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돈 풀기’에 나서며 제로 금리를 유지해 온 미국이 지난해 한 차례 금리를 올린 후 1년 만에 다시 올린 것이다.
이로써 미국 금리 수준은 0.5~0.75%로 뛰었다. 미국 금리 인상은 한국 등 신흥국의 투자 자금 이탈 등 자본 위기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직접적인 변수다. 미국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을 ‘판도라의 상자’에 비견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미국의 1년 국채 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하면 우리나라 주식에 투자된 외국인 자금이 3개월 후 3조원 빠져나갈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 인상 때도 6조원의 투자 자금이 빠져나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내년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겠다는 뜻을 공식화했다. 만약 내년에 미국이 금리를 세 차례 더 인상한다면 한`미 간 금리가 완전히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금리 인상 소식에도 한국은행은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국내 경제 여건상 더 내릴 여지도 있지만 미국 금리 인상 부담 때문에 현상 유지를 택한 것이다. 1천3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에 발목이 잡힌 탓이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0.25% 오를 경우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이 2조250억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도 올리지도 못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내년에 한국이 2%의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내년 우리 경제가 맞닥뜨릴 상황은 올해보다 더 엄중하다. 초저금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내리고 미국이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인다면 한국 경제는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급변하는 환경과 대외 악재에도 우리의 대응 수단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 매우 제한적이다. 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은 사실상 손발이 묶인 상태다. 그렇다면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정책이 유일한 카드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국 혼란으로 경제 리더십과 정책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마당이다. 유일호 경제팀은 더 이상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단 1초라도 시간을 아껴 비상경제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경제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1997년 외환 위기를 20년 만에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먼저 정신 바짝 차리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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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매일뉴스/내외매일신문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