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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용작물 재배·농장 체험…농사도 분산 투자 필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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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청
  • 2016.06.06 19:58

“겨울에 벌통을 열면 수벌들이 다 죽어 있어요. 일벌들이 죽인 거예요. 왜 그런 줄 아세요? 적은 양식으로 긴 겨울을 나고 봄에 새 가정을 꾸려야 하기 때문에 일은 못하고 번식하는 데만 쓰이는 수벌은 필요가 없어요.

 

잔인한 것 같지만 꿀벌의 본능을 보면 아주 영리한 거죠. 여왕벌도 제역할을 못하면 쫓겨나요. 벌집 운영을 잘할 수 있는 새여왕벌을 추대하는 거죠. 한 벌집 안에 여왕벌이 두 마리가 있으면 안 되거든요. 신기하죠? 벌집은 하나의 완벽한 민주주의 공화국이에요.”

 

동화 같은 재미난 꿀벌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곳은 유치원도, 학교도 아닌 농장. 최창학 씨는 농장을 찾아온 이들에게 아낌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 보인다. 최 씨의 이야기가 유난히 생동감 넘치는 이유는 책 속이야기가 아닌, 그가 직접 벌을 키우며 눈으로 보고 느낀 살아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때만 맞는다면 벌통도 열어 보여준다. 살아 있는 자연의 모습을 보러, 작가가 지어낸 이야기보다 더 흥미로운농부의 이야기를 들으러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곳은 최창학(57)·이윤경(51) 씨 부부가 일구는 ‘다믈농장’이다.

 

경기 평택시 팽성읍 노와리에 위치한 다믈농장에는 꿀벌뿐만 아니라 스테비아, 마카, 작두콩 등 수십여 종의 특용작물과 블루베리, 구즈베리 등 베리류 과일이 사시사철 농장을 풍성하게 만든다.

 

다양한 작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신기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 씨는 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참가자들은 벌꿀과 열매를 직접 수확한 뒤 맛을 보고 부부가 내는 퀴즈도 풀어본다.

 

부부는 체험이 현장에서 끝나지 않도록 모종 심는 법을 알려주고 이를 집으로 가져가 가꾸도록 한다. 일반 가족 단위 방문객은 물론 기업에서도 봉사활동이나 예비 은퇴자를위한 체험으로 이곳을 찾는다.

 

입소문을 타면서 방과 후 수업을 개발하는 업체의 제안으로 초등학교에 스테비아 모종을 납품하고 함께 교재도 개발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스테비아를 키우면서 스테비아가 우리 몸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배운다. 최 씨는 앞으로 체계적인 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현재 경기농업대학 농업강사과에서 수업을 듣고 있다.

 

“인근 중학교와 연계해 자유학기제 프로그램으로 농장 체험을 활성화할 계획입니다. 가족 단위로 이곳을 찾는 분들을 위해서 ‘농장 카페’를 만들어볼 생각도 하고 있고요.

 

여기서 나는 특용작물과 과일들을 즉석에서 갈아 주스로 만들 수 있으니 안성맞춤이죠. 아이들부터 은퇴자들까지 농장에서 해볼 수 있는 게많아요. 우리 부부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걱정이죠 뭐~.”

 

다믈농장 운영하는 최창학·이윤경 씨 부부.
다믈농장 운영하는 최창학·이윤경 씨 부부.

 

암 투병 8년간 건강식품 찾아 귀농 준비
농부가 들려주는 작물 이야기에 사람들 발길 이어져

 

2013년 시작된 이들 부부의 귀농은 이처럼 6차산업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농업의 6차산업화란 단순재배 농업(1차)에 제조업(2차)과 서비스업(3차)을 결합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다믈농장이 체험 농장으로 발전하게 된것은 특용작물을 구하기 위해 직접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발길이 이어지면서부터다.

 

부부는 1만4850㎡(약 4500평)의 부지 3분의 1에 수십여 종의 특용작물을 재배한다. 특용작물이란 신체에 특별한 효능이 있는 식용작물을 일컫는다.

 

그러나 특용작물은 쌀이나 보리같이 일반 작물에 비해 수요가 극히 적기 때문에 이를 유통하는 판로가 딱히 없는 것이 현실. 부부는 농작물을 평택의 로컬푸드 매장이나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 등 누리소통망(SNS)을 통해 100% 직거래로만 판매하고 있다.

 

이 같은 이유로 건강을 위해 특용작물을 찾는 이들이 직접 농장을 찾아와 구입해가는 덕에 오히려 농장이 유명해졌다. 부부는 농장에 가공시설을 갖춰놓고 특용작물을 말리거나 가루나 즙으로 만들어 포장하는 작업까지 하고 있다.

 

부부가 특용작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11년 전 아내 이윤경 씨가 유방암 진단을 받으면서다. 머리카락은 물론 손톱과 발톱이 빠지고 혀에 구멍이 나 물도 삼킬 수 없는 혹독한 항암치료를 받으며 남은 생은 건강을 위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때부터 부부는 전국을 돌며 몸에 좋은 특용작물이 있다는 곳은 어디든 찾아다녔고, 특용작물 권위자를 직접 찾아가 작물 재배법도 배웠다. 본격적으로 귀농한 건 이 씨가 완치 판정을 받은 2013년이지만, 항암 치료를 받는 8년 8개월 동안이 전부 귀농을 위한 준비시간이었다.

 

“집 옥상에서 양봉도 해보고 각 농업기술센터, 농업기술원에서 하는 귀농 수업도 열심히 들었습니다.

 

20년간 교사 생활만 해온 우리가 귀농하고 싶다고 당장 해선 안 될 거란 걸 알았죠. 땅값 비싼 평택 땅에서 지금 농장 부지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8년 동안 이곳저곳 열심히 둘러보고 다닌 덕분이에요.”

 

 

농사엔 대박 없어…한 작물 ‘올인’ 금물
고정수입 얻을 작물 절반 이상 재배해야

 

부부가 요즘 가장 공들여 재배하는 건 스테비아다. 당도는 설탕의 200~300배에 달하지만 칼로리가 거의 없고 혈당 수치까지 낮춰준다.

 

부부는 전 세계가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황에서 스테비아가 슈퍼푸드로 각광받으리라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부부는 스테비아에 ‘올인’하는 대신 다양한 작물에 ‘분산 투자’한다. 그리고 귀농을 꿈꾸는 이들은 반드시 한 작물에 올인하지 말 것을 귀띔했다.

 

“농사에는 대박이 없어요. 땀 흘린 만큼만 되돌려받는 거죠. 게다가 1년 동안 태풍, 질병, 경기 등변수가 너무 많아서 수익을 예측할 수 없어요.

 

특용작물은 특히 유행이 심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재배하면서 시장 상황에 따라 수확을 늘리거나 줄여야 해요.

 

귀농인들은 기존의 농업인들이 해보지 않은 도전을 하려는 혁신성이 장점이지만, 경험이 적은 만큼 여러 가지 작물을 재배해보면서 조심스럽게 투자해야 해요.

 

우리처럼 벌꿀과 체리 등 고정수익을 낼 수 있는 작물을 절반 이상 하는 게 안정적입니다. 다른 측면에선 수확기가 다른 여러 작물을 재배하면 1년 내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죠.

 

직장인들이 하루 8시간씩 일하듯 농사꾼들도 1년 내내 열심히 일하면 농사가 돈 안 된다는 말은 나올 수 없어요.”

 

부부가 이곳에 처음 정착했을 땐 “저 부부는 만날 공부만 한다”, “이상한 것만 가져다 키운다”며 의심 어린 눈길을 보냈던 이웃들도 이젠 특용작물을 신기해하며 모종을 가져다 직접 키운다.

 

수확한 콩이 안 팔려 쌓아뒀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하는 이들도 있다. 부부는 이웃들을 도와 마을기업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농사는 이웃과 함께할 때 더많은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준다는 게 이들의 철학이다.

 

“평생 한 가지 작물만 재배해본 이웃 농민들이하나둘 특용작물을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같은 작물을 키우다 보면 정보도 교류할 수 있고 판로도 더넓어질 거예요.

 

마을 전체가 특용작물 특화 농촌이 되는 거죠. 농사지어 우리만 부자 될 생각 없어요. 우리 이웃들, 다믈농장을 찾아오시는 분들이 모두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는 농사를 짓겠습니다.”

 

최창학·이윤경 부부의 귀농 성공 Tip

 

경기본부= 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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