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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 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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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도권
  • 2016.05.06 22:28
장애인 바리스타 양윤정 씨
 

“바닐라 라테를 제일 좋아해요. 카페 모카는 만들기에 좀 어려운 것 같아요.”

 

3년의 교육기간을 거쳐 바리스타가 된 양윤정 씨. 그는 요즘 하루하루가 기쁘다.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1층에 입주한 카페 ‘꿈앤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기 때문. 가끔은 손님들을 응대하기가 수월치 않을 때도 있지만, “손님들에게 커피를 맛있게 만들어드릴 수 있어서 좋고, 서로 웃어주고 인사할 때면 행복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가 직접 내려준 커피는 맛이 있었다.

 

양 씨는 지적장애 1급이다. 그는 3년 전 바리스타 교육을 받기 전에는 재봉 일을 했다. 커피를 배우고 나서는 부모님께 아메리카노를 만들어드리면서 바리스타의 꿈을 키워왔다. 훈련기간에도 자신을 바리스타라고 생각했던 그는 앞으로의 꿈 또한 바리스타다.

 

“앞으로 멋있는 매니저님처럼 커피 잘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양 씨가 일하는 ‘꿈앤카페’는 지난 3월 말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에 공간을 마련해 양 씨를 비롯한 4명의 중증장애인을 바리스타로 고용했다. 이 카페는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을 위해 한국장애인개발원과 공공기관이 앞장서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카페(가게) 시설 설치비와 인테리어 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카페는 지역사회 주민들과 자연스레 교류할 수 있도록 공공건물 안에 설치하고, 중증장애인을 직접 채용토록 해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운영은 지역 장애인복지기관이 맡는다.

 

2012년 11월 경기 의정부시청을 1호로 올해 4월 현재 전국에 꿈앤카페(가게) 41곳이 문을 열었으며,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 서울시 용산구청, 제주권역 재활병원, 공군 18비행단 등에 설치됐다. 현재 발달장애, 지체장애, 정신장애를 앓고 있는 138명의 중증장애인이 활동하고 있다.

 

장애를 딛고 바리스타가 된 양윤정 씨가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장애를 딛고 바리스타가 된 양윤정 씨가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손님들에 맛있는 커피 건넬 때 가장 행복”
3년간 바리스타 교육 받고 3월부터 ‘꿈앤카페’ 취업

 

경기도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이나리 사무국장은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들이 아주 만족하고 있다”며 웃는다. 그동안 장애인의 일자리는 대개 운반이나 조립 등 제조업에 국한돼 있었기 때문에 바리스타라는 직업이 이들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사실 ‘자폐성 장애인들이 유연하게 손님을 응대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가장 관건이었어요. 그런데 되더라고요. 뼛속부터 자폐를 가지고 있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손님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저희도 무척 놀라웠어요. 카페 환경은 의도대로 나오지 않는 곳인데, 가공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가르침은 더 컸습니다.”

 

아직 문을 연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지금은 청사나 카페나 서로 적응하고 있는 기간이지만, 공공기간에 입주해 있다 보니 서로의 처지를 충분히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이곳이 장애인에게 개방됐다고 하니 앞으로 장애인이 접근하지 못할 곳은 없다, 진입 장벽이 깨졌다는 걸 느꼈어요. 쌍방향 인식 개선 효과가 있어요. 전에는 장애인 관련 일을 할 때는 일방향이었죠. 그런데 이곳에서 일하다 보니 우리가, 정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공무원들의 입장을 알게 됐습니다.”

 

또한 장애인을 ‘이해받을 존재’에서 손님을 이해하는 주체로 바라보게 된 점도 큰 소득이다.

 

“발달장애인들에게 어려운 점은 기능성과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에요. 우리는 손님들이 그 점을 이해해주길 바라지만, 점심시간 30분, 이 시간만이 손님들이 자유롭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시간이더라고요. 그 점을 이해하니 이 시간을 충실하게 대비하게 됐어요. 우리가 준비가 되어 있어야 장애인 카페를 거부감 없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려운 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손님을 응대하는 일에는 생각보다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늘 훈련과 실전을 겸해야 해요. 카페는 실전이에요. 손님이 이해하고 기다려줄 수만은 없죠. 장애인 카페로 알고 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모르는 분들도 있거든요.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을 때 장애인들은 당황해서 얼굴이 굳어질 수 있어요. 장애인인지 끝까지 눈치를 못 채신 분들은 ‘이 직원이 왜 이러지?’ 하는 마음에 오해를 하게 되죠. 그럴 때면 매니저가 상황 설명을 하는데,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에요.”

 

이곳 바리스타들은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 카페업에 대한 이해, 위생 서비스업에 대한 이해,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할 태도 등을 교육받는다. 이 가운데 장애인들이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부분은 다름 아닌 직장인으로서의 태도 교육이다.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에 문을 연
정부고양지방합동청사에 문을 연 ‘꿈앤카페’는 직원들이 중증장애인들로 이뤄져 있다.

 

장애인의 장점은 월등한 근로 의욕
지난해부터는 민간에도 확대 실시

 

“카페 서비스는 교육방법이 이미 정해져 있고, 교육하는 사람이나 받아들이는 사람이나 어렵지 않아요. 그러나 직장인에 대한 교육은 기본 태도와 같은 가상의 것들이거든요. 받아들이기 힘들어요. 가상의 상황을 만들고 롤플레잉을 하는데, 그렇다고 그 상황을 이해하는 건 아니거든요. 남에게 비춰지는 나를 고민하는 부분이 미리 연습되어 있지 않아요. 순수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래서 어려운 부분이에요.”

 

이나리 사무국장은 그럼에도 장애인들이 비장애인보다 뛰어난 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제일 중요한 장점은 ‘의지’겠죠. 비장애인들은 이직이나 전직을 생각할 수 있지만, 여기 분들은 다른 곳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 의욕이 뛰어나요. 직장을 빛나게 하는 건 장애인들입니다.”

 

아직 카페 문을 연 지 한 달 남짓밖에 안 되지만, 이들의 고민은 바로 수익이다. 정부청사에 드나드는 유동인구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 어떻게 하면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청사와 협회가 함께 고민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한국장애인개발원 황화성 원장이 답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공공영역을 통해 마련된 일터지만 꿈앤카페 개소 이후에도 시장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도록 브랜드 리뉴얼 작업, 실내 인테리어 매뉴얼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적용한 중증장애인 채용 카페(가게)는 올해 하반기 선보일 예정입니다.”

 

그런가 하면 공공영역의 ‘꿈앤카페(가게)’를 사업모델 삼아 지난해부터는 민간에도 확대 실시하고 있다. 장애인 직업재활기관이나 보호작업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역 장애인복지기관 등이 수행기관이 되며, 올해 3월 양지바른보호작업장(경기), 실로암장애인근로사업장(서울), 여수시장애인종합복지관 등 5곳에 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현재 중증장애인 20여 명이 근무하며 바리스타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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