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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없는 30가구 가족처럼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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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남
  • 2016.06.06 19:55

최근 들어 은퇴 이후 평화로운 전원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인 분위기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도 도시민들이 농촌으로 이주해 살 수 있도록 적극적인 귀농·귀촌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전국 곳곳에는 귀농·귀촌인들이 살기 편하도록 정부와 농촌마을이 협력해 만든 전원주택 마을이 조성돼 있다. 그중 가장 성공적인 귀농·귀촌마을로 꼽히는 곳은 경북 상주시 이안면의 ‘녹동귀농마을’이다.

 

기자가 녹동귀농마을을 방문한 날은 촉촉한 5월의 봄비가 내렸다. 내리는 비 덕분에 운치 있는 마을 입구의 오솔길을 한참 걷다 보니, 깨끗하게 지어진 마을에 다다랐다.

 

귀농마을이라고 해서 농촌의 평범한 집들이 모여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치 외국에 온 것 같은 멋진 집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30가구의 집들은 모두 저마다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 법한 아름다운 전원주택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일까’라고 생각하던 중 마침 한가로이 마당의 조경을 손질하고 있던 노부부가 인사를 건넸다.

 

 

녹동귀농마을에서 만난 이종하·고봉단 씨 부부.
녹동귀농마을에서 만난 이종하·고봉단 씨 부부.

 

해 뜨면 활동하고 해 지면 자고
자연의 순리대로 사는 삶

 

이들은 2009년에 이 마을로 내려와 살기 시작한 이종하(71)·고봉단(71) 부부였다. 이 씨는 경기도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한평생을 보내고, 정년퇴직한 후 이곳에 내려왔다고 한다.

 

“제 꿈이 퇴직하면 시골로 내려가서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2006년 어느 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전원주택 박람회에 갔다가 경북 상주에서 귀농·귀촌마을을 조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자리에서 신청했습니다.”

 

그렇게 이 씨는 140평 부지에 25평형의 전원주택을 짓고, 아내와 함께 꿈에 그리던 전원의 삶을 살게 됐다. 9년째 상주에서 인생의 노년을 평화롭게 보내고 있는 요즘, 이 씨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

 

“도시에서 살 때는 밤낮이 없잖아요. 하루 24시간 매일 전쟁 속에서 사는 것 같고요. 그런데 자연 속에 와서 살고 있으니 세상 걱정이 하나도 없어요. 해 뜨면 활동하고 해 지면 자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고 있죠. 집이 진정한 쉼터 같아요.”

 

상주시는 귀농자들의 목적과 욕구를 잘 파악해 귀농·귀촌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등 맞춤형 귀농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녹동귀농마을은 2005년 정부가 추진한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이안면 마을의 입주자 회의를 거쳐 시행하게 됐다. 2005년부터 마을을 정비하고 주민 이주 및 건축 공사를 시작해 2010년에 이주민들이 입주하면서 최종 마무리가 됐다.

 

그렇게 녹동귀농마을은 12가구의 기존 주민들과 18가구의 귀농·귀촌 가구가 모여 아름다운 마을을 이루며 전국 최고의 귀농·귀촌 1번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이주해 한 마을에서 모여 살다 보니 마을 주민들의 사이는 ‘이웃’이라기보다 ‘가족’의 개념에 더 가깝다. 특히 모든 집들에 담이 없어 옆집 창문이나 마당에서 손을 흔들면 건너편 집 마당이나 거실에서 서로 인사도 할 수 있다.

 

이종하 씨는 “우리는 평생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농사일에 직접 뛰어드는 게 쉽지 않다”면서 “집 앞 텃밭에서 우리 부부 먹을 정도의 채소를 키우며 여유 있게 노년을 보내는 삶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녹동귀농마을은 도시생활에 지친 귀농·귀촌인들에게 그렇게 제2의 고향이 됐다.

 

“저희 부부는 이곳에서 남은 평생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누군가는 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내려가면 불편하지 않느냐고 물어보는 데, 전혀 그런 걸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이제 이 마을이 저희 부부의 고향입니다.”

 

 

영남본부= 송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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