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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니피언시대를 읽는 깊이 있는 통찰, 사회를 변화시키는 지성의 목소리

■ 정성수 시와 한 문장 ■ 「제12회」

  • AD 내외매일뉴스
  • 조회 5
  • 5시간전
 
 
10월의 약속
 
10월에는
들녘의 나락들이 고개를 숙이겠다고
쥐밤나무는 다람쥐들에게 밤을 떨구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 약속들이 노랗게 익어
토실토실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10월이 되어도
인간들의 약속은 공수표로 남아서
지키지 못할 약속도 약속이라고
원고지 빈칸처럼 우기고
영원히 변치말자며 금가락지를 끼워주면서
아침에 한 약속을
해가 지기도 전에 잊어버리고 맙니다
 
어떤 이의 약속은 살아서도 천년 고찰이요
어떤 이의 약속은 죽어서도 백년 해우소입니다
그리하여 10월이 가기 전에
살아서나 죽어서나 영원히 녹슬지 않을
목반지를 만들어 나누어 낄
용문사 앞
천년을 살았다는 은행나무를 찾아가겠습니다
 
 
 
□ 정성수의 한 문장 □
 
약속은 서로가 지켜야 할 의무 중 하나다. 살아가며 가족, 친구, 어린이, 직장동료 등과 수많은 약속을 한다. 약속은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증명해 주는 것이다. 약속을 하기는 쉽지만 지키기는 것은 어렵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이 낫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인생이 절단날 수도 있다. 작은 구멍으로 흘러들어가는 물이 끝내는 제방을 무너뜨리고 만다. 자연은 세월과의 약속이다. 우리에게 보여주는 계절과 넉넉한 생명은 눈부신 순환의 약속이다. 인간들의 하루 약속은 밤이 되고 나서야 그 간격에서 벗어난다. 어두운 시간 안으로 침잠하는 습관의 약속이다. 약속은 지켜질 때만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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