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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장 떼고…가면 쓰고…마음껏 소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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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남
  • 2016.01.05 22:06
지자체 첫 계급없는 토론회 ‘비간부회의’…수평적 소통 공직문화
 

#경북도청 투자유치실에 근무하는 공무원 김씨는 잦은 야근과 각종 보고서 작성으로 인해 만성피로에 시달리고 있다. 건강검진 결과 거북목이라는 목 디스크까지 진단 받은 상태다. 점심시간에 잠시만 눈을 붙여도 업무 효율이 높아질 것 같고 쉬는 시간에 안마를 좀 받으면 목 상태가 좋아질 것 같다.

예전 같으면 자유게시판에 올리고 지인 등을 통해 직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했을텐데 김씨는 월1회 실시하는 계급 없는 토론회 ‘비간부회의’가 생긴 후 가면을 쓰고 토론에 참석해 직원들이 쉴 수 있는 음악카페와 안마의자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김씨가 제안한 안건은 바로 도지사 지시사항으로 처리돼 내년 2월 이전하는 경북도청 신청사에 안마의자와 더불어 음악카페가 설치될 예정이다. 김씨는 내년 2월을 상상하며 오늘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이동진 경북도청 인재개발정책관실 주무관
이동진 경북도청 인재개발정책관실 주무관

 

경북도청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그 진원지는 7급 이하 공무원이 주축이 되어 진행한 계급 없는 토론회 ‘비간부회의’이다.

비간부회의는 7급 이하 직원들이 계급장 떼고, 가면 쓰고, 닉네임으로 신분을 감춘 채 참여해 도정현안이나 간부 행태 등에 대해 쓴 소리, 곧은 소리 등 과감히 본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평적인 소통의 장이다.

특히, 도지사부터 9급 직원까지 비간부회의를 지켜볼 수 있게 청내 방송을 통해 생중계한다.

사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아직까지도 공직사회는 ‘직급이 깡패다!’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직급이 낮은 하위직 공무원들은 편하게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그런데 경상북도에서 지자체 최초로 하위직 공무원이 맘껏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평적 소통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그동안 공식적인 소통 통로가 없어 복도 통신, 카더라 통신 등 비정상적인 풍문이 돌았고 이런 병폐는 직원사기 저하 및 조직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할 말하고 한 말이 반영되는 진정한 소통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했다.

‘비간부회의’는 내부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0월 5일 ‘경북도 조직문화 이대로 괜찮은가?’라는 주제로 실시된 제1회 비간부회의를 지켜본 한 중견간부는 “딱딱하고 계급적 성향이 강한 공직사회에서 젊은 직원들이 그것도 조직문화 바꾸자!고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며 “선배들이 하지 못한 일을 후배가 하고 있다며 앞으로 본인부터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후배들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비간부회의’ 장면.
경북도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비간부회의’ 장면.

또 비간부회의를 방송으로 지켜보던 김관용 도지사는 회의가 끝날 무렵 화회탈을 쓰고 깜짝 등장해 젊은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예기치 않게 참석한 도지사의 행보에 하위직 직원들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계급장 떼고 가면 쓰니 용기가 생겼는지 대화를 이어 나갔으며 그날 도지사와 젊은 직원들 간에 이루어진 회의안건은 바로 다음날 도지사 지시사항으로 내려와 시행됐다.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하위직 직원의 아이디어가 바로 실시되는 올바른 소통 피드백이 확립된 것이다. 이제 경북도청의 젊은 직원들은 본인의 아이디어를 맘껏 내놓고 적극적인 자세로 일하며 선배공무원들과 수평적인 관계에서 대화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한다.

언론에서도 경북도의 즐거운 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처음에 비간부회의를 한다고 했을 때 “이거 비정상회담과 복면가왕을 짬뽕한 1회성 쇼 아니냐!”며 냉소를 보였으나 방청객으로 참석해 직접 지켜보고는 경북도의 파격적인 실험에 대해 박수를 보냈던 것이다.

중앙정부에서도 이런 경북도의 인사혁신 노력에 대해 공감했다. ‘2015년 정부 인사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경상북도의 계급 없는 토론회 ‘비간부회의’가 생산적 공직문화 분야에서 1위를 차지해 대통령 기관표창을 수상한 것이다.

 

이동진 주무관이 인사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경북도청의 ‘비간부회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동진 주무관이 인사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경북도청의 ‘비간부회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북도는 이 자리에서 공직사회 수평적 소통의 새 문화로 평가받은 지자체 최초 계급 없는 토론회 ‘비간부회의’를 발표했다.

 

경북도 7급 직원의 공직문화 개선 목소리에 현장평가단도 귀를 기울였으며 “계급! 나이! 출신! 다 떠나 무엇이든 편하게 말할 수 있는 공직문화가 바로 인사혁신의 시작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부분에서는 박수갈채도 받았다.

이번 인사혁신 우수사례 수상을 통해 경북도가 인사혁신의 지방적 실천에 앞장 서 가고 있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됐다. 광역지자체 중 유일하게 선정된 것이다.

지난 4월에 경상북도는 전국 최초로 도 및 시군, 출자출연기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직개혁의 선봉! 미래 국민일꾼 개선장군! 선포식’을 갖고 인사혁신과 공직개혁에 스타트를 끊었으며 도지사와 젊은 직원들 간에 맥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눈 ‘수다 나눔 Beer Day’, 부지사와 직원들 간의 ‘아날로그 소통 막걸리 Day’ 등 그간 다양한 소통의 장을 통해 공직사회 사기진작 및 생산성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계급장 떼고 가면 쓰고 7급 이하 직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계급장 떼고 가면 쓰고 7급 이하 직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다.

마지막으로 인사혁신에 대해 돌직구 한 번 날리겠다.

 

요즘 공직개혁, 인사혁신에 대해 많은 정책이 쏟아지고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인사혁신은 시스템과 제도 개선만으론 해결이 안 된다. 공직문화를 바꿔야 하고 공무원이 바뀌어야만 진정한 인사혁신이 가능한 것이다.

공무원의 마인드 변화와 더불어 정책과 제도가 개선되야 비로소 인사혁신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공무원 마인드 변화 선봉에 계급 없는 토론회 ‘비간부회의’가 있다는 사실 기억해달라.

 

글: 이동진 경북도청 인재개발정책관실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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