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고 축구응원 하고 해외여행도 다녀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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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일반
  • 2015.09.07 17:08
 ‘한복놀이단’ 권미루 단장이 말하는 한복의 일상화·세계화

“명절때만 입는 옷 아닌 언제 어디서든 입고 싶은 매력적인 옷으로”

정부가 문화강국으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문화융성 방안을 마련·추진하고 있다. 특히 전통문화 가치의 재창조를 통해 문화로 ‘코리아 프리미엄’을 구현할 계획이다. 야생화·한식·한복·한옥·국악·태권도 등 우리 전통 가치를 재해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전통문화의 재창조 사례를 소개한다.<편집자주>

 

권미루 한복놀이단 단장. (사진 = 권미루 제공)
권미루 한복놀이단 단장. (사진 = 권미루)
“한복은 ‘매력을 찾아주는 옷’이예요. 제게 ‘날개를 달아주는 옷’이라고 할 수 있죠. 우리 옷이라는 자부심과 더불어 선과 형태, 모양, 색상 등 어느 하나 매력적이지 않은 부분이 없어요.”

 

지난 2011년 창단돼 4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한복놀이단의 단장인 권미루 씨(35)는 한복의 매력에 대해 이 같이 정의했다.

한복놀이단, 한복의 일상화 실현 노력

그녀는 장롱 서랍 속 고이 잠들어있던 한복을 일상으로 꺼내 ‘한복의 매력’을 전국 곳곳 알려왔다.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우리 민족의 옷 한복은 ‘선’의 아름다움과 재질 등 우수성을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권미루 단장은 우리 민족의 옷인 ‘한복’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해 각자 자신의 취향에 따라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즐겨입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복을 전통의 옷이라는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해요. 많은 사람들이 한복이라 하면 갖춰 입어야 하는 우아한 옷이라고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한복에는 그보다 더 많은 장점이 있거든요. 일상에서 사람들이 편하게 입고 싶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시도들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해요.”

 

언제 어디서든 한복을 즐겨입는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복놀이단’.
언제 어디서든 한복을 즐겨입는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복놀이단’.(사진=한복놀이단)

 

한복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복놀이단’은 한복을 명절 때만 입는 옷이 아닌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입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진행해 왔다.

삼삼오오 한복을 입고 고궁도 가보고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한복 플래시몹도 진행했다. 지난해 개최된 인천아시안게임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축구 조별 예선 첫경기를 한복을 입고 응원했다. 광장시장에서는 한복 패션쇼를 열기도 했다.

한복 입고 지하철을 타거나 서울 도심에서 한복 입고 파티를 즐기는 등 한복놀이단이 주도한 행사들은 20~30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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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복입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 문화의 중심에 있는 한복놀이단은 ‘우리 옷의 대중화’를 실현시키는 것이다. (사진 = 한복놀이단)

 

“명절에만 한복 입는 현실 안타까워”

한복놀이단은 남산골 한옥마을, 외암 민속마을, 서울 북촌마을, 전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한복의 실용성과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전국을 누볐다.

한복을 입고 활동하는 게 자연스럽고 좋다는 권미루 단장은 한복을 입고 국내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스페인, 네팔, 몽골 등 세계 9개 나라도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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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홍콩, 영국, 미국 등 세계 각국을 방문하며 한복을 알려온 권미루 씨. 지난달에는 한복여행사진전을 서울 인사동에서 열기도 했다. (사진 = 권미루)

 

“결혼식이나 돌잔치, 명절 때만 한복을 입기 때문에 굳이 구입하지 않고 대여해 입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어요. 한복 플래시몹, 한복 패션쇼, 한복여행사진전 등 많은 행사를 기획·진행하면서 한복의 가치에 대해 알리고 있죠.”

‘한복을 입고 놀아보자’는 한복놀이단의 시도는 생각보다 큰 반응을 불러왔다. 한복놀이단의 활동을 보고 한복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권미루 단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한복 교육’ 등에 참여하면서 한복의 우수성에 대해 널리 알리고 있다.

 

권미루 단장은 한복의 깃과 치마의 주름 등 한복의 고유 아름다움은 사람을 돋보이게 만든다고 전했다. (사진 = 권미루 제공)
권미루 단장은 한복의 깃과 치마의 주름 등 한복의 고유 아름다움은 사람을 돋보이게 만든다고 전했다. (사진 = 권미루)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한복의 가치 창출

“사람들이 입는 옷의 형태와 색깔이 모두 다르듯 한복도 자신만의 한복 스타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옷감에서 장신구까지 각자 자신에게 맞는 한복 스타일을 찾을 때 한복의 대중화가 실현될 것이라고 기대해요.”

권미루 단장은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과 가격대의 한복이 개발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꼭 전통만을 고집하는 게 한복의 가치를 살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한복을 입고 싶어도 남들의 시선과 한복의 비용 등 때문에 부담스러워 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해 일상에서 편하게 입고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가격대, 다양한 질감과 디자인의 한복이 제작되고 다양한 브랜드의 한복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한복 포털도 마련됐음 좋겠어요. 정부 차원에서도 한복시장의 확대를 위해 적극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해요.”

한복 차림으로 거리를 걸으면 불편한 시선도 마주칠 법한데 한복놀이단은 오히려 더 열심히 거리 공연을 펼치고 있다.

“한복의 깃과 고름, 치마의 주름은 가장 한복을 한복답게 만드는 큰 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저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동시에 돋보이게 만들어 주거든요. 한복이 주는 가치는 다른 옷과는 비교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한복을 입고 나갈 때 마다 나들이 가는 것처럼 마냥 설렌답니다.”

한복놀이단은 연말까지 한복과 관련된 행사가 꽉 차있다. 주말에도 쉴 틈이 없지만 한복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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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놀이단은 세계 누구나 다함께 어울려 한복을 입고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했다. (사진 = 한복놀이단)

 

권미루 단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한복의 세계화를 위한 바람도 잊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든 우리 한복을 입는 문화가 자리잡았으면 해요. 한복을 입고 일상에서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한복문화가 뿌리내렸으면 좋겠어요. 중요한 자리에 보통 양복을 입고 가기 마련인데 이제는 우리 한복이 격식을 갖춘 자리에 입을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길 바랍니다.”

문화=정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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