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한 판에 1만원까지 치솟으며 기세등등했던 계란이 살충제 파동으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연일 하락하고 있다.
일부 마트에서는 쌓이는 재고 처분을 위해 한판에 4천원대까지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조류인플루엔자 여파 등으로 최고가를 형성했던 시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26일 국내 대형마트 3사는 알찬란 30구(대란 기준) 소비자가를 기존 6천480원에서 5천980원으로 500원 내려 6천원대가 무너졌다.
이틀 뒤인 지난 28일 광주시 광산구 한 농협 하나로마트에서는 30개들이 계란 한 판 가격을 4천950원까지 할인해 판매, 5천원대도 깨졌다.
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산지 농장에서 출하 가격을 대폭 낮춰 지난 주말부터 약 30% 인하된 가격으로 계란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계란 찾는 사람이 줄면서 산지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28일 기준 이 계란 판매점의 계란 한판 소매 가격은 왕란 7천원, 특란 6천원 수준이다.
이 가게 주인 여모(60)씨는 "산란계 농장마다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면서 "일주일 이상 지나면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싼 가격에라도 출하를 서두르는 농장주가 많다"고 귀띔했다.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소비가 줄자 산지 도매가가 연일 급락하면서 대형마트를 비롯한 소매상에서도 계란값을 내리는 추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9일 계란 한판(30개)의 전국 평균 소매가는 6천443원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 이전인 지난 14일 계란값(7천595원)과 비교하면 15.1%, 한달 전(7천710원)보다는 16.4% 하락한 가격이다.
계란 가격이 계속 하락하는 추세지만,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유통상들은 입을 모았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유모(53세)씨는 "가격이 싸다고 해서 계란 먹기 찜찜한 기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면서 "비싸더라도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안전한 계란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산란계 농가와 유통상들은 오랜 기간 보관할 수 없는 계란 재고가 쌓여 있는 상태로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형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축산관측팀장은 "살충제 여파로 인한 소비 불안 심리가 일정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면서도 "통상적으로 추석을 앞두고 식자재 물가가 오르는 만큼 계란 가격이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보건팀/ 한금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