눠봤냐고 질문을 하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며 “각종 대회에서 수상을 목표를 했지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고민을 하게 돼 그 이후부터 대회에 나가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민 위한 맞춤형 램프 개발

이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그는 2017년 인도네시아로 넘어가 10개월동안 현지 분위기를 익혔다. 빛의 절심함을 온 몸으로 느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더운 날씨 때문에 오전 6시에 등교해 낮 12시면 대부분 하교를 한다”며 “오후에는 가사일을 돕고 밤에 책을 봐야 하는데, 해가 빨리 떨어져 책을 보려면 호롱불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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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비전력 가구가 4000만~50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력 부족으로 호롱불에 의지해 책을 보고 있는 아이들.

 

 

인도네시아는 1만7000여개의 섬의로 이뤄진 나라로 이중 6000개의 섬은 여전히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황이다.

 

박 대표는 현장에서 식용유에 주목했다. 식용유는 인도네시아의 7대 필수품인데다, 식용유의 일종인 팜유생산 대국인 점을 감안했다.

 

이렇게해서 탄생한 ‘루미르 K’는 외부전력없이 오직 식용유로만 작동하는 LED램프다. 식용유에 불을 붙였을때 생기는 열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변환시켜 LED에 불을 켜는 원리를 이용했다.

 

식용유 1리터에 800원 정도면 200시간 사용이 가능해 1달러만 있으면 한달동안 램프를 켤 수 있다. 더욱이 루미르K는 일반 등유램프와 비교해 20%의 연료만으로 2.5배 밝은 빛을 낸다. 

 

식용유는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고 불이 잘 옮겨붙지 않아 안전성도 상대적으로 높으며, 폐식용유를 태울 수 있어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가격은 루미르C보다 훨씬 저렴한 25달러 수준이다.이는 코이카의 CTS프로그램에 선정돼 인도네시아 출장을 오가며 이룬 성과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주목하는 루미르

박 대표는 루미르 C 개발로 포브스 30세 이하 사회적기업인 30인(아시아)에 선정됐고, 세계 3대 인명사전 중 하나인 마르퀴즈 후즈 후 인명사전(Marquis Who’s Who in The World)에도 등재됐다. 

 

또 뉴욕타임스, ABC 뉴스, 가디언, CCTV 등 전 세계 유수 언론매체도 주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혁신적인 기술로 사회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대표적인 사회적인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제품 판매와는 별개였다. 낮은 브랜드 인지도로 판로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3월 론칭한 루미르 K는 올초 기준으로 인도네시아에 4300여개가 판매됐다. 국내 대기업들이 사회적 책임 일환으로 수주하고, 경기도 수원이 국제교류를 맺은 도시에 루미르K를 전달한데 따른 것이다.

 

좀처럼 확장성이 담보되지 않자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대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박 대표는 “인도네시아 살림(salim)그룹 계열사의 엑셀러레이팅을 받을 기회가 있어 관계자들을 알게 된 것이 인연이 됐다”며 “지난 5월 살림 그룹 회장과 직접 만나 합작법인과 투자 관련 MOU를 체결했으며 현재 서류 절차가 진행중”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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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환 대표가 살림 그룹 회장인 안토니 살림(Antony Salim. 사진 왼쪽)과 MOU 체결 후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살림 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편의점중 하나인 인도마렛(indomaret)을 1만5000개를 보유한 동시에 세계 최대의 라면 제조사이자 인도네시아 대표 가공식품업체인 인도푸드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유명하다.

 

살림그룹과 손을 잡으면 투자 뿐 아니라 판매 및 유통확보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인도네시아 편의점들이 에너지 공급으로 저녁까지 영업이 가능해 산업 활성화까지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정부도 인도네시아 칼리만탄섬에 4년동안 1만개씩 구매해주기로 해 올 하반기부터는 괄목할만한 성과가 기대된다.

 

◇개도국에는 희망을, 선진국엔 아름다운 조명 보급

루미르는 개도국 외에도 선진국을 타깃으로 한 제품을 출시하며 투트랙(two-track)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개도국에는 원가에 준하는 저렴한 가격에 식용류 램프를, 선진국에는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한 디자인 조명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박 대표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투트랙 전략을 통해 어둠도 밝히고, 아름다움도 알리면서 의미있는 결과물을 내고 싶다”며 "큰돈은 벌지 못하겠지만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을 계속 할 수 있도록 국내 대기업과 정부에서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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