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사랑한 4대 병역의무에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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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0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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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세월 충실한 병역이행 이영일 할아버지 가족

4대 이진호 일병 “할아버지·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충성!”

 

10월의 멋진 날인 68주년 국군의 날. 나라를 위한 병역의무는 숭고하다. 여기 3대도 아닌 4대가 병역 의무를 마친 ‘호국가족’이 있다. 그래서 특별한 가문이라 생각했다. 감동적인 사연이 있거나 무슨 계기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국군의 날을 앞둔 지난 26일 만난 이영일(74) 할아버지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렇지도 않았다. 평범한 우리네 가족 이야기였다. 다른 점이 있다면 누구보다도 조국을 사랑했고, 충실하게 군 복무를 이행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점이다.  

 

4대가 병역을 이행한 이영일(왼쪽 다섯째) 옹의 가족이 육군2군단 헌병대에서 근무하는 손자 이진호(왼쪽 여섯째일병의 부대를 방문해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영혜 씨 손녀, 영혜 씨, 영달 씨, 이일병의 아버지 성규 씨, 이옹, 이 일병, 영란 씨, 영란 씨 아들, 영혜 씨 손자.
4대가 병역을 이행한 이영일(왼쪽 다섯째) 할아버지의 가족이 육군2군단 헌병대에서 근무하는 손자 이진호(왼쪽 여섯째) 일병의 부대를 방문해 함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육군2군단 헌병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손자 이진호(21) 일병을 만나기 위해 가족과 친지들이 총출동했다. 5남 3녀 중 맏이인 이영일 할아버지의 8남매 가운데 캐나다에 이민 간 남동생 윤영(60)·재영(57)·덕영(55) 씨와 작고한 2살 아래 여동생 영숙 씨를 뺀 4남매 영달(69)·영혜(65)·영란(63) 씨가 모두 모인 것.

 

이영일(74) 할아버지는 1964년 8월부터 1967년 2월까지 현재 수도군단의 전신인 6관구사령부 병기근무대에서 차량정비병으로 군 생활을 했다. 평소 투철한 책임감과 올바른 군인정신으로 맡은 바 임무수행을 성실히 해 당시 병사로서는 받기 어려운 상을 받기도 했다.

 

“제17주년 국군의 날 행사를 위해 당시 서울 여의도에 신형 지프차 40대가 모였어요. 새 차라 고장 날 이유가 없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아 난처한 상황이 벌어졌죠. 민간인 정비공들이 와서 고치는데도 소용없더라고요.

 

그때 제가 병기학교에서 배운 걸 떠올리면서 보닛을 열어 전원을 공급하는 전선들을 서로 연결해보니 시동이 걸리더라고요. 거기 있던 모든 사람이 만세를 불렀죠.”

 

이영일 할아버지는 이 일을 계기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임무를 수행한 공로로 1965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 총본부 총지휘관 표창을 받았다.

 

“군대는 인생사관학교. 군대에서 배운 기술은 인생의 발판 마련해준 계기”

 

그는 군대에서 배운 기술과 경험으로 전역 후 공업 일을 평생의 업으로 삼고 살고 있다.

 

이영일 옹의 아버지 고 이은상(오른쪽) 씨가 1954년 군 복무 시절 찍은 사진.
이영일 할아버지의 아버지 고 이은상(오른쪽) 씨가 1954년 군 복무 시절 찍은 사진.
 이영일 할아버지의 둘째 동생인 영달 씨는 1969년 공군에 입대, 1전투비행단에서 3년간 운전병으로 근무했다. 영달 씨도 운전병의 경험을 살려 현재까지 운수업을 하고 있다.

 

이영일 할아버지는 “군대는 정말 인생사관학교다. 군대에서 배운 기술은 전역 후 우리 형제에게 인생의 발판을 마련해준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이영일 할아버지의 외아들인 성규(46) 씨는 1991년 11월부터 1994년 3월까지 육군50사단 헌병대 특경대에서 군 생활을 마쳤다.

 

아버지를 따라 헌병대 특임대에 지원한 손자 이 일병은 지난 1월 4일 입대해 현재 본부 인사행정병으로 근무하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군대 이야기를 옛날이야기처럼 자주 들으면 자랐다고.

 

4대가 병역을 이행한 소감으로 이 일병은 “두 분의 증조할아버지, 다섯 할아버지, 아버지와 두 분의 작은아버지께 존경하고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4대가 병역을 이행한 집안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멋지게 군 생활을 이어나가겠다”고 전했다.

 

1대 고(故) 이은상 씨 33살 나이에 6·25 전쟁 참전

 

이영일 할아버지의 아버지 고(故) 이은상(1921~1999) 씨는 1953년 3월 서른셋 늦은 나이에 대형버스 운전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6·25전쟁에 참전해 육군25사단에서 근무, 1954년 11월 일병으로 전역했다. 

 

이영일 할아버지의 작은아버지 고 이복상(1935~2013) 씨 또한 육군에 입대해 군 생활을 마쳤다. 이 밖에 동생 윤영 씨와 덕영 씨가 육군에서 병장으로 만기 전역했고, 재영 씨는 공군에서 군 생활을 마쳤다.

 

영달 씨의 두 아들 현규(37)·민규(36) 씨도 각각 카투사(주한미군부대 근무 한국군)와 육군학사장교로 병역을 이행, 4대 가족 11명이 30년 가까이 군 복무를 한 셈이다.

 

영달 씨는 “큰아들 현규는 어학연수 한번 가지 않았는데 군 복무하면서 영어를 완벽하게 배웠고, 그곳에서 만난 좋은 선임이 멘토로서 인생의 길잡이 역할을 해줬다”면서 병역을 기피하는 일부 젊은이들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4대가 병역을 이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영일 할아버지의 아버지 이은상 씨가 늦은 나이에 입대했기 때문이다. 이옹은 아버지가 전역한 후 10년 뒤 군대에 갔다. 특히 이영일 할아버지의 손자 입대를 계기로 아버지께서 참전용사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6·25 참전 국가유공자로 등록해 인정받았다.

 

“60년세월 병역이행…군대 안 가려는 젊은이들에 귀한 경험 알리고파”

 

이영일(왼쪽) 옹의 아들이자 이진호 일병의 아버지 성규(가운데) 씨가 부모님과 함께 1992년 1월 육군훈련소에서 찍은 가족 기념사진.
이영일(왼쪽) 할아버지의 아들이자 이진호 일병의 아버지 성규(가운데) 씨가 부모님과 함께 1992년 1월 육군훈련소에서 찍은 가족 기념사진.
 그는 “병역을 이행하는 것은 자랑스럽고 명예로운 일이다. 많은 젊은이가 국가를 지키는 것이 가치 있는 일임을 알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번에 TV에서 우연히 군대 안 가려고 13번 연기한 사람을 봤어요. 아직도 많은 젊은이가 군대 가는 걸 기피하고 있잖아요.

 

오히려 군대 가면 ‘백 없느냐’ ‘바보냐’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니까요.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60년 가까이 병역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군 생활 기간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고, 군에서 배운 모든 좋은 경험이 평생 이어진다는 얘기들을 하고 싶네요.”

 

이런 할아버지의 영향이 컸던 이 일병은 입대 전 ‘군대는 학교다. 밖에서는 돈 주고 배워야 할 것들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값어치 이상의 것들을 배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듣고 이를 명심하며 군 생활을 하고 있다.

 

이 일병에게는 숙제이자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다.

“결혼 후에는 꼭 아들을 낳아 5대째 병역을 이행한 가문으로 애국의 길을 걷고 싶습니다.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남은 군 생활도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성실히 복무하겠습니다. 충성!”

 
국방팀=조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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