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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혁신으로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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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 2016.08.29 12:27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DOT
 

시각장애인도 시간을 확인하고 문자메시지를 받아볼 수 있는 스마트워치가 나왔다. 모바일 뉴스를 읽고, 페이스북의 댓글을 확인하고, 카카오톡으로 택시를 예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국내 기업 ‘DOT(닷)’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기기 ‘닷워치’ 덕분이다.

 

시각장애인은 닷 워치 표면에 있는 점자를 만져봄으로써 이 같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시계 안에 내장된 30개의 작은 핀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점자를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시계는 스마트폰과 연동돼 있어 스마트폰의 문자를 점자로 바꿔준다.

 

앞으로 닷 워치에는신호등 색상 알림, 발신자 확인, 스마트폰 위치 확인 등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다.

 

닷의 김주윤(26) 대표는 미국 워싱턴대 유학 시절 옆자리에앉은 시각장애 학생의 점자책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점자책은 그가 가지고 있는 일반 책에 비해 매우 두껍고 무거웠다.

 

조사를 해보니 일반 책을 점자로 변환해주는 점자기기 역시 2.5kg이나 되는 데다 가격도 500만 원이 훌쩍 넘었다. 김 대표는 닷 워치를 개발한 연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닷(DOT)’은 서울·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스마트 시계 ‘닷 워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아래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주윤 대표.
‘닷(DOT)’은 서울·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을 받아 시각장애인용 웨어러블 스마트 시계 ‘닷 워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아래 왼쪽에서 세 번째가 김주윤 대표.

 

무거운 점자기기 크기 20분의 1로 줄여
박근혜 대통령 ‘창조경제’ 사례로 해외 소개

 

“전 세계 2억8500만 명의 시각장애인 가운데 80%가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게 됐다는 사실을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많은 시각장애인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자살하는 경우도 많더군요.

 

사랑하는 연인이 보낸 문자메시지만 봐도 행복한 것이 삶인데 그들은 이조차 로봇같이 딱딱한 기계 음성을 통해 확인해야 하죠. 정보통신기술(ICT)을 통해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점자 핀의 자력 간 간섭을 해결하는 것부터 자석 핀을 고정해 전력 소모를 줄이는 문제, 어떤 디자인이적합한지 등 한 가지 기술을 해결하는 데만 몇 달씩이 걸렸다.

 

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이런 고도의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인은 소비력이 약해서 사업성이 없다’는 등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도 그를 불안하게 했다.

 

이때 김 대표의 눈에 띈 것이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가 주최한 ‘창조경제대상 : 슈퍼스타V’. 벤처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창업 경진대회인 이 대회에서 닷은 기존 점자기기에 쓰이는 세라믹 대신 전자석 코일을 활용해 크기를 20분의 1로 줄이고, 가격을 30만 원대로 크게 낮춘 자체 개발 기술로 미래부장관상을 받았다.

 

김 대표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전신인 드림엔터의 전문가 멘토링을 통해 제품 개발과 사업화에 대한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센터장인 박용호 멘토께서 직접 우리 제품에 대한 멘토링을 해주신 것은 물론 정부 관계자, 기업, 기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사업에 대한 확신이 없던 터에 레퍼런스 체크를 받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멘토들은 ‘시장은 작지만 타깃이 확실하고 반드시 필요한 제품인 만큼 스타트업에 적합한 업종’이라고 평가해주었고, 여러 투자처에서 펀딩을 받아 사업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15년 지역 특화 분야의 스타트업, 중소·중견기업에 성장과 글로벌 진출 등을 지원하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문을 열었다. 닷은 소속기업으로 활동하며 사업화에 대한 지속적인 도움을 받았다.

 

그해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에선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기술을 시연했고, 박 대통령은 올해 프랑스 순방에서 닷 워치를 창조경제의 사례로 소개했다. 이후 BBC, 타임 등 세계적 언론사가 ‘세계 최초’란타이틀과 함께 ‘실리콘밸리가 아닌 한국에서 나온 새로운 시장의 혁신’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닷 워치는 13개국으로부터 350억 원 규모의 선주문을 받은 상태다. 95% 넘는 주문이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다. 점자기기는 정부의 보조를 받는 경우가 많아 각국 정부에 조달하는 형태(B2G)로 수출 계약이 성사되기도 한다.

 

닷의 최아름 팀장은 “시장이 작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면서 “이를 위해 한글과 영어 점자 두 가지를 지원하는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닷 워치는 시계 안에 내장된 30개의 작은 핀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스마트폰의 문자를 점자로 바꿔준다. 닷은 기존 점자기기에 쓰이는 세라믹 대신 전자석 코일을 활용해 크기를 20분의 1로 줄이고 가격도 30만 원대로 낮춰 ‘2014 창조경제대상 : 슈퍼스타V’에서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수상했다.(사진=DOT)
닷 워치는 시계 안에 내장된 30개의 작은 핀이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스마트폰의 문자를 점자로 바꿔준다. 닷은 기존 점자기기에 쓰이는 세라믹 대신 전자석 코일을 활용해 크기를 20분의 1로 줄이고 가격도 30만 원대로 낮춰 ‘2014 창조경제대상 : 슈퍼스타V’에서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수상했다.(사진=DOT)

 

SK 지원으로 MWC에서 제품 최초 공개
시장 작음에도 13개국 판로 뚫는 쾌거

 

닷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3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 2016(이하 MWC)’에서 최초로 닷 워치를 공개한 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닷이 MWC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건 SK그룹의 지원 덕분.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와 협력해 ICT 기업을 지원하는 SK는 ‘브라보 리스타트’ 프로그램을 통해 닷 워치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기획 컨설팅부터 개발 자금, 사무공간까지 지속적으로 지원해왔다.

 

MWC는 닷을 ‘창조경제의 대표 회사’로 소개하며 세계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해줬다. 최 팀장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시작한 사업이 전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까지는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며 말을 이었다.

 

닷은 올 연말 본격적인 닷 워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정부부처, SK텔레콤과 협의해 점자교육 디바이스 ‘닷 미니’, 대중교통에 활용할 수 있는 ‘공공점자’ 등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가장 역점을 두는 건 태플릿PC 형태의 ‘닷 패드’다. 미래부의 ICT 유망기술 개발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닷 패드는 수학 수식 계산, 도형, 함수 등 기존 기술로는표현하지 못했던 도형과 이미지까지 읽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가치를 드높이는 기업이 되고 싶다”면서 스타트업으로서의 바람을 전했다.

 

“시각장애인들을 직접 만나보면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겸손해지게 됩니다. 기술을 통해 그들을 자유롭게 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려면 닷이 성공하는 것은 물론 시장의 파이가 커져야 합니다.

 

소수의 핵심 가치를 위해 일하는 우리 같은 작은 기업은 실패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실패한 기업에도 기회를 주는 창구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특히 젊은 창업자들이 하기 힘든 일이 많습니다.

 

치기 어린 대학생 세명이 시작한 닷도 창조경제혁신센터 멘토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아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은퇴 창업자와스타트업을 연계해주는 등 센터를 통해 더 많은 지원 혜택이 생겨 스타트업이 어깨를 활짝 펴길 바랍니다.”

 

실버팀=황석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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