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와 한국, 한솥밥 식구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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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동·아프리카
  • 2016.05.30 12:16

26일 케냐 세종학당서 ‘해외 한국문화가 있는 날’ 행사

전통무용·K-팝 댄스·태권 공연…풍성한 한국요리도 차려져

 

2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해외 한국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 케냐 세종학당 학생들이 한국 민속악기로 구성된 사물놀이를 연주하고 있다.
26일 케냐 나이로비에서 개최된 ‘해외 한국문화가 있는 날’ 행사에서 케냐 세종학당 학생들이 한국 민속악기로 구성된 사물놀이를 연주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저녁 6시경, 동부아프리카의 케냐 나이로비. 빼곡한 나무들로 둘러싸인 사피리파크호텔의 연회장에 200여명의 손님들이 잇따라 들어왔다.

 

한국어 전문교육기관인 케냐 세종학당에서 마련한 ‘해외 한국문화가 있는 날’(Day with Korea Culture Abroad) 행사의 만찬장. 전통과 현대 한국 노래들이 흐르는 가운데 이곳저곳에서 음식들이 속속 등장했다.

 

여기저기서 한국식 쌀밥이 모락모락 김을 내고 있었고, 한국인이 즐겨먹는 떡국, 인절미, 팥고물떡 등이 나왔으며 현지인 요리사들이 능숙하게 김밥, 파전 등을 만들고 있었다.

 

케냐인 요리사들이 한국음식인 파전, 김밥을 능숙하게 만들고 있다.
케냐인 요리사들이 한국음식인 파전, 김밥을 능숙하게 만들고 있다.

 

먼저 식전 행사로 등장한 것은 사물놀이 공연.

 

한국의 전통 타악기인 징, 장고, 북, 꽹과리가 연출하는 소리가 조화를 이뤄 연주자와 관객의 흥을 돋우는 게 역할이다. 연주자들은 모두 케냐 세종학당 학생들이었다.

 

서툰 손놀림이었지만 열성을 다해 연주하자 관객들의 탄성과 곳곳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26일 ‘해외 한국문화가 있는 날’행사에서 케냐와 한국 학생들이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6일 ‘해외 한국문화가 있는 날’행사에서 케냐와 한국 학생들이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6일 ‘해외 한국문화가 있는 날’행사에서 케냐와 한국 학생들이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26일 ‘해외 한국문화가 있는 날’행사에서 케냐와 한국 학생들이 다양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어 케냐 학생들로 이뤄진 무용단이 K-팝에 맞춰 능숙하게 커버댄스를 췄다. 특히 ‘강남스타일’을 배경음악으로 한 커버댄스는 기존 춤사위에 나름대로 변형을 하여 빠르고 역동적이며 유연한 모습으로 절로 박수가 나왔다.

 

다음으로 10대의 교민 여학생들이 나와 한국 고전무용 부채춤과 K-팝 댄스를 보여주자 만찬장은 열정적인 기운으로 가득찼다. 약방감초격으로 등장하는 게 태권도. 딱딱한 품세가 아닌 길거리춤을 방불케 하는 태권댄스.

 

공연이 끝나자 식사를 기다리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들을 찾는 행렬을 이뤘다.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절로 퍼졌으며 정감있는 대화들이 오갔다.

 

다양하게 마련된 한국음식을 즐기고 있는 케냐인들.
다양하게 마련된 한국음식을 즐기고 있는 케냐인들.

 

국립 나이로비대학에서 한국학과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린 이말리 카지는 “앞으로 통번역 회사를 만들어서 두 나라를 오가며 비즈니스를 하는 게 소망”이라고 밝혔다.

 

케냐의 주요도시 키스무 출신인 그는 이날 한국어 능력시험(TOPIK) 결과를 받았는데 한국에서 무난히 생활할 수 있는 중급 점수인 4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종학당의 한국문화체험 행사, 한양대 한국어 연수 등 한국을 4번 방문한 결과다.

 

사실 케냐에서 한국문화가 익숙하게 된 것은 최근의 일.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이 국립 케냐타대학교에 설치된 게 불과 5년전인 2011년 9월. 28년 동안 전투기 조종사로서 군생활을 마치고 대기업에서 임원을 지냈던 김응수 학당장이 백방으로 뛰어나니며 얻은 결과였다.

 

그가 케냐에 온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천주교 신자인 그는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성당의 야학에서 자원봉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케냐 출신 근로자를 알게 된 것. 경기도 파주·문산 일대에는 외국인 근로자가 많았는데 언어, 문화 차이로 한국사회에서 적응이 힘들었다고 한다. 

 

케냐 근로자는 그에게 “아프리카에서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권했다. 지난 2008년 혼자서 케냐의 나이로비로 와서 자비로 한글학교를 세웠다.

 

한글학교는 설립 3년만에 세종학당으로 발전했다. 케냐 나이로비 세종학당은 6개월 과정으로 매 학기 30여 명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세종학당을 거쳐 간 학생은 700여 명에 이른다.

수료생 가운데 60여명이 고려대,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으며 서울시 운영 직업학교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한국 기업에 취직해 일하고 있다.

 

케냐인들이 한국어를 배우는 동기 가운데 하나가 빈곤상태를 벗어나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한 한국의 발전경험. 이곳 마나하임 대학교의 하태현 학장은 “케냐의 교육열은 한국의 개발연대 시기인 1960~70년대와 유사하다”며 “경제적 사정이 어려워도 자식들에겐 교육을 시키려는 의욕이 높다”고 밝혔다.

 

함께 공부하고 놀며 한솥밥을 먹는 사이에 케냐와 한국인들은 이웃이 되어 있었다.

 

 

국제팀=줄리아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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