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맞는 농업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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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7.04.10 21:01

 

 

 

이덕배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이덕배 농촌진흥청 농업연구관
혁명은 종래의 낡은 생산관계의 지배계급과 이에 대립하는 피지배계급과의 투쟁을 의미했다.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크라우스 슈밥이 주창한 4차 산업혁명도 전체 생산과정에서 최적화를 구축하고자 생산기기와 생산품 간 상호 소통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전까지 중앙 집중화된 생산시스템이 4차 산업혁명에서는 각 기기가 개별 공정에 알맞은 것을 판단해 실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T와 데이터 역량이 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등장하게 됐다.

 

실제,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등 IT·데이터 역량을 보유한 기업이 새롭게 부상해왔으며 IT·데이터 역량으로 전환한 기업인 GE는 건재한 반면, 이에 적응하지 못한 엑손 모빌(Exxon Mobil), 월마트(Walmart), 인텔(Intel), 토요타(Toyota) 등은 경쟁력을 상실했다.

 

농업도 시대별로 흐름의 변화가 있었다. 19세기에는 6억 명을 부양하고자 농경지 면적을 확대하는 흐름이 있었다. 20세기에는 더 늘어난 인구를 부양하고자 품종, 기계, 비료와 농약 등을 이용해 다수확을 지향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토양과 물, 대기 환경이 악화됐으며 생산과 소비 정보의 불일치로 인해 농산물 가격은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고, 농식품의 물류와 폐기비용이 농산물 생산비보다 많아지는 경우도 빈발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농업인 자신도 4차 산업혁명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시설과채류 농가를 방문해보니 농가마다 사용하는 비료종류와 사용량이 다르고 농산물 생산량도 천차만별이었다.

 

자신의 비료사용계획도 없이 농자재상이 권하는 대로 양분을 관리하는 농가, 농촌진흥청의 토양검정결과를 바탕으로 최소량의 비료만 사용하면서 10년 넘은 영농일지를 활용하는 농가, 유능한 농업기술센터 상담소장을 중심으로 성능이 좋은 농자재를 값싸게 사용하는 농가도 있었다.

 

수지맞는 농사를 위해서는 경영비용과 농업수익이 분명해야 한다. 하지만 비료사용량과 농산물 생산량을 쉽게 대답하는 농가도 있고 파악이 잘 안되는 농가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사의 수지를 맞추려면 비용과 편익 관련 자기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요 요소 중 하나가 데이터를 수집하는 로봇 센싱과 모아진 빅 데이터의 분석과 시스템 상호 간 융·복합인 만큼 농업인이 미래에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 데이터와 가까워져야 한다.

 

농산물 판매수입을 증대시키는 것은 농산물 가격 등 외부요인이 많이 작용하지만, 농업 경영비를 줄이는 것은 농업인 자신의 선택사항이다.

 

농자재의 성분함량과 사용방법이 작게 표기돼 읽기 어렵다고 하지만, 스마트 폰으로 확대해 촬영하고 그를 확대해 보면 돋보기 없이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상품의 성분함량과 사용방법이 잘 파악되면 가성비가 높은 농자재를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다 농업기술상담소, 농촌진흥청의 전문가로부터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농자재를 골라 쓴다면 비용은 줄이면서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농업인 입장에서 4차 산업혁명이 어렵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간단한 토양검정, 기상환경, 출하량, 가격정보 등을 모으고 분석하면서 대책을 찾다 보면 즐거운 농사도 가능할 것이다. 재미나는 농사에서 자연스레 수지맞는 농삿길은 열리게 돼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중앙 집중화가 아닌 상호소통체계의 구축에서 시작된다. 변화의 주체가 한때는 미약하게 여겼던 나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는 말이다.

 

내 주변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데이터로 만들고 거기서 나의 손길, 발길, 눈길을 찾다 보면 성공의 길도 열릴 것이다. 혁명의 시대일수록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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