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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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8.12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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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은 어디로 가는가

시인 이영하
 
아침에 창문을 열면
어제의 새 한 마리가 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새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한때 내 눈에 머물던 것들이
하나둘 시야 밖으로 물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사라진 자리에는
이상하게도 된장 익는 냄새가 오래 남았고,
떠난 사람의 빈 의자에는
그 사람이 앉아 있던 시간만
조용히 빛나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사라지는 것보다
남겨지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안다.
꽃은 지고 사람은 떠나고
계절도 제 이름을 바꾸지만
한 번 사랑했던 마음은
어디에도 버려지지 않는다.
 
어쩌면 삶이란 사라지는 것들의 행방을 묻다가
끝내 내가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오늘도 나는 하루의 문을 천천히 닫으며
내가 지나온 자리마다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빛 하나는 남아 있기를 바란다.
 
 
 
<시작 노트>
이 시는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아주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사라진 것은 정말 사라진 것일까.”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것과 작별합니다. 사람도 떠나고, 계절도 지나가며, 젊음과 시간도 어느 순간 우리 곁에서 모습을 감춥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사라진 것들은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냄새와 목소리, 기억과 습관, 그리고 마음의 결로 우리 안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삶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보다 ‘무엇을 남겼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그래서 이 시에서 ‘사라짐’은 끝이 아닙니다. 그것은 다른 형태의 존재로 건너가는 과정입니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된장 익는 냄새로 남고, 떠난 사람이 빈 의자의 빛으로 남듯이, 본 시인은 한 사람의 삶 역시 누군가의 마음에 남은 작은 흔적을 통해 계속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마지막의 ‘작은 빛 하나’는 거창한 업적을 뜻하지 않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에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믿음 한 번, 손길 하나처럼 사람의 마음에서 오래 살아남는 작은 선의 흔적을 뜻합니다. 결국 이 시가 묻는 것은 사라짐의 행방이 아니라, “나는 무엇으로 기억될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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