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산림 역사 보여주는 휴양과 치유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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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06.18 14:36
최준석 동부지방산림청장
최준석 동부지방산림청장

강릉시와 평창군 사이에 자리한 대관령(832m)은 강원 영동과 영서를 잇는 관문으로 삼국시대부터 관련 지명이 기록되어 온 유서가 깊은 지역이다.

 

고개가 험해 오르내릴 때 ‘대굴대굴 구르는 고개’라는 뜻에서 ‘대굴령’이라는 이름이 비롯됐다고도 하고, ‘영동지방으로 오는 큰 관문에 있는 고개’라는 명칭에서 유래했다고도 한다.

 

과거 강릉지역에서 대관령을 걸어서 넘어가는 길인 ‘대관령 옛길’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이래 영동과 영서를 있는 교역로이자 교통로로서 아주 중요한 지역이기도 했다.

 

율곡 이이의 어머니인 신사임당이 ‘대관령 옛길’을 오르내리며 강릉의 친정집을 되돌아보며 지은 ‘대관령을 넘으며 친정을 바라본다’라는 한시도 전해져 오는 ‘대관령 옛길’은 명승 제7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처럼 유서 깊고 옛 조상들의 정취가 남아있는 대관령 지역은 큰 소나무 아래 다양한 활엽수종이 자라고 있어 생태적으로도 안정되고 건강한 산림인 동시에 치산녹화사업과 인공조림 성공지 등으로 알려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녹화 성공지역이기도 하다.

 

이 일대의 숲은 강원 영동과 영서 지역의 특수한 기후의 영향으로 다양한 수목과 고산지대 식물이 생육하고 있다. 또 ‘대관령 특수조림지’, 직파조림으로 완성한 ‘금강소나무 숲’ 등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7년 산림청에서 발표한 ‘국유림 10대 명품숲’에도 선정된 바 있다.

 

대관령 특수조림지 최근 항공사진.
‘대관령 특수조림지’ 최근 항공사진.

 

우리나라 숲의 대부분이 그렇듯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극도로 황폐됐고 대관령 지역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곳 대관령 일대는 화전민들이 개간을 하던 지역이기도 해서 화전민이 떠난 이후에는 고스란히 방치돼 홍수와 가뭄피해가 빈번한 곳이었다.

 

황폐된 산림에서 이러한 피해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1974년부터 본격적으로 대관령 개간지에 대한 산림 복구사업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대관령 특수조림지’ 탄생의 시작인 것이다. 그 당시 이 지역 조림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은 대관령의 강한 바람과 변덕스런 날씨로 녹화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였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조림사업을 담당했던 직원들과 지역주민들의 산림복구에 대한 의지는 강했고 강풍과 추위 등 악조건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다. 바람을 이겨내기 위한 방풍책·발·지주목과 같은 특수시설을 설치했고 내한성이 강한 전나무·잣나무·낙엽송 등 13개 수종을 선발해 산의 정상·중앙·하단부로 분류해 일반 조림지에 사용하지 않는 특수설계 방식으로 조림을 시행했다.

 

복구 당시 산림청장 현장 방문 모습.
복구 당시 산림청장 현장 방문 모습.

 

1974년부터 1986년까지 3차에 걸쳐 311ha에 84만 3000그루의 나무를 심었으며 주변 지역 천연림까지 합하면 618ha에 달한다. 이처럼 ‘대관령 특수조림지’는 최악의 기상여건에 도전해서 얻어낸 소중한 숲으로 그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고 있다.

 

‘대관령 명품숲’에는 역경을 이겨내고 복원에 성공한 특수조림지와는 별도로 1922~1928년에 소나무 씨앗을 뿌려 인공적으로 조성한 아름드리 ‘금강소나무 숲’이 있다. 이 ‘금강소나무 숲’은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1세기를 위해 보존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ha당 임목재적이 250㎥로 우리나라 평균 146㎥의 1.7배에 달해 2002년에 문화재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대관령 명품숲’은 또한 수려한 자연경관과 우수한 산림자원을 바탕으로 다양한 산림복지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1989년에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 대관령 자연휴양림’은 백두대간 줄기의 대관령 동쪽 중턱 해발 200~1170m의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전국에서 손꼽히는 금강소나무림으로 둘러쌓여 있고 주변에는 ‘대관령 옛길’을 포함한 숲길과 ‘강릉 바우길’과 같은 트레킹 코스가 잘 조성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또 장성 편백 숲과 비슷한 수준의 치유환경을 지니고 있는 대관령 숲에는 2016년 완공한 ‘국립 대관령 치유의 숲’이 운영되고 있다.

 

대관령 치유의 숲에서 숲속체조 프로그램에 참여중인 참가자들의 모습.
대관령 치유의 숲에서 숲속체조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참가자들의 모습.

 

이처럼 대관령 숲은 국민들이 여가와 휴양·교육을 즐기는 숨 쉬는 생명의 공간으로 변모하는 중이다. 풍부한 자연자원과 다양한 역사·문화 자원을 바탕으로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에 산림체험·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관령 명품숲’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함께하며 지금의 숲의 모습이 만들어졌다. 자연과 인간이 함께 풍요로워지는 미래의 위대한 유산으로 함께 보전하고 지속적으로 이용하는 숲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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