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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후폭풍에 계란값 치솟고 반대로 닭고기 값은 20% 넘게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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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일반
  • 2016.12.16 06:41
                                    사진=소비자가 계란을 사기위해 꼼꼼히 살피고있는 모습

 

 
15일 서울 강서구 이마트 계란 코너에는 어린이 키만 한 ‘쇼핑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팻말에는 ‘전국적인 물량부족으로 계란은 1인 1판씩만 판매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계산대에서는 장바구니에 계란 1판 이상을 담은 일부 소비자와 계산원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AI 의심신고가 처음 접수된 지난달 16일 이후 이달 14일까지 29일간 살처분된 닭과 오리는 모두 1140만1000마리에 이른다. 앞으로 31곳 농장의 403만8000마리에 대해서도 살처분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까지 총 157농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역대 최대 AI 피해는 2014년 1~7월의 1396만 마리였다. 당시엔 195일 동안 1396만 마리를 살처분했는데, 이번엔 불과 한 달 만에 1400만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판매용 계란을 낳는 닭(산란계·産卵鷄)이 대거 살처분되면서 식품업계의 가격 연쇄 폭등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민 한 사람당 연간 소비량이 230개에 이르는 '국민 식품'인 계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지난 11월 16일 발생한 AI 여파로 살처분되는 산란계가 계속 늘고 있는 데다 '종란'(부화시켜서 산란계로 키워야 할 계란)까지 대량 폐기되고 있는 탓이다.

 

계란값은 이달 8일부터 본격적으로 오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8일 계란 판매 가격을 평균 5% 올렸다. 불과 일주일 만인 15일에는 계란값을 평균 4.8% 추가 인상했다. 이에 따라 계란 30개(대란 기준)의 소비자가격은 6280원에서 6580원으로 300원 올랐다.

 

계란 1알당 대형마트 판매가가 200원이 넘어가는 셈이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이번 주중 계란 가격을 인상할 예정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계란 농장에서 출하량이 줄어들어 평소 공급량의 60~70%만 확보해도 ‘많이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평소보다 절반에 못 미칠 정도로 계란을 구하지 못하는 점포가 늘고 있어 지역에 따라 계란이 조기 품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계란은 과자, 빵 등 외식업계 전반에서 다양하게 활용되는 필수 식재료다. AI 파동이 길어질 경우, 제과 프랜차이즈와 스낵 제조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고려해야 할 처지다.

 

빵이나 과자를 대량 생산하는 업체들은 '액란(1차로 껍질에서 깬 형태)’ 계란을 사용한다. 액란은 식품위생법상 구입 후 72시간 안에 사용하도록 규정돼, 장기 보관을 할 수 없다. 신선도(新鮮度)가 중요한 계란의 특성상 국내에서 부족한 계란 물량을 수입하지도 못한다.

 

 

문제는 계란값 고공(高空) 행진이 올 겨울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대한양계협회와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란계 6500만여마리 가운데 21%에 달하는 약 1400만마리가 살처분됐고, 수백만개에 달하는 종란도 폐기됐다. 사육 농가들이 지금부터 산란계를 더 늘린다고 해도 병아리가 알을 낳는 닭으로 크려면 최소 6개월이 걸린다. 내년 4~5월까지 최소 500만마리 이상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른 인상 요인도 있다. 이달 25일은 전국적으로 빵과 스낵 등 다양한 식품에 들어가는 계란 소비가 급증하는 크리스마스다. 크리스마스를 넘겨도 새해인 다음달 1일은 명절 설날이다.

 

대형 마트에 계란을 납품하는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란은 신선식품이라 비축이 어렵다”며 “계약 생산업체들이 모두 공급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이례적으로 5~6개월 정도는 값비싼 계란을 사야하는 현상이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닭고기는 소비 심리 위축 탓에 도매가가 지난 1일 ㎏당 1890원에서 13일 1490원으로 21% 떨어졌다. AI에 감염된 닭·오리라도 75도에서 5분 이상 익혀 먹으면 문제가 없다는 과학적 사실과 관계없이, AI가 확산될 때마다 AI 감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탓이다.

 

 

이번 AI는 계란을 낳는 산란계에 집중됐다. 전국 사육 두수가 7642만마리(9월 기준)에 달하는 고기로 쓰이는 닭(육용계)의 경우, 지난 2010~2011년 이후 AI가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치킨이나 백숙 등에 사용되는 육용계는 이번 AI와 상관이 없다. 육용계는 대개 병아리를 축사에 넣고, 성체가 되면 꺼내는 '올인 올아웃(All in-All out·일제 입식출하)' 시스템으로 키우기 때문에 AI 바이러스 매개체인 인간과 접촉하지 않기 때문이다.

 

AI 피해가 커지자 정부는 15일 열릴 가축방역심의회에서 AI 위기 경보를 현재의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겨울철에는 AI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는 겨울 철새가 날아오기 때문에 AI 추가 확산 가능성이 커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AI 피해액은 최소 4920억원에서 최대 1조477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직·간접적인 기회 손실 비용을 모두 합친 금액이다.

 

치킨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치킨을 먹고 AI에 감염되면 20억원을 배상하겠다는 상해보험 홍보는 10년 전에나 했던 행사인데 올해 다시 시작하게 생겼다”며 “최근 몇해간 AI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았는데, 올해 AI 피해가 너무 커 그동안 쌓은 안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제부/박재현기자   (mailnews0114@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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