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태초의 개척자에서 미래의 기후 히어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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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전
                                                            이준택
                                                       ‘이끼적 사고’ 저자
                                                    세계환경올림픽위원회
                                                   /지구 기후위기 연구원장
 
 
 
약 4억 5천만 년 전, 축축한 바다의 품을 떠나 황량한 대지에 처음으로 뿌리를 내린 생명이 있었다. 화려한 꽃도, 단단한 줄기도 없었지만, 그들은 바위를 뚫고 흙을 만들며 지구의 초록색 지도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지구상 가장 오래된 육상 식물, ‘이끼’의 이야기다. 발밑의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겨졌던 이 이끼가 2026년 현재,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책임질 핵심 자원으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 태초의 생명력이 빚어낸 개척의 서사
 
이끼의 진정한 가치는 그 ‘강인함’에 있다. 뿌리 대신 헛뿌리를 가진 이끼는 척박한 바위나 메마른 땅 어디에서든 생존의 터전을 닦는다. 이들은 스스로 바위를 부식시켜 흙을 만들고, 자신의 몸무게보다 5배가 넘는 물을 머금어 다른 생명체들이 깃들어 살 수 있는 습한 환경을 조성한다. 말 그대로 ‘토양의 창조주’이자 ‘생태계의 설계자’인 셈이다.
특히 극한의 건조함 속에서도 가사 상태로 버티다 물 한 방울에 다시 깨어나는 경이로운 회복력은, 이끼가 수억 년의 세월을 견뎌온 태초의 생존 전략이자 오늘날 우리가 주목하는 강력한 생명 에너지의 원천이다.
 
○ 2026년, 도시를 숨 쉬게 하는 ‘기후 테크’의 주역
 
시간을 건너뛰어 2026년의 도심을 바라보자. 이제 이끼는 숲속의 조연이 아니라 도시의 ‘녹색 허파’로 활약하고 있다. 이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같은 면적의 나무보다 월등히 뛰어나다. 이를 활용한 ‘스마트 이끼 타워’는 도심의 미세먼지와 오염 물질을 흡수하는 천연 필터 역할을 수행하며, 학교와 사무실에는 ‘생이끼 공기청정기’가 보급되어 실내 공기 질 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이끼는 인간의 실수를 되돌리는 ‘구원자’로도 쓰인다. 산불로 타버린 잿더미나 무분별한 간척으로 황폐해진 토양에 이끼를 투입하여 생태계를 빠르게 복원하는 기술은 전 세계 스타트업들이 주목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되었다.
 
○ 바이오와 산업을 잇는 가장 작은 거인
 
이끼의 가능성은 환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끼가 지닌 독특한 유전적 특성은 뷰티와 의료 산업에도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 외부 환경에 저항하는 이끼의 성분을 추출한 안티에이징 화장품은 이미 시장의 대세가 되었고, 첨단 대규모 배양 시스템을 통한 ‘이끼 식물 공장’에서는 복잡한 치료용 단백질을 생산하며 난치병 극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나가고 있다. 한국이끼산업협회를 중심으로 청년 농업인들이 스마트팜을 통해 이끼를 재배하며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고 있으며, 제주 어리목계곡의 이끼 폭포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는 등 이끼의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려는 움직임도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 작지만 거대한 미래를 향하여
 
수억 년 전 지구가 생명의 행성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이 작은 식물의 헌신 덕분이었다. 그리고 지금, 인류가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힌 이때, 이끼는 다시 한번 우리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이제 이끼는 더 이상 그늘진 곳의 이방인이 아니다. 현대인의 지친 호흡을 돕고 무너진 생태계를 수선하는 가장 강력한 ‘기후 히어로’다. 태초의 힘으로 미래를 일구는 이 작은 거인의 행보에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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