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춤의 새로운 해석…서울 이어 6월 파리서 공연
한국의 전통춤이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조세 몽탈보의 상상력을 만나 새롭게 탈바꿈했다.
국립극장과 프랑스 샤요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하는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안무가 조세 몽탈보(62)가 국립무용단과 함께 한국 전통춤을 재해석했다.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으로 국립극장과 프랑스 샤요국립극장이 공동제작한 ‘시간의 나이’. 조세 몽탈보 안무가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을 무용을 통해 선보인다. (사진 = 국립극장) |
시간의 나이, 한국무용의 새로운 변화·시도
조세 몽탈보는 10년 전 몽탈보에르비유 무용단의 ‘파라다이스(Le paradis)’라는 작품으로 내한한 적이 있지만 한국의 무용수들과 직접 작업한 것은 이번 공연이 처음이다.
그는 “프랑스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몸의 움직임으로 굉장히 개성 있고 특징적인 움직임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면서 “무용수들이 춤을 추면서 타악 연주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무용수인 동시에 뮤지션이라는 점에서 매우 놀라웠다”고 설명했다.
조세 몽탈보는 “이번 작업은 무용수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에서 영감을 얻고자 했으며 무용수들이 공동창작자의 역할을 하게 된다”며 “한국 무용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무용수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가며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간의 나이는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의 ‘한국 내 프랑스의 해’ 개막작품으로 24명으로 구성된 한국 국립무용단이 참여하는 창작 공연이다. 23일~27일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공연된다.
과거를 축적해가며 새로운 것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시간의 나이’. 한불상호교류의 해 개막작으로 23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에서 열린다.(사진=국립극장) |
‘시간의 나이’는 과거를 축적해가며 새로운 것을 완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다. 작품은 우리가 추고 있는 춤이 하나의 맥으로 이어졌다는 점을 말한다. 그리고 그 맥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멕시코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1928~2012)가 1987년 이후 자신의 작품을 ‘시간의 나이’라고 분류한 데서 영감을 받았다. 몽탈보가 처음 한국무용수들과 작업하면서 쌓아가는 시간도 포함된다.
조세 몽탈보는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둠으로써 관객의 상상력을 열어놓아야 한다”며 “한국의 전통무용을 통해 어떻게 미래를 말할 수 있는지 작업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시간의 나이 포스터. 포스터 이미지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한복을 입은 남자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행위는 전통과 현대 각각의 시간이 서로를 보호해준다는 의미다. (사진=국립극장) |
포스터 이미지에서 수영복을 입은 여자가 한복을 입은 남자에게 우산을 씌워주는 행위는 전통과 현대 각각의 시간이 서로를 보호해준다는 의미다.
조세 몽탈보는 “작품에서 ‘전통’과 ‘현대’는 서로 상충하는 정반대의 개념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섞이고 공존함으로써 안무적 창작에 최대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태도들을 의미한다”며 “한국 내 ‘한불 상호교류의 해’ 개막작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는데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통과 현대의 만남…조세 몽탈보 안무 총지휘
‘시간의 나이’는 총 3장으로 구성된다. 1장 ‘시간의 놀이’는 새로운 기억을 장착하기 위해 과거의 기억을 해체하는 과정이다. 영상 속 전통춤을 무대 위에서 재해석하면서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국립무용단원이 한복을 입고 ‘한량무’ ‘부채춤’ ‘살풀이’ 등을 추는 영상이 흐르는 동안 무대에는 무용수들이 비키니 수영복을 비롯해 현대 의상을 입고서 영상 속 춤을 재해석한 동작을 선보인다.
2장에서는 인류를 주제로 한 ‘꿈’을 담아낸다. ‘하늘에서 본 지구’ 프로젝트로 유명한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장편 다큐멘터리 ‘휴먼’에서 영감을 받아 그의 미공개 영상이 상연된다. ‘휴먼’은 베르트랑이 총 60개국을 돌며 2500시간 동안 2020명을 인터뷰한 대작으로 베르트랑은 조세 몽탈보의 오랜 친구이기도 하다.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 안무를 총지휘한 조세 몽탈보. (사진=국립극장) |
다양한 인종·언어·문화·연령대의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하늘에서 바라본 여러 나라의 모습을 통해 인류와 지구, 미래에 대해 전하는 영상을 무대 위에서 춤으로 풀이된다.
3장의 주제는 ‘욕망의 의식’이다. 한국무용에 내제된 원시적인 제의에 담긴 욕망을 표현한다. 태고의 역동성과 기쁨을 표현하는 장으로 무용수들의 타악 연주와 라벨의 ‘볼레로’가 어우러진다.
이에 조세 몽탈보는 “춤은 인간처럼 결국은 하나의 뿌리를 가진다”며 “다양한 인종이 있지만 결국은 하나에서 시작했듯이 다양한 춤이 존재하지만 하나의 맥으로 통한다”고 밝혔다.
‘시간의 나이’는 한국의 전통춤에 영상기술을 가미, 새로운 예술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사진=국립극장) |
무용에 영상기술 가미…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음악 구성
서울 곳곳의 풍경을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상상의 공간으로 바꾼 영상도 주요 포인트다. 몽탈보는 1990년대 후반부터 무용에 영상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세기에 탄생한 영화를 무대미술의 요소로 사용하면 소품을 만들지 않아도 무대를 채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작품 전반에는 그의 동화적인 상상력과 환상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조세 몽탈보는 “오래 전부터 영상을 공연예술을 위해 사용하고 싶었다”며 “영상의 효과는 관객분들이 직접 평가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1장에서는 프랑스 DJ 로랑 가르니에(Laurent Garnier)의 빠른 템포의 일렉트로닉 음악에 한국적 리듬을 가미한다. 한국인 일렉트로닉 뮤지션의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2장에서는 모차르트·라흐마니노프의 작품을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한다. 3장이 특히 눈길을 끈다. 같은 멜로디가 수없이 반복되고 그것이 극적인 구성을 만들어내는 곡인 라벨의 볼레로가 사용된다. 국악 타악으로 시작해서 라벨의 볼레로로 이어지며 작품이 마무리된다.
‘시간의 나이’는 27일 서울 공연을 마친 뒤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6월 16일부터 24일까지 샤요국립극장 ‘포커스 코리아’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문화부=정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