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찾는 데 관할이 무슨 상관이고, 애만 찾으면 되지!”
올해 6월 개봉한 영화 <극비수사>의 한 장면. 한 여성이 형사인 남편에게 유괴된 친구의 딸을 찾아달라고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관할이 아니라며 거절한다. 아내는 남편을 질책하며 이같이 내뱉는다.
실제로 행정기관에서 민원이 처리되기까지는 많은 절차가 따른다. 특히 한 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여러 행정기관이 복합적으로 연계된 경우가 많아 민원을 제기한 주민은 모든 해당 행정기관을 일일이 방문해야 하고, 행정기관들은 문제의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 업무 처리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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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지방자치단체, 해경이 합동으로 민원 및 긴급상황을 처리하는 ‘원산도 행정·안전 통합센터’가 지난 7월 7일 개소했다.(사진=충남지방경찰청) |
하지만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주민들은 이런 불편을 겪지 않는다. 경찰, 지방자치단체, 해경 등 3개 기관 근무자가 한곳에서 합동 근무하며 민원 및 각종 사건·사고 발생 시 함께 대응하는 ‘원산도 행정·안전 통합운영센터’가 올해 7월 설치된 덕분이다.
센터는 기관별 인력과 장비를 상호 지원하고 정보를 공유해 소관이 다른 민원을 주민이 단 1회만 방문해도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지갑(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을 잃어버렸을 땐 지자체와 경찰서를 각각 방문해 분실신고를 해야 했으나, 이제는 통합센터에만 신고하면 된다.
또한 센터는 응급환자 이송, 해상 안전사고 등 각종 재난 및 긴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체 없이 출동함으로써 기관 간 이른바 ‘떠넘기기’ 문제를 없앴다. 실제로 원산도 해저터널 공사 현장 부근 덤프트럭의 비산먼지와 과속으로 피해를 본 주민들이 도로를 점령했을 때 3개 기관 근무자가 함께 출동해 공사 책임자와 주민 간 갈등을 중재해 신속하게 민원을 해결했다.
원산도는 면적 7.04km2에 인구가 1400여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섬이지만 그간 보령경찰서 원산도치안센터, 보령시 원산도출장소, 보령 해양경비안전서 원산도출장소 등 3개 기관이 개별 운영되어 소관이 복잡한 사건의 경우 민원 처리가 소극적으로 진행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행정·안전 통합운영센터만 방문해도 다양한 민원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처리해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절감하고 고품질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
원산1리 이장 김모 씨는 “각 기관이 모여 있으니까 관할 떠넘기기가 없어지고, 통합센터가 주말과 휴일에도 운영되니까 주민들이 매우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김인호 충남지방경찰청 기획예산계장은 “경찰, 지자체 공무원, 해경이 한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업무 지식을 교환할 수 있고, 도서지역에서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각 기관이 보유한 헬기, 행정선, 함정 등 장비를 상호 지원할 수 있어 1+1+1=3 이상의 시너지를 거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남지방경찰청, 보령시청, 보령 해양경비안전서는 2018년 원산도 내 연륙교가 완공되면 치안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통합운영센터의 인원을 확충하고 그간의 운영 성과를 토대로 충남 내 도서 전 지역으로 통합센터를 확대할 계획이다.
사회부=이현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