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 아닌 재창조한 한옥, 그 안에 세계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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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일반
  • 2015.10.12 10:17
김왕직 교수가 말하는 한옥의 대중화·세계화

“우리 건축의 뛰어난 기술력·정신, 세계와 충분히 공유 가능”

 

“한옥하면 유려하게 날아갈 듯한 처마선이 가장 먼저 떠오르죠? 그게 한옥의 전부가 아닙니다. 세계인들과 공유할 수 있는 요소들이 한 두 개가 아니죠.” 김왕직 교수는 한옥의 형태부터 정신까지 모두 세계화 할 수 있는 가치들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옥의 대중화를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명지대 건축학과에서 한옥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난 2009년부터는 국토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옥기술개발연구단의 단장도 맡고 있다. 또한 한옥의 대중화가 곧 세계화라고 말하는 이기도 하다.

 

한옥의 대중화가 곧 세계화라고 말하는 김왕직 교수는 싸고 따뜻한 한옥을 짓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한옥의 대중화가 곧 세계화라고 말하는 김왕직 교수는 싸고 따뜻한 한옥을 짓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힘쓰고 있다.

“집은 일단 사람이 사는 곳이어야 가치가 있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한옥도 보기만 하는 관광지나 장소의 개념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거공간이어야 합니다. 가격도 저렴해서 누구나 선택가능한 모델이 돼야 한다는 거죠.”

 

김왕직 교수는 대부분의 국민들이 한옥하면 얘기하는 불편하고 춥다는 고정관념을 새로운 재료를 개발하고 설계와 시공법을 연구하는 등의 기술개발을 통해 극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특성이 반영된 우리만의 고유성이 있는 한옥은 정말 매력있는 건축물입니다. 자연친화적인 재료사용부터 현대의 아파트에서는 불가능한 사회적 역할까지 해내지요. 마당을 중심으로 한 공간구조와 툇마루에 걸터앉아 이웃과 소통하는 모습은 그 어떤 가옥 구조에서도 찾아볼 수 없죠.”

김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옥은 극복해야 할 단점들도 많다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옥의 형태는 농경사회에 적합한 것이죠. 매일 출퇴근하며 생활하는 현대인들이 한옥을 관리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가족의 형태도 대가족이 살던 과거에서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현재를 반영하면 공간에 대한 기능개선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했다.

 

한옥기술개발연구단에서 지난 2012년 명지대 내에 실험한옥으로 건축한 명지정사.
한옥기술개발연구단에서 지난 2012년 명지대 내에 실험한옥으로 건축한 명지정사. 명지정사는 연구단이 1단계 과제를 추진하며 개발한 공법과 재료들을 다양하게 적용한 결과물들로 구성돼 있다.  

그런 그가 얘기하는 한옥의 세계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기존의 한옥을 세계 곳곳에 짓는 것이 아니다. 한옥으로부터 출발한 우리 건축의 뛰어난 기술력과 한옥이 지니고 있는 정신을 세계인과 공유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얘기한 구들장 비법도 그 중 하나다. “사람의 속까지 골고루 따뜻해지게 하는 구들장은 추위에 견딜 수 있는 내공도 만들어주지요. 돌을 데워 난방을 하는 방식이 세계 어디에 있을까요? 단, 이것을 현실화 해서 공유하기에는 아직은 더 많은 기술연구가 필요합니다.”

다만 김왕직 교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접목하더라도 끝까지 지켜야 할 한옥의 정수만은 반드시 있다고 했다. 한옥에서 최종적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유전인자를 일명 ‘한옥 DNA’라고 표현하는 김 교수다. 그는 ‘한옥 DNA’를 지키며 새로운 형태의 한옥을 재창조 하는 일이야 말로 한옥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이뤄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은평구에 조성된 시범한옥단지의 모습.
서울시 은평구에 조성된 시범한옥단지 ‘화경당’의 모습. 가격은 낮추면서도 일반 국민들이 한옥하면 춥고 불편하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들을 적용했다. 단열문제는 70%까지 극복해 살기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  

그 중에서도 김왕직 교수가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요소로 꼽는 것은 한옥이 갖고 있는 사회성이다. “열린 공간인 툇마루에서 이웃과 대화하며 사회적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한옥의 사회적 역할은 꼭 지키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가 속한 연구단의 대표작인 은평 시범한옥단지를 만들때도 툇마루 만큼은 포기하지 못했다. 결국 전통문화 재창조란 한국인이 가진 정서와 정신을 현대로 옮기는 작업인 셈이다.

김왕직 교수의 목표는 재현을 넘어선 새로운 한옥을 재창조하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옛 방식의 형태를 따라하는 재현 수준의 한옥으로는 세계화도 대중화도 경쟁력이 없다고 했다.

“요즘에 맞도록 새로운 형태로 재창조 되야 합니다. 그것이 새로운 주거 문화가 되고 또 미래에서 돌아보면 2000년대 초반의 한옥으로 문화재가 될 수도 있는거죠. 재현한 걸 문화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c김왕직 교수가 명지대 건축학과 앞 교육용으로 지은 한옥 앞에서 우리 한옥의 정수를 얘기하고 있다.
김왕직 교수가 명지대 건축학과 앞 교육용으로 지은 한옥 앞에서 우리 한옥의 정수를 얘기하고 있다.

한옥의 재창조를 위해 김 교수는 국민들에게 한옥에 대한 애정과 이를 바탕으로 한 너그러움을 당부했다. “한옥이 가진 문제점을 한 번에 모두 다 개선할 수는 없어요. 실패를 거듭하고 때로는 한옥스럽지 않다고 비난을 받기도 하겠지요. 한옥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을 떨치고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도 너그럽게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교수는 “전통한옥이 아니라 변화하는 건축양식을 적용해 재창조된 한옥이, 그렇지만 ‘한옥의 DNA’를 갖고 있는 재창조 한옥에 국민들이 살고, 또 이것이 세계 곳곳에 나갈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며 재창조 한옥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문화팀=정진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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