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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朝-美 정상회담과 언론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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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2018.06.03 14:43
 
           천상기 경기대 초빙교수/ 언론학/한국신문방송편집인클럽 고문
 
 
문재인정부가 모든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
 
정부는 국민에 대해 솔직해야 하고 언론은 정부를 감시하는 명실상부한 제4부가 되어야 한다. 특히 지난 4월27일 남북정상회담 직후에는 당장이라도 통일될 것처럼 흥분된 분위기를 언론이 앞장서서 조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 이후에는 그 원인과 문제점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비판보다는 정부를 감싸는 보도로 일관했다.
 
신문 방송 모두가 ‘문비어천가’ ‘정권의 나팔수’라고 비판한다.
 
그것이 과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바람직한 것일까?
 
5월26일 전격적인 통일각 남북 정상의 회동 이후, 미-북 정상회담에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언론도 트럼프 대통령의 미-북 정상회담 취소에 대해 긍정적 부정적 측면을 균형 있게 분석하고, 과정에서의 잘잘못을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조선일보를 제외한 모든 신문과 방송이 북-미 정상회담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통일각 남북정상회담 때 방명록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쓰면서 ‘조-미 정상회담’이란 말을 했다.
 
대한민국 헌법에 의하면 북한은 우리영토를 불법 점거한 반 국가단체다. 조-미 북-미란 표현은 헌법정신 위반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동맹국보다 악의 집단인 북한을 더 우대해야 하는가? 북한은 지난해 말 판을 흔들어볼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국엔 진보정권이 집권했고, 미국엔 30여 년 전부터 대권을 좇아온 도널드 트럼프라는 성취욕 넘치는 ‘장사꾼 대통령’이 있다.
 
미끼를 던지면 금방 반응이 올 조건이다. 대북 제재는 계속 강화되고 있는데, 판을 흔들어 잘되면 체제보장을 받는 거고 중간에 잘 안돼도 한미 간 미중 간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비핵화 이행과정에서 좌초하면 중국 러시아와 한국 내 좌파 진보진영은 그 책임이 미국의 완고함 때문이라고 편을 들어줄 것이다.
 
유엔 제재는 안 풀려도 중국의 제재 이행은 느슨해질 것이다.
 
대체로 북한의 구상대로 진행돼 왔지만 김정은이 통제할 수 없는 변수가 있다. 트럼프의 변칙적 태도다. 회담 취소는 김정은의 셈법에 없었다. 미-북 정상회담까지는 이뤄져야 판을 흔드는 게 가능하므로 납작 엎드렸다.
 
그 영향으로 트럼프는 회담 취소 발표 하루 뒤인 25일 “6월12일에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말을 바꿨다. 2차 남북 정상회담 하루 전의 일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새 국면을 치고 나간 건 주로 김정은이었다. 이는 김정은 혼자 서가 아니라 당 중앙위가 만들어내는 치밀한 전략에 근거해 나오는 것이다.
 
북한은 당 중앙위 산하에 대남.대미 전략을 짜는 인력이 수백~수천 명이 있다. 소련의 당 체제를 베낀 것이다.
 
외무성의 김계관 최선희 등은 당이 만든 전략을 수행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진보 보수 정권 구분 없이 북핵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는 한 전직 관료는 “핵심은 완전한 비핵화의 내용인데 김정은의 비핵화와 CVID는 다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6번째 전략 핵 국가를 자처하는 북한은 체제 붕괴론을 일축한 채 정권 안보를 굳혔다. 세계 최강국 미국으로서도 전략 핵 국가 북한과의 전쟁은 불가능하다. 핵 보유국 간 전면전을 막는 상호 확증 파괴의 국제정치원리는 아직 유효하다.
 
남북이 주권 국가로 평화 공존하면서 남.북.미.중.러.일이 동참하는 한반도 2국 체제가 어른거린다.
 
2020년까지 북한 비핵화를 완료해야 한다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이 한미연합훈련기간 중 핵 전략 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등에 동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북한 비핵화도 제대로 관철하려면 문재인 정부가 북한편에 서서 미국을 설득하는 존재인 것처럼 돼있는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어떤 협상을 할지 그리고 남한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문 대통령이 말하는 ‘종전 선언’은 주한 미군 철수, 한미 연합사 해체, 한미 동맹 폐기, 유엔사령부 해체 등이 아닌가?
 
북핵 폐기 전에 종전 선언을 하면 당장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부터 생길 수 있다. 남북 교전 상황을 전제로 존재하는 게 유엔사령부이고 NLL은 유엔사가 정한 선이다.
 
북은 “종전 했는데 왜 있느냐 그 사령부가 그은 NLL도 무효”라고 할거다. 북핵 폐기가 끝난 뒤 줄 당근을 입구에서 주는 셈이다. 실제 평화는 오지 않았는데 국민에게 평화가 왔다는 환상도 줄 수 있다.
 
지금은 한.미가 한 몸이 돼서 북을 설득하고 때로 압박해 가면서 빠른 시일 내 핵 폐기를 결심하도록 해야 할 때다.
 
미.북 중간에 서서 어설픈 중재 역할을 하는 것은 자칫 일을 그르칠 수 있다.  
 
sk1025@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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