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매일뉴스.내외매일신문 청와대= 방명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지키기 위해서 자체적 억지 방위 능력과 미국의 방위 능력 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탄도미사일 탄두중량 제한 해제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미사일 지침 개정과 첨단 무기 보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협조에 사의”를 표하고 “앞으로 관련 협력을 더 긴밀히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미국의 첨단 무기 구매를 타진했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라 주목된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25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하며 최근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해서 한·미 양국 간 공조를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첨단 무기’에 대해 “한국군 전력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늘 논의해왔던 얘기일 뿐”이라며 “구체적 실무 협의에 이르러 합의 결과가 나와야 (어떤 무기를 들여오는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라서 (지금으로선) 어떤 것도 정해진 것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여권에선 문 대통령이 강조해온 이른바 ‘한국형 3축 체계 조기구축’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해 우리 군의 ‘공세적 대응’을 주문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선제타격을 가하는 ‘킬체인’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북한이 핵·미사일을 사용하면 북 수뇌부와 주요 시설을 파괴·제압하는 대량응징보복(KMPR) 등 이른바 ‘한국형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을 강조해왔다. 실제로 청와대는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돼온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을 일축하는 대신, 한국형 3축 체계를 최대한 앞당겨 구축하는 것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설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함부로 넘보지 못할 정도의 든든한 방어 전력을 먼저 갖추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과 조국의 안위를 반드시 수호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향후 대화 국면이 왔을 때 대북 정책을 힘있게 밀고 나갈 국민적 동의 기반을 조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도 3축 체계 조기 구축을 위해 정찰위성 5기(2023년까지), 고고도 무인정찰기(글로벌 호크), 장거리공대지유도탄(타우루스), 탄도탄조기경보레이더-Ⅱ, 장거리지대공유도무기(L-SAM) 등을 구매하거나 개발할 방침이다. 또 중거리지대공유도무기(M-SAM) 사업인 철매-Ⅱ와 패트리엇(PAC-2) 성능개량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이 밖에 대량응징보복 전력으로 특수임무여단 요원들이 휴대하는 특수작전용 유탄발사기(40㎜ 6연발) 구매와 특수병력 수송용 CH/HH-47D 헬기의 성능 개량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대 초반까지 총 8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3축체계를 조기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선 3축체계 구축 과정에서 소요 예산이 두자릿수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방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내년도 국방예산안에선 3축 체계 조기구축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5240억원(13.7%) 늘어난 4조3359억원에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이런 언급과 관련해 “한-미 동맹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동맹 강화 차원에서 필요한 협조와 지원을 계속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다음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미국 뉴욕에서 다시 만나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한-미 동맹 강화 등 제반 방안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일본과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매우 정교한 군사장비를 상당히 증가한 규모로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당시 청와대는 이에 대해 “두 정상이 미국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첨단 무기 또는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해나간다는 원칙에 합의했다”고만 밝혔다.
한편, 두 정상은 이날 통화에서 최근 국제사회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 결의 채택 등 단합되고 확고한 입장을 보였음에도 또다시 미사일 도발을 한 데 대해 엄중히 규탄했다. 두 정상은 또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 정권이 도발할수록 더 강화된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을 받아 몰락의 길로 들어설 것임을 깨닫도록 더 강력하고 실효적인 제재·압박을 가하자”고 합의했다.
박 대변인은 이를 위해 두 나라 정상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더욱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관련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