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단상> 노량진 수산시장에서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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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98일전
                                          황재명/본지 대표
 
노량진 수산시장을 바라보며 나는 늘 그곳이 단순을 넘어서는 공간이라 생각한다.
 
바다의 이야기가 숨 쉬는 이곳, 타인. 매일같이 반복되는 그들의 눈동자 속에 보이는 파도를 듣는다.
 
새벽의 어둠이 고개를 들어, 나는 생동감 넘치는 바닷속 생명체들의 숨소리를 느낀다.
 
그 찬란한 숨결 속에, 바다가 전해주는 선물이 이야기로 다가온다.
 
한 마리 한 마리, 그들이 지나쳐온 저마다의 스토리 심연의 바다 끝에서 이어진 그들의 노량진 여행…
 
나는 그 생명들이 거쳐온 길을 그리며 그들의 이야기를 상상한다.
 
상인들의 손은 바쁘고, 그들의 대화는 짧지만, 나는 그 속에서 그들이 느끼는 무언의 감정들을 알 수 있다.
 
흥정의 말들 뒤엔 언제나 그들만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오늘 하루도 버텨내야 할 삶의 무게, 바다에서 보내온 선물들을 지키고 팔아야 할 책임감. 그들의 손끝에는 바다의 무게가 담겨 있고, 그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모습에 나는 웃는다.
 
손님들이 시장을 가득 메우면, 나는 그들 사이에 흐르는 공기를 마신다.
 
타인의 눈에 비친 그들은 신선한 생선을 찾으러 왔다. 허나 사실은 그들도 바다의 일부를 찾고 있는 건 아닐까?
 
바다의 기억, 그 깊은 곳에서부터 전해지는 생명의 힘을 나누고 싶은 건 아닐까? 나는 그들이 서로 주고받는 작은 미소와 말 속에서, 바다가 전해주는 위로를 읽는다.
 
나는 알고 있다. 이 모든 것이 끝나고, 아침이 찾아오면, 시장은 다시 고요해진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바다는 여전히 흐르고 있다.
 
생명은 계속 이어지고, 그 흐름 속에서 나는 바다와 인간이 얽힌 수많은 이야기를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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