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 ‘보안법’과 국제관계

  • AD 내외매일뉴스
  • 조회 7319
  • 칼럼
  • 2020.06.24 21:43
박 광 영
본지 발행인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대 자문교수
월드그린환경연합 총재
국제 가이아클럽 총재
전. 환경부 민관협력위원
전. 국회환경포럼 자문위원
 
 
1800년대 후반 당시 중국은 영국에게 일련의 전쟁에서 패배했고 홍콩은 영국의 식민지하에 있다가 영국의 특별 협정에 따라 1999년 중국에 양도됐다. 이것을 일국양제(on country, two system)라고 한다. 문제는 홍콩이 중국에게 속하게 되었지만 홍콩은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유지하도록 상대국인 영국과 홍콩시민들에게 약속했다.
 
중국은 외교·국방 외에 홍콩인 스스로 다스리는 ‘고도의 자치’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50년간(2047년) 약속했다. 하지만 홍콩의 ‘중국화’ 시도가 두드러지면서 양측의 갈등이 격화됐다.
 
특히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 즉 송환법 반대 시위도 ‘중국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됐다.
2019년 06월 09일 홍콩은 송환법 반대 시위로 엄청나게 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사건에 발단은 어떤 남자가 여자친구를 살해하는 사건으로 부터 시작됐다. 당시 대만의 한 여관에서 홍콩인인 찬퉁카이가 함께 여행하고 있는 여자친구 판샤오잉과의 다툼에서 판샤오잉을 살해하고 다음 날 그는 여자친구 시신을 자동차 트렁크에 넣어 주변에 있는 공원에 버린 뒤 홍콩으로 도망갔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홍콩 정부는 2019년 피의자를 대만으로 이송하여 그의 범죄에 대한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할 것을 제안했다. 문제는 그와 동시에 같은 사안이 중국 본토로의 송환도 포함시켰다.
 
대만은 피의자를 인도받아 대만에서 살인죄로 죄를 묻길 원했다. 하지만 홍콩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 조약이 없어 홍콩은 그를 법으로 대만에 보낼 수 없었다. 또한 그를 홍콩에서 처벌할 수 도 없었다. 이유는 홍콩 형법에는 ‘장소 적용 범위’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 장소 적용 범위: 홍콩 안에서 죄를 저지른 내국인과 외국인에게만 홍콩 형법을 적용
홍콩 행정장관인 캐리람은 중국 중앙정부와 홍콩 내의 친중파 의원들과 힘을 합쳐 이러한 허점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범죄인 인도조례 법안’을 밀어부쳤고, 결국 이것이 홍콩 시위를 일으킨 계기가 된 것이다.
 
 
홍콩 ‘보안법’ 미.중 갈등 핵심 이슈로 떠올라
 
홍콩 보안법이 미·중 갈등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미국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 지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홍콩보안법 제정 강행은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긴 것이라며 “홍콩에 대한 특별대우를 제거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3일 “중국이 홍콩 보안법을 강행할 경우 영국 이민법을 개정해 홍콩인에 시민권을 부여토록 하겠다”고 밝히는 등 서방의 공세도 강화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역시 중국 및 홍콩과 경제적으로 깊이 얽혀 있어 과감하게 보복 조치를 시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중국은 보고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이 홍콩을 제재하면 홍콩 주재 서방 기업들이 홍콩 시장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에 대가가 매우 클 것”이라며 “보복 조치는 미국에 더 큰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보안법 초안에는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국가안보공서’를 설치해 국가안보 업무 감독·지도, 정보수집·분석, 범죄사건 처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초안은 특정한 국가안보 범죄에 대해 관할권을 행사하는 것은 중앙정부의 통치권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중앙정부가 홍콩의 국가안보 범죄자를 본토로 데려가 수사·재판하는 근거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홍콩 정부가 설립하는 홍콩 국가안보수호위원회에 중앙정부가 파견하는 ‘국가안보사무 고문’을 두도록 해 중앙정부의 지침을 전달할 창구도 열어뒀다. 게다가 홍콩 행정장관이 국가안보 사건 담당 판사를 지명하도록 해 사법권 침해 논란도 일으켰다.
 
중국 내에서는 홍콩 보안법을 송환법 반대 시위 등에 소급 적용하고, 면책 특권이 있는 외교관이라도 국가안보 사건에 연루되면 면책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결국 홍콩 보안법은 중국 정부가 홍콩을 직접 통치하겠다는 선언으로 보인다.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겠다고 위협하지만 ‘체제 안전’이 지상과제인 중국은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미국도 홍콩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란 자신감이 깔려 있다.
 
한국, 홍콩의 위기를 기회로
 
중국은 우리 자본시장에서도 중요한 투자자다. 특히 최근 채권시장에서는 중국과 홍콩이 최대 매수세력일 정도다. 채권시장의 영향력은 곧 금리시장으로 이어진다.
 
또한 홍콩은 한국의 4위 수출 대상으로 수출액은 연 300억 달러 규모로서, 대부분이 중국으로 재수출되고 있다.
 
낮은 법인세와 안정된 환율제도, 항만, 공항 등 국제금융・무역・물류 허브로서 이점을 갖춘 홍콩을 중계무역 기지로 활용해온 것이다.
 
화장품, 농수산식품 등 품목은 중국의 통관・검역이 까다로워 홍콩을 활용한 측면도 있다. 따라서 홍콩의 허브 기능이 약화되면 한국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홍콩사태 악화는 잘 대처하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홍콩을 거치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차질을 빚으면 석유화학, 가전, 의료・정밀, 광학기기, 철강, 플라스틱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중국보다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 대미수출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홍콩의 금융허브 기능이 약화되면 그 기능이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데, 주로 싱가포르가 거론되고 있지만 서울도 대체 역할을 노려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금융경쟁력을 끌어올려 아시아 금융허브로 만들기 위한 방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 나가야 한다.
 
 
중국, 홍콩 버릴 수 없어
 
홍콩은 중국에 매우 귀중한 자산이다. 중국에 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은 홍콩 덕분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국양제 국가로서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보장되면서 홍콩의 역할은 더욱 발전되고 증대돼왔다.
 
더구나 중국의 제조업이 발전하면서 대중국 투자를 노리는 글로벌 자본들이 홍콩에 몰려들고 있다. 또한 중국 본토 자본들도 홍콩으로 진출만 하면 글로벌 시장과 만난다.
 
중국으로부터의 아웃바운드 투자와 중국으로의 인바운드 투자 기지의 역할이 더해지면서 홍콩의 위상은 더욱 증진되고 심화되어 왔다.
 
그러나 지금처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독주가 강해지는 가운데 보안법이 예정대로 시행되고 홍콩의 특별한 지위가 사라지게 되면 상당한 문제점이 노출된다.
 
자본이탈이 가속화되면 최악의 경우 홍콩은 주룽반도에 자리 잡은 도시 하나 수준으로 위상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중국은 홍콩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동원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1~ 5월 중국 자본 43조원이 홍콩으로 유입됐다는 통계도 있고 미국에 상장 예정이던 중국 기업들이 홍콩으로 방향을 튼다는 소식도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의미가 있고 홍콩의 지위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유럽연합(EU), ‘채찍과 당근’을 함께 제시
 
유럽연합(EU)이 중국과의 화상 정상회의에서 ‘채찍과 당근’을 함께 제시했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철회를 요구하면서도 중국에 숨통을 틔워 줄 전면적 투자협정을 반드시 체결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2일(현지시간)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화상 회의를 가진 데 이어 시진핑 국가주석과도 면담했다.
 
지난해 12월 EU 지도부가 출범한 뒤 처음 이뤄진 공식 정상회담이다. 최근 EU가 “중국이 코로나19와 관련해 ‘세계가 감염병에 대응할 시간을 벌어 주려고 희생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고 비판해 양측 간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진행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담에서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강행하면 매우 부정적인 결과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재고를 촉구했다.
 
지난 19일 유럽의회는 홍콩보안법이 실제 시행되면 EU가 중국을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해 제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EU 고위 관리는 “우리는 중국과 협력할 준비가 됐다. 하지만 우리는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에 걸맞은 책임을 짊어지길 원한다”면서 “감염병 사태로 일부 EU 국가들의 불만이 커졌다”고 AP통신에 전했다.
 
그럼에도 양측은 연내 포괄적인 투자협정을 체결하기로 한 기존 합의를 재확인했다. 그간 EU는 중국에서 사업하는 유럽 기업들이 EU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과 같은 수준의 대우를 받지 못한다며 대책 마련을 주장해 왔다.
 
중국도 머지않아 자국 내 미국 기업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고 새 자본 찾기에 나선 상태다. 투자협정 마련에 대한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리커창 총리는 “양측 지도부는 원대한 수준의 협정을 체결하기를 기대한다. 가능한 한 빨리 공정한 경쟁에 합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전인대, 홍콩 국가 보안법 처리 연기
 
올해 중국 입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가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홍콩 국가보안법(이하 보안법) 처리를 연기했다.
 
2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홍콩 보안법 초안에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 국가안보 담당 기구를 신설한다”며 “다음 달 임시회의를 열어 처리할 가능성이 큰데, 법안 초안에는 사실상 홍콩을 감시 통제하는 국가안보 담당 기구 신설이 담겼다”고 밝혔다.
 
이것은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주재 국가안보공서와 함께 홍콩 행정장관을 수장으로 하는 홍콩 국가안보수호위원회를 세운다는 것이다.
 
신화통신은 이어 “국가안보공서는 홍콩 내 국가안보 상황을 분석·평가하고, 홍콩 자치정부의 국가안보 업무를 지원한다는 것으로 특정 상황에서 국가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극소수의 범죄에 대한 관할권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보안법이 시행돼도 자치권이 보장되고 일반 홍콩 시민은 전혀 영향이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보안법 시행 전후의 홍콩은 완전히 다른 세계가 될 수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싸이공감 네이트온 쪽지 구글 북마크 네이버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