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를 주도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와 경찰이 당초 예상한 참가자 규모는 4만 명이었다. 그러나 실제 참가자는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다. 보통 경찰은 집회를 주도하는 단체의 규모 등을 고려해 참여 인원을 예상한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도 박 대통령의 사과에서 진심을 느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현(34)씨는 “담화가 끝난 뒤 아무 질문도 받지 않고 퇴장하는 것을 보면 권위적인 태도를 버리지 못한 걸 알 수 있다”며 “박 대통령이 ‘이러려고 대통령 했나 자괴감이 든다’고 이야기했는데 자기 행동에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국민에게 응석을 부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앞서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의혹으로 위기에 빠진 청와대는 지난 일주일간 민심 수습을 위한 조치들을 쏟아냈다. 지난달 30일엔 이원종 비서실장과 우병우 민정수석 등 청와대 핵심 인사들을 경질했다. 이달 2일에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신임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날 집회에는 10대 청소년도 적지 않았다. 촛불집회에 앞서 오후 2시 세종문화회관 앞에선 전국에서 중·고교생 100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박근혜 퇴진” “교육제도 개혁” 등의 구호를 외치며 촛불집회에 합류했다.
조현지(17)양은 “부모가 가진 힘만으로 뭐든 쉽게 이뤄내는 정유라씨를 보면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는 학생의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모두가 자신의 노력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중학교 1학년 이유선(13)양은 “어린 학생의 눈으로 봤을 때도 중요한 사건인데 어른들은 각자 바빠서 제대로 나서지 않는 것 같다. 중학생이라도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해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이유나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소셜 미디어가 보편화되면서 의제 형성과 집회를 시민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양방향 소통에 익숙해진 국민들에게 이번 대통령 담화와 같은 일방적인 소통 방식은 설득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오후 4시부터 2시간 동안 대학생과 공무원, 교사 등의 시국선언이 이어졌다. 이어 참가자들은 종로 방면과 시청 방면의 2개 코스로 나뉘어 거리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종로 일대 전 차선이 통제됐다.
행진 대열은 선두에서 후미까지 1㎞ 정도 이어졌다. 집회는 밤 12시를 넘어 새벽까지 계속됐다. 경찰은 충돌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인 220개 중대, 1만7600명 규모의 병력을 투입했다.
사회부 / 신동현 기자 (mailnews0114@korea.com)