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대통령 비핵화전략 오락 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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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8.10.05 12:43
 
        천상기 본지 주필/경기대 초빙교수/ 언론학/한국신문방송편집인클럽 고문
 
 
남-북한의 전략은 분명한데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김정은과 사랑에 빠졌다” 면서 미-북 2차 정상회담을 서두르고 있다.
 
2차 미-북 정상회담은 한.미 군사훈련 중단에 합의했던 1차 미-북 정상회담 때 보다 미국이 더 큰 양보를 할지도 모른다.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은이 진전된 비핵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많은 국민이 반겼는데 북은 평화협정, 제재 해제, 미국의 핵우산  철거라는 새로운 전제조건을 내걸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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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은 한반도 종전 선언을 수용하고 최소한 일부 제재를 풀라는 압력을 한국, 북한,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에서 받고 있다.
 
북한은 단기적으론 고립 탈피와 제재 완화를 달성해 국제적 정당성을 높이려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제사회에서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고 한반도에서 입지를 강화해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게 목표다. 종전 선언은 그 첫걸음이다.
 
김정은이 종전 선언을 통해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기를 바란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평화협정은 유엔사령부 체제를 허물고, 종국적으로 주한 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로 이어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김정은 정권의 개방과 비핵화를 앞당기기 위해 대화와 경제적 지원을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은 미 외교협회(CFR) 연설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북한과 맺은 적대 관계를 종식하고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주는 게 필요하다”며 종전 선언을 거듭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종전 선언이 평화협정으로 반드시 이어지지 않는 정치적 선언일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이 선언이 협정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한국과 북한이 분명한 전략과 접근법을 갖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트럼프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혼란과 기능 장애를 겪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 조언을 따른다면 미국은 좀 더 일관된 정책을 펼 수 있을 것이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짐 매티스 국방장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포함한 미국 고위관료들은 미국이 종전 선언을 한다면 그 대가로 북한의 핵무기.미사일 프로그램, 핵분열 물질과 핵탄두.탄도미사일의 생산 중단, 모든 핵 프로그램 폐기를 위한 일정 제시 같은 확실한 다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북한은 미 신고 시설에 대한 불시 사찰에도 합의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 의견을 매번 무력화하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19일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이 2021년 1월까지 거의 모든 과정을 마치는 ‘북한의 빠른 비핵화’를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이 북한과 ‘시간 싸움(time game)’ 을 할 필요가 없으며, 북한의 핵 프로그램 해제를 위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다. 그가 서두를 필요 없다고 하는데 북한이 왜 비핵화 일정에 합의하겠는가.
 
트럼프는 또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과 세 번째로 회담하면서 합의한 몇 가지 상징적 조치에 대해서도 열렬한 찬사를 보냈다.
 
미국의 ‘상응하는 조치’에 대한 대가로는 국제사회 참관아래 이뤄지는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영구 폐쇄, 영변 핵 시설 폐쇄 등이 포함된다.
 
김정은은 미국 인공위성이 쉽게 탐지할 수 있는 낡고 가치가 덜한 시설들을 내놓는 대신, 현대식 우라늄 농축과 고체연료 미사일은 그대로 두고 있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이런 조치가 “매우 흥분된다!” 고 트윗을 했다. 그의 성급한 환호는 대북 압박을 유지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노력을 약화시킨다.
 
김정은이 지불 의사를 밝힌 유일한 대가는, 기존 대량 살상 무기는 그대로 둔 채 핵과 탄도 미사일 발사 실험을 중단하겠다는 것뿐이다.
 
트럼프는 한.미 동맹 훼손 위험을 무릅쓰면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은 평양 공동선언에서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보기 전에 한국과 일본의 핵우산 철수를 먼저 볼 수도 있지 않겠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위협 때문에 핵 위기가 시작됐다는 리용호의 억지  주장에도 평화와 번영만 외치고 있다.
 
건군 70주년을 맞아 병력도 줄이고 전력 증강도 막힌 국군이 되고 있다. 국가 안위를 김정은의 선의에 믿고 맡겨야 하나…
 
한반도 비핵화가 아닌 북한 비핵화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아슬 아슬한 순간이다.
 
북 비핵화가 우리의 목표인데  왜 ‘김정은 수석대변인’ 평가 받나…
 
 sk1025@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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