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국제포럼 2015’ 개최…“북 정권, 국가에 대한 통제력 잃고 있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월 30일 ‘한반도 국제포럼 2015’에서 공개강연을 하고 있다 |
“한반도 통일은 예측 불가능하고 어렵고 복잡하지만 분단은 영원할 수 없다.”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6월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6회 한반도 국제포럼 2015에서 “한반도 분단은 논리적이지 않고 말도 안된다” 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통일부와 경남대 극동국제문제연구소가 한반도 평화·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했다.
힐 전 차관보는 “무엇보다 한반도 통일을 위해서는 중국의 역할을 이해하고 재인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에서의 북한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고 명확해지고 있다”며 “(중국이) 북한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관련해 우리는 오래된 사고를 바꿔야 한다. 북한이 무너지면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한다는 제로썸 게임과 같은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과 조금 더 심도 깊은 얘기를 하고 북한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북한의 현 상황을 활용해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약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국가에 대한 통제력이 상실되고 있고 다음에 벌어질 일을 생각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6월 30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반도 국제포럼 201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분단 극복 시도는 있었지만 지속적이고 본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며 “그 이유는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만들었고 지속적으로 추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장관은 “상대의 힘에 의한 평화는 진정된 평화가 아니다”며 “정부는 북한과 신뢰를 쌓기 위한 노력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어 “정부는 광복 70년을 공동으로 기념하기 위한 남북간 문화·역사분야 교류를 적극 지원하고 신뢰를 쌓아 건강한 평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도 “박근혜 정부는 2년 반동안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축과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차근차근 추진하고 있다”며 “정부는 광복 70년 남북한 실질적 협력 개선을 위해 북한에 협력의 손을 내밀고 남북간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규 경남대 총장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 정착은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이라며 “남북 상호간에 대화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악순환을 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통일을 위한 우리의 준비는 남북 간 노력 못지 않게 주변국들과의 관계 정립 및 협력체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면서 “주변국들은 북한이 변화할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고 실직적인 변화를 이끄는 수단을 개발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 국제포럼 2015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
이어진 토론에서는 광복·분단 70년을 맞아 한반도의 미래와 동아시아의 질서와 관련한 심도 깊은 논의들이 이어졌다.
프랭크 자누피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은 “한반도의 경우 냉전의 유산이 여전히 남아있는 곳이지만 최근에는 이란문제 등의 다른 이슈 때문에 주목을 덜 받았다”며 “북한의 핵 개발과 관련해 이미 기존의 합의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어떻게 시행할 것인가의 문제가 최대 과제로 남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 역시 남한 사회의 안정, 북한의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는 점, 다른 지역 국가들과 정상적인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제빈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한국연구센터 소장은 "미국은 동북아 지역 안정을 위해 다자 대신 특정 국가와 양자 군사·정치 동맹에만 의존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며 “장차 이런 미국의 양자 중심 외교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포괄적인 안보 및 협력 매커니즘 구성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독일 통일 사례를 통한 시사점들도 제시했다. 루디거 프랭크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교수는 “독일의 예를 봤을 때 통일을 위해 우호적인 국제적 환경을 조성하고, 적어도 통일에 반대하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예상되는 영토적 분쟁, 정치적 민주주의, 지역의 세력균형 등의 문제에 있어 주변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한국은 국제적 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고 파트너를 찾아 파트너십을 구축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반도 국제포럼 2015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제2세션에서는 한반도의 통일 미래상과 국제사회의 협력 방안이 논의됐다.
프랑수아즈 니콜라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 아시아센터 소장은 “남북한은 통일의 목표와 과정에 있어서 이견을 보이는 등 통일을 향한 길은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고 진단했다.
또 “통일은 급변 사태를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독일 통일에 비춰 보다 복잡하고 비용도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그는 “한국은 북한 체제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통일 정책의 초점을 둬야 한다”고 역설했다.
크리스찬 바그너 국제안보문제연구소 아시아국장은 “독일 통일은 여러 국내적인 노력이 있긴 했지만 국제적 협력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통일 독일이 패권국으로 부상한다는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한반도 상황은 북한의 고립, 강대국 경쟁 상황의 존재, 역사적 문제 등으로 더 복잡하긴 하지만 독일의 사례를 통해서 국제적 협력의 강화가 통일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점을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날 개최된 한반도국제포럼은 2010년 창설 이래 6회째를 맞고 있다. 매년 한·미·일·중·러·유럽·아시아 등 주요 10여개 국의 전·현직 관료 및 민간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국제다자협의체로 자리 매김했다.
올해는 광복 70년 기념사업의 하나인 미래희망 분야로 선정됐다. 이번 포럼에는 정부 관계자와 주한 외교사절, 전문가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외교.국방=서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