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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北 비핵화협상…”강도”적 요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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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8.08.04 21:21
         천상기 본지 주필/경기대 초빙교수/ 언론학/한국신문방송편집인클럽 고문
 
 
미-북 비핵화 협상에 급제동이 걸렸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이후 약 한 달 만에 열린 미-북 고위급회담이 빈손으로 막을 내렸다.
 
북한이 비핵화 시간표를 요구한 미국을 “강도”라며 비난하자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 불가를 강조하며 정면 충돌했다.
 
정상회담까지 가진 미-북간 비핵화 협상이 위기를 맞은 가운데 미-북이 종전선언 시기 등을 놓고 치열한 힘겨루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고위급 회담이 끝난 직후 외무성 대변인 담화문을 내고 “우리의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한 국면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CVID요, 신고요, 검증이요 하면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 들고나왔다”며 “이는 과거 미 행정부들이 고집하다 전쟁위험만 증폭시킨 암적 존재”라고 비난했다.
 
북한은 또 정전 65주년인 7월 27일 종전 선언 발표를 요구했으나 미국이 거절했다며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
 
또한 “미국은 합동군사훈련 취소를 큰 양보처럼 광고했지만 핵시험장 폐기에 대비조차 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미국도 맞대응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일본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뒤 가진 회견에서 “북한에 대한 우리의 비핵화 요구가 강도 같은 것(gangster-like)이라면 전 세계가 강도”라며 “비핵화가 완전히 이뤄질 때까지 대북 제재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이 당초 예정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이루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오면서 당분간 미-북 비핵화 협상은 교착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는 김정은도 못 만나고 강도로 몰린 셈이다. 트럼프 친서에도 끝내 김정은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북한의 과거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 일색이었다. 무조건 잡아떼는 것이다. 김일성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방북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에게 핵무기 개발을 중지하겠다고 했다. 김정일은 2000년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미사일 발사 실험을 더 이상 않겠다고 했다.
 
김정은은 줄곧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했다.
북한 3대는 이렇게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고’ ‘포기한’ 끝에 마침내 핵 무장을 완성했다.
 
그래서 전문가일수록 김정은의 말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 핵무기를 내려놓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걸 믿고 싶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그 위에서 한국 철도가 시베리아로 연결되는 대구상을 그리고 있다. 미국의 한 전략 전문가는 싱가포르 회담 전 ‘북한의 핵 포기가능성은 0.05~0.1% 사이’라고 했다.
 
싱가포르를 거치며 그 가능성이 10배 높아졌다고 치면 0.5~1%가 된다. 국민들도 트럼프 대통령처럼 믿고 싶고, 문재인 대통령처럼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
 
북 외무성은 이런 틈을 타 “비핵화 의지가 흔들릴 수 있다”며 오히려 미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이대로가면 북핵 실패의 전철을 또 밟게 된다. 북은 지난 25년간 이런 수법으로 비핵화 협상을 질질 끌어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비핵화 협상이 길어지고 어려워질 수 있다”고 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협상의 운명이 의문에 빠졌다”고 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이렇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은 무조건 ‘잘됐다’고 한다. 한국 청와대는 “첫술에 배부르랴”고 했다. 이게 첫술인가.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목을 매고 있는 트럼프는 북이 어떻게 나와도 ‘협상이 잘되고 있다’고 과대 포장할 수밖에 없는 길로 들어서 있고, 한국 좌파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한.미 정부는 북핵 협상의 실상을 더 이상 과대 포장해선 안된다. 그 자체가 북을 잘못된 길로 이끈다.
 
어떻게든 북과의 교류를 재개.확대하려는 한국 정부 조급증도 한몫하고 있다. 세계는 북핵의 가장 큰 피해자가 한국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가장 신중해야 할 한국 정부가 앞장서서 “평화가 왔다”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고 한다. 북한에 철도.도로를 지어주고 협력 사업을 벌일 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사회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책임도 크다. 대통령과 국무장관이 세계 최악 세습 독재자를 한번 만나더니 “똑똑하고 위대하다”고 했다.
 
수십 년 해 온 한.미연합훈련을 미 대통령 입으로 ‘도발적’이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벌어졌다. 이러는데 유엔 어느 나라가 대북 제재에 관심을 기울이겠나.
 
지금 중요한 것은 한.미.일이 확고한 대북제재의지를 다시 다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여기서 이탈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일이다. 북핵을 평화롭게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대북 제재밖에 없다.
 
sk1025@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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