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사회혁신과 적극행정 등 문재인정부의 주요 제도 혁신 성과를 수혜 현장과 수혜자의 말을 통해 소개합니다. 이번 호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침체돼 있던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은 강원 춘천의 거점공간 ‘커먼즈필드’ 사례입니다. <편집자 주>
내가 우리 동네의 국회의원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고 싶을까?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고 말이다.
이런 아이디어에 착안해 행정안전부는 2018년부터 시민이 직접 주도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소통협력공간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역의 오래된 건물을 새 단장(리모델링)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거점공간을 마련하고 시민들이 제안한 지역 문제를 직접 해결하도록 비용과 네트워크 등을 연계해주며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지원하는 것.
행안부의 이 같은 사회혁신 사업은 침체돼 있던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낸다. 시민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변화를 일으킨 강원 춘천의 거점공간 ‘커먼즈필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시민들의 변화를 직접 들어봤다.
▶버려진 자전거를 이용해서 물레를 돌리고 도자기를 빚어보는 생활자전거 활성화 캠페인
▶2021년 소셜리빙랩 ‘내(my)일(job) 길찾기’ 진로체험활동
시민이 사회혁신과 정책 변화 이끌어
“조용하던 춘천 시민들에게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은 ‘커먼즈필드’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아지트나 다름없어요. 남녀노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삼삼오오 모여 커피 한잔하며 우리에게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이야기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커먼즈필드를 운영하고 있는 박정환 춘천사회혁신센터 센터장은 지난 2년 동안 시민들과 지역의 변화를 체감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커먼즈필드를 통해 시민들은 마을 어르신을 위한 돌봄형 ‘케어카페’를 운영하고 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을 설립했으며 코로나19로 구멍이 뚫린 방과후 돌봄을 대신해 돌봄공동체를 만들었다. 커먼즈필드는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시민들을 이처럼 주체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커먼즈필드 춘천은 1978년 지은 강원지방조달청 건물을 새 단장한 건물로 행안부의 소통협력공간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됐다. 이곳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인 카페·대관시설·교육장·회의실 등을 갖췄고 사회적기업이나 사회혁신가들이 일할 수 있는 입주 공간도 마련했다. 이 거점공간은 2021년 8월 세계 3대 디자인상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본상을 수상해 디자인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다.
시민들 생활실험이 정책으로 연결
커먼즈필드는 공간 이외에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리빙랩(생활실험)’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시민들이 느끼는 문제를 사용자 입장에서 논의하고 해결 방법을 찾는 다양한 실험을 진행한다. 지난 2년 동안 리빙랩을 통해 진행된 사업에 참여한 팀은 총 9팀이며 이 과정에서 1511명의 시민이 참여해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박정환 센터장은 “시민들이 생활하면서 발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방법을 서로 논의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서 “센터는 시민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실험하도록 비용(200만~1500만 원)을 지원하고 전문가를 연결해 성과가 나올 수 있게 돕는다”고 밝혔다.
특히 시민들의 생활실험이 검증되면 정책으로 연결되기도 한다는 점이 놀랍다.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느린 학습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별에서 온 그대)’ 생활실험은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학습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도와주는 사업이다. 처음에는 이름조차 생소했던 이 사업은 리빙랩의 생활실험과 검증 과정을 거친 다음 춘천시와 춘천지원교육청에서도 적극 관심을 갖고 관련 사업들을 진행하게 만들었다.
마을 ‘케어카페’ 생활실험 역시 마을돌봄간호사협동조합 설립으로 이어지는 성과를 거두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일을 쉬고 있는 간호사들이 지역 주민들을 상담해주는 활동이었는데 간호사들의 열정이 모여 지속 가능한 단체활동으로 확대된 것. 아울러 코로나19로 초등학생 방과후 돌봄에 빈틈이 생기자 아파트와 상가 등에서 스스로 돌봄공동체 6곳을 만들어 돌봄이 필요한 가정을 지원한 점도 눈에 띄는 성과다.
2년간 시민 11만 명 방문, 춘천의 명소로
이 같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커먼즈필드 춘천은 2020년 1월 문을 연 이후 2년 동안 11만여 명의 시민이 방문해 춘천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또한 입주해 활동하는 단체 13개, 시민들이 진행한 생활실험 중 정책으로 연결된 사례 8건, 시민 캠페인으로 발전한 사례 35건,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생활실험 60건, 마을을 위한 협동조합 등 단체 설립 9건, 회의실이나 교육장 등 공용공간 대관 횟수 2259회, 직간접적으로 사업(프로젝트) 등에 참여한 시민 1만 1000여 명이다.
그동안 커먼즈필드를 통해 춘천 시민들의 변화를 지켜본 박 센터장은 “이전에는 시민들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는데 커먼즈필드라는 공간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사회의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려 나서고 있다”면서 “이러한 문제 해결 과정을 통해 사회를 혁신할 수 있는 시민들의 역량이 강화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소통협력공간 지원사업’이란?
소통협력공간 커먼즈필드는 행정안전부에서 2018년부터 추진하는 사업으로 춘천, 전주, 제주가 정식으로 거점공간을 열었고 대전, 충남, 울산은 개관을 준비 중이다. 소통협력공간은 단순한 공간 조성이 목적이 아니라 주민들이 지역 사회혁신의 주체자로서 참여하는 곳이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공모에 선정된 지방자치단체에는 주민참여 지역 혁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국비 60억 원이 3년 동안 지원되며 지자체는 지역의 건물 마련과 리모델링하는 데 필요한 비용 등을 담당한다.
소통협력공간은 크게 맞이 공간, 공유 공간, 입주 공간 등으로 나뉘며 이 공간에서 시민들은 다양한 사업(프로젝트)을 진행한다. 사업은 새로운 지역의 문제를 파악하는 ‘발굴 단계’, 다양한 분야의 도움을 얻어 문제를 해결하고 검증하는 ‘실험 단계’, 추진 과정과 사회적 성과를 공유하는 ‘확산 단계’로 이루어진다.
커먼즈필드 운영으로 인한 성과는 성매매업소 집결지 선미촌의 점진적 전환을 위한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전주), 간호사가 마을에 상주하고 노인의 돌봄에 참여하는 마을공동체돌봄사업(춘천), 발달장애 아동 부모모임과 방과후 생활실험(제주), 시민·행정·전문가가 함께 만드는 전주 시내버스 노선 전면 개편(전주), 포장재 없는 생필품 구매문화 확산 위한 찾아가는 리필트럭(춘천) 등이 있다.
정선용 행안부 지역혁신정책관은 “창의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내는 것만큼 주민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소통·협력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며 “앞으로 더 많은 주민의 참여와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기대하며 지역 활력 제고를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느린 학습자 찾아서 맞춤형 지원 펼쳐요”
복지기관 춘천나눔의집 하혜정 교사
“평소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면서 ‘저 아이는 왜 이렇게 학습력과 인지능력이 부족할까?’ 의아하게 생각했던 적이 많았어요. 그런데 커먼즈필드 리빙랩(생활실험)을 통해 학습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지적장애(지능지수 70)와 정상(지능지수 85) 사이에 있는 경계성 지능을 가졌다는 걸 깨닫고 그 아이들을 모집해 맞춤형 지원학습을 펼칠 수 있었어요.”
복지기관 춘천나눔의집에서 활동하는 하혜정 교사는 커먼즈필드를 통해 새로운 꿈을 찾았다. 바로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을 찾아내어 그 아이들이 온전하게 돌봄과 맞춤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하 교사는 “경계성 지능을 가진 아이들은 학습장애는 물론 또래 관계나 대인관계의 어려움, 사회부적응 등을 느낀다”면서 “느린 학습자라고 불리는 이 아이들은 전체 인구의 13.59%나 차지할 정도로 많다. 본인은 물론 부모조차 인지하지 못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하 교사는 리빙랩을 통해 1000만 원의 비용을 지원받아 아이들을 교육할 강사를 모집하고 프로그램 등을 운영했다. 처음 모집된 아이들은 고등학생으로 방학 4주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수업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의 만족도는 생각보다 높았다.
“느린 학습자 아이들은 겉으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회부적응, 학습장애, 인지장애 등으로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요. 숙제도 하지 못하고 공부를 못하는 아이로 평가받아 자존감이 매우 낮고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혼나는 게 일상이죠. 심리상담을 해보니 아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두려움’이 발견됐어요. 그런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느린 학습자로 인정받고 눈높이에 맞춰 수업을 받으니까 굉장히 좋아하고 안정감을 느끼더라고요. 아이들이 두려움에서 벗어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정말 보람이 있었죠.”
하 교사가 진행했던 느린 학습자 생활실험은 춘천지원교육청에서 관심을 갖고 이듬해 중학생들을 위한 여름방학 생활실험 비용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또한 2021년에는 소셜리빙랩을 통해 청년 느린 학습자 아이들과 ‘내(MY )일(JOB)길찾기’라는 생활실험을 진행하면서 느린 학습자들이 사회에 나가 어떤 직업을 선택하면 좋을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 교사는 “처음 리빙랩에서 실험을 진행할 때는 ‘실패하면 어떻게 할까, 성과가 없으면 어떻게 할까’ 고민이 많았는데 센터에서 오히려 ‘실험이니까 실패해도 괜찮다’고 부담을 덜어줘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느린 학습자와 부모들이 함께 사회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을 통해 느린 학습자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아이들 교육에도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