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명절 추석 (한가위)
(내외매일뉴스.내외매일신문 경제부=박제현 기자) 올해 추석 연휴가 10일에 달하며 2000년 이후 가장 길지만, 중소기업의 절반 이상은 직원들에게 10일 휴무를 주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히려 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긴 추석 연휴 때문에 자금사정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전국 5인 이상 기업 40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추석 휴무기간 및 상여금에 따르면, 휴무 일수는 평균 8.5일로 집계됐다. 지난해(4.5일)보다 나흘이나 많고, 경총이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가장 길다.
하지만 기업규모별로 보면 300인 미만 기업(333개)은 평균 8.3일로, 300인 이상 기업(75개)의 9.7일보다 1.4일 짧았다. 특히 열흘 이상 쉬는 기업의 비중은 300인 이상 기업의 경우 88.6%에 달하는데 300인 미만 기업은 56.2%에 불과하다.
상여금 지급 계획이 있는 기업은 72.1%로 2013년 이후 4년 만에 반등했지만, 상여금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뚜렷했다. 300인 이상 기업군에서 149만6000원으로 5만2000원(3.6%), 300인 미만 기업군에서 95만8000원으로 2만5000원(2.7%) 각각 인상됐다. 전체 평균은 105만1000원으로, 지난해(102만2000원)보다 2만9000원(2.8%) 늘었다.
중소기업만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휴무기간과 상여금이 더 적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8월28일∼9월8일 1147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에서 추석 상여금(현금) 지급 예정 업체는 56.1로 작년(61.6%)보다 5.5%포인트 감소했다. 추석 휴무기간은 평균 7.6일, 상여금은 평균 67만원이었다.
이는 중소기업들이 열흘간 이어질 긴 추석연휴 때문에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조사대상의 46%가 자금사정이 곤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자금조달이 어려운 원인(복수응답)으로 ‘매출감소’(69.1%)가 가장 많았고, 이어 ‘판매대금 회수지연’(37.7%), ‘원자재 가격 상승’(23.1%) 순이었다. ‘매출감소’를 꼽은 중소기업은 서비스업(도소매업 제외)이 78.3%, 수출기업이 71.6%로 상대적으로 많았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 중소기업이 추석에 필요한 금액은 평균 2억3910만원으로 지난해(2억310만원)보다 3600만원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부족한 금액은 6470만원으로, 필요자금 대비 부족률은 27.1%이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곤란하다는 응답은 30.6%로 ‘원활’(10.4%)하다는 응답보다 20.2%포인트 높았다. 지난해(29.9%)보다 자금조달 여건이 더 안 좋아진 것이다.
금융기관 거래 시 애로사항(복수응답)은 매출액 등 재무제표 위주 대출 관행(37.5%), 신규대출 기피(28.6%), 고금리(27.8%), 부동산담보 요구(24.9%) 순이었다. 중기중앙회는 “시중 은행의 담보·보증 위주의 대출, 중소기업의 제2금융권 활용 등과 같은 고질적인 후진적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관계형 금융 실적 평가 및 금융권 동반성장지수를 도입하는 등 시중 은행과 금융당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