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소리·지현준 주연…5월 17일부터는 프랑스서 공연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작으로 한불합작 연극인 ‘빛의 제국’. (사진=국립극단) |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지난 4일 막을 올린 ‘빛의 제국’은 연극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방식을 선보인다. 외국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한국의 분단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은 한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다국적 스태프들이 협업해서 제작하고 있다. 한국의 국립극단과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가 공동제작했다. 원작은 김영하의 장편소설 ‘빛의 제국’으로 프랑스어로 번역돼 있어서 프랑스인들에게는 이미 익숙한 작품이다.
아르튀르 노지시엘과 발레리 므레장이 공동 각색하고 연출했다. (사진=국립극단) |
한불 합작…한국의 분단아픔 그려내
분단이라는 한반도의 특수한 현실이 녹아있는 원작을 프랑스 연출가 아르튀르 노지시엘이 프랑스 작가 발레리 므레장과 공동 각색하고 연출했다.
노지시엘은 “역사적 사건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세대를 거치며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렇게 볼 때 빛의 제국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세계의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연극배우 지현준이 20년 동안 남한에서 살아 온 북한 간첩 김기영 역을, 배우 문소리가 김기영의 아내 장마리 역을 맡았다.
한불합작 연극 ‘빛의 제국’은 분단의 아픔과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다.(사진=국립극단) |
원작은 20년간 서울에서 살아온 남파 간첩 김기영이 갑작스러운 귀환명령을 받으면서 서울에서의 삶을 정리하는 하루를 다룬다. 그 과정에서 이념보다는 생활이 앞서게 된 분단 이후 60년을 훑고 한 치 앞을 모르는 인간들의 운명을 이야기한다.
김윤철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빛의 제국은 한국의 가장 대표적이면서 불행한, 분단이라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라며 “분단에 대한 우리 스스로가 알고 있는 분단에 대한 문제점, 폐해, 분단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 지 새롭게, 통찰력 있게 바라보려고 했다”고 밝혔다.
영상미 극대화한 필름 몽타주 연극
분단이라는 문제를 내부적 시각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방인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본 ‘빛의 제국’은 출연 배우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작품에 녹이는 등 원작에 비해 많은 부분 각색됐다.
노지시엘은 “이번 작품에 허구의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 사이를 자꾸 왔다 갔다 하는 조금은 어색할 수 있는데 허구와 허상 그리고 현실의 모든 것을 담는 이야기라고 봐주셨음 좋겠다”면서 “과거와 어떻게 보면 원작 소설과는 또 다른 종류의 새로운 작품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불합작 연극 ‘빛의 제국’은 5월 프랑스로 건너가 무대에 오른다.(사진=국립극단) |
극 자체가 지극히 건조하고 등장인물 간 대화보다는 독백이나 소설 낭독에 가까운 장면들이 많다.
연극과 영상을 교차시켜 보여주면서 김기영, 정마리 부부의 무미건조한 얼굴과 일상을 확대하는 몽타주 연극을 선보인다.
서울의 일상이 담긴 영상을 삽입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정명주 국립극단 공연기획팀 팀장은 “우리가 공유하는 아픔의 기억을 담은 서울이라는 도시가 또 다른 주인공으로 프랑스에서 5월에 공연되는데 이때 아픔을 간직한 서울이라는 도시의 풍경을 영상으로 가지고 간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사람들이 문학과 연극 속의 서울을 보면서 우리의 서울을 새롭게 기억하게 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공연은 이달 27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 후, 5월 17일부터 4일간 프랑스 오를레앙 국립연극센터에서도 프랑스어 자막을 더해 무대에 오른다.
국제=줄리아 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