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하의 詩心 世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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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7.1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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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마후라'가 다시 날았다」
 
(영화 '빨간 마후라'를 다시 보면)
시인 이영하
 
영화는 오래전에 끝났는데
'빨간 마후라' 하나가
오늘 다시 내 가슴에서 바람을 일으켰다.
 
스크린 위로 전투기는 굉음을 남기며 떠오르고,
젊은 조종사들의 눈빛은
구름보다 먼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오늘만을 생각합니다."
그 짧은 한마디가 수십 년 세월을 건너와
내 젊은 심장을 다시 깨웠다.
"빨간 마후라가 울지 않도록 하라."
선배의 그 말은 명령이 아니라
한 사람의 생애를 말기는
조용한 유언이었다.
 
승호리 철교를 향해 날아가던 기체,
대공포 속에서도 끝내 임무를 마치고
흰 구름 속으로 사라지던 나관중 소령.
그가 남긴
"나는 흰 구름 속에 묻힐 것이다."
그 말은 영화 속 대사가 아니라
우리 전투조종사 모두의 가슴속 서약이었다.
 
나 또한 수없이 활주로를 떠나며
내일을 예약한 적이 없었다.
오늘의 출격만 있었고 오늘의 하늘만 있었으며
오늘 함께 웃던 전우가 내일도 웃을 것이라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그래서 전우의 악수는
언제나 마지막 인사처럼 뜨거웠고,
사랑도 내일이 아닌
오늘을 모두 태우는 불꽃이었다.
 
영화가 끝나자 주제가는 여전히 흐르고,
나는 어느새 눈물을 닦고 있었다.
스크린이 아니라 내 젊은 날이
천천히 막을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다.
'빨간 마후라'는 목에 두르는 천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 하늘을 선택했던
한 시대의 심장이었다는 것을.
 
오늘 늙은 조종사 한 사람은
영화를 보고 울었지만,
그 눈물은 지난 전우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끝내 하늘을 사랑했던 청춘에게 바치는
가장 늦은 경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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